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 선박에 대한 불법 환적 등 대북 제재를 위반한 선박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 미 법무부 부차관보가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선박은 물론 제3국인 선박의 몰수로 법 집행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크리스천 포드 전 미 법무부 부차관보는 30일 향후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 위반 선박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9년부터 올해 초까지 재직하며 대북제재 위반에 따른 법 집행에 깊이 관여했던 포드 전 부차관보는 이날 미 해군지휘참모대학이 해상 대북제재 이행을 주제로 연 화상대담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포드 전 부차관보는 “대북제재를 위반한 와이즈 어네스트호 몰수 최종판결로 미국 정부의 법 집행이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포드 전 차관보 “불법환적 단속, 강제집행 노력 강화”
앞서 미 국방부와 법무부는 적성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공표하면서 범죄책임의 근거가 되는 귀책사유 규명에서 더 나아가 법적 처벌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향후 해상에서도 유사한 접근법을 취할 것인지 묻는 VOA의 질의에 포드 전 부차관보는 “귀책사유 규명과 강제집행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사이버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흥미로운 주제”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포드 전 부차관보] “On the cyber, that's an interesting, interesting point you raised. In the public press release, the FBI made it clear that if you thought that we were going to stop at the Wise Honest, that's not the case… I think you're going to see, I would expect based on that additional efforts at implementation.”
그러면서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5월 또 다른 대북제재 위반 선박인 커리저스호에 대한 몰수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공개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포드 전 부차관보는 이는 앞으로 미국이 해상 영역에서도 법 집행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발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2019년 북한 석탄 2만 5천t을 불법 운송한 협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압류한 뒤 법원의 승인을 거쳐 매각했습니다.
또 지난 5월 미 연방검찰은 2019년 위치추적장치를 끈 채 북한 선박 새별호에 150만 달러 상당의 석유를 불법 환적하는데 사용된 싱가포르인 소유 선박 커리저스호에 대한 몰수절차에 착수했습니다.
“미 금융망 거래가 국내법 적용 강제집행 핵심 근거”
포드 전 부차관보는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경우, 범죄자들이 미국의 금융망에 접속해 거래했다는 점이 미국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 포드 전 부차관보] “Essentially operating a vessel to ship coal and is using US dollar payments that are going through bank accounts and New York to fund that illicit activity. It's extraterritorial. But it's still, I think the way to think of it is, still a crime committed on US soil because of the fact that they use deceptive practices to gain access to the banks here.”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미국 영토 밖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뉴욕의 금융망에 접속해 거래한 사실은 미국 영토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된다는 설명입니다.
포드 전 부차관보는 지금까지 북한 불법 환적 단속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묻는 질의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진전 속도를 둔화시켰다는 2019년 국가정보 국장(DNI)의 평가를 인용했습니다.
“위험 감수 제3국인 선박 겨냥 몰수확대 필요”
다만 “북한의 불법 환적에 대한 제재 이행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북한을 돕는 외국 범죄자들의 위험 감수에 따른 보상비용도 높아지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오히려 범죄를 더욱 부채질하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포드 전 부차관보는 이 같은 측면 때문에 단순히 북한 국적의 선박을 압류하는 법적 절차만으로는 큰 변화를 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포드 전 차관보] “I’ m not so confident that taking a North Korean vessel out of action would necessarily cause a massive readjustment in North Korea's behavior… I think, in particular with the courageous actors within the maritime industry sector who are willing to accept the risk of assisting North Korea...”
따라서 미국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제3국인 선박의 몰수까지 단행할 때 향후 범죄행위에 대한 억제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부터 유엔 대북 해상제재 실시…귀책사유 수집에 초점
북한의 불법 환적을 단속하는 근거가 되는 유엔 대북 해상제재는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에 따른 조치입니다.
현재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7개 나라가 일본을 거점으로 북한 선박 불법환적 단속을 위한 군사작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8년 P-3C 해상 초계기로 중국 상하이 앞 바다에서 도미니카 선적 유조선과 북한 선박이 환적하는 장면을 포착하는 등 꾸준히 감시를 강화해 왔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월간 활동보고서에서 지난 2018년에서 2020년 3월까지 자위대 초계기에 의해 24건의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정황이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3월말에는 프랑스 해군 구축함 '프레리알'호가 동중국해에서 불법 환적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해 유엔 안보리에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국제적 단속은 귀책사유 증거수집에 초점을 맞춰왔고, 실제 관련 선박에 대한 강제집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영해-근해 상 단속에 한계…중국 미온적 반응
특히 중국 영해나 근해에서 활동하는 불법 환적 선박에 대해서는 단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국 공군 전투기는 지난 2018년 10월 한반도 주변 상공에서 북한 선박을 감시하던 캐나다 해상초계기에 근접 위협 비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자국 영해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 활동을 방조하고 있는 점을 줄곧 항의했지만 중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그쳤습니다.
포드 전 부차관보는 이날 중국 영해 또는 근해에서 일어나는 불법 환적에 대한 단속이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선 양국간 협상을 통해 풀어야할 사안”이라며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