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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미국 대선과 북한의 셈법 


미국 워싱턴의 '월터스 스포츠 바' TV화면에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열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대선 토론이 방영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월터스 스포츠 바' TV화면에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열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대선 토론이 방영되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이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떤 구상과 셈법을 갖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의 결과는 미 국내정치 전반은 물론 북한 핵 문제,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북한 수뇌부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지난 몇 달간 단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매일 미국 대선 관련 보고를 받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am sure the leadership getting regular reports on..”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 그리고 그 해 6월 판문점에서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게다가 두 정상은 지난 2년간 상대방의 생일과 경축일 등을 포함해 28번 이상 친서를 주고 받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최고 지도자끼리 마주 앉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려 할 것이라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I think he prefer Trump because he is known quantities..”

실제로 북한에서 대남, 대미 관계를 총괄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7월10일 담화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자 즉각 완쾌를 기원하는 위로전문을 보냈습니다.

북한에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그가 당선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쌓은 친분을 활용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또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와 처음부터 다시 핵 협상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내버려두는 전략으로 일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어렵게 쌓아놓은 1,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마저 허물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have not heard Biden or any of his advisers, make a case for a return to ‘strategic patience.’

장점도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 역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용의를 밝힌 점입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10월 22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는 조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On the condition that he would agree that he would be drawing down his nuclear capacity…”

이는 비핵화가 전제된다면 트럼프식 정상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조정관] “In other words he would continue to carry out the Trump policy of summitry in order to achieve progress toward…”

바이든 후보의 입장은 북한이 핵 감축에 나서면 정상회담의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것이고, 정상회담을 할 경우에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 ‘빅 딜’과는 달리 ‘스몰 딜’, ‘단계적 비핵화’의 신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이 조금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과의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할 것이라고, 스콧 스나이더 국장은 전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Probably first thing happen Kim Jung-un send message..”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미-북 관계가 순조롭게 풀릴 경우 양측은 종전 선언과 미-북 비핵화 협상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 등을 동결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를 ‘스냅백’ 방식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CNI)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There is a lot both side offer, they put ICBM test free,,,”

스냅백 방식이란 조건이나 기한을 정해놓고 제재를 풀었다가 이를 위반하면 다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평양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북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을 보아가며 대응할 것이라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Wait and see notion, Biden take hard line and take action accordingly…”

문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정책 재검토에 시간이 걸리면서 한반도 정책이 내년 봄이나 돼야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민주당 정권이 새로 진용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관망세를 취하지 말고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 should be important for North Korea take lead, take advantage, not just sit back and wait…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트럼프가 이기든 바이든이 이기든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빨리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어느 경우든 북한은 시간이 없습니다. 대북 제재 장기화, 코로나, 역대급 수해 피해로 시간이 없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야만 하기 때문에,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북한은 협상이 지연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봐야죠.”

북한 수뇌부가 미국 대선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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