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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미국의 새 대북정책: 북한의 계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9일 평양에서 열린 6차 당 세포비서 대회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9일 평양에서 열린 6차 당 세포비서 대회에서 연설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이 정책을 어떻게 보는지, 미-북 대화가 재개될지, 북한의 계산을 살펴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4월 30일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월 2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적대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 “Our policy towards North Korea is not aimed at hostility. It's aimed at solutions.”

`워싱턴 포스트' 신문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 발표에 앞서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발표된 내용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뭘 할 것인지 알 수 없는 북한으로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Silence, Because they really don’t know what Biden administration going to do…”

실제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와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합쳐 봐도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이에 따르면 새 대북정책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한다는 겁니다.

또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했던 일괄타결(grand bargain)이나, 과거 오마바 행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도 배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북한의 특정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완화(relief)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 선택적으로 대북정책을 조심스럽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My assessment is the administration has purposefully begun to roll out its review in a very kind of cautious, selective way… I think it wants to preserve its negotiating options.”

북한 측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꼽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점진적 비핵화를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도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입니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비핵화를 이뤄나간다는 것은 북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워싱턴 포스트' 와의 인터뷰를 통해 싱가포르 합의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가진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 내용입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유지한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They did acknowledge that the Singapore statement would be something that they would build on…”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조치를 많이 취했습니다. 만일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파기 또는 무시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처음부터 다시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 해도 반대급부로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가 분명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상응 조치, 당근, 반대급부 등으로 표현되는 보상책은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요인입니다.

기본적으로 비핵화 협상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보따리를 맞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물질과 핵시설, 그리고 핵무기를 내놓고 미국은 그 대가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그리고 미-북 관계 정상화라는 선물 보따리를 주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사찰과 검증을 통해 이같은 주고받기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핵 협상이 이뤄지려면 북한이 내놓는 핵 보따리와 미국이 대가로 제공할 선물 보따리의 가치가 비슷해야 합니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10월 미-북 제네바 합의부터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까지 크게 세 차례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양측의 선물 보따리가 균형을 이룰 때는 비핵화가 진전됐고, 그렇지 않을 때는 회담이 결렬되거나 공전됐습니다.

예를 들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미국과 북한은 영변 핵시설 동결과 폐기를 대가로 매년 중유 50만t과 경수로 2기, 그리고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했습니다.

반면 200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5개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밀 핵시설은 물론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요구해 회담은 결렬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겠다면서 북한에 대한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특정 비핵화 단계에서 완화(Relif)를 제공할 수 있음을 내비친 정도입니다.

켄 고스 국장은 반대급부가 분명하지 않으면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를 이루려면 분명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y wanna know what US will put on the table…”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을 보따리의 등가성 못지 않게 선물을 주고받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선 비핵화, 후 상응 조치’를 주장해왔습니다. 먼저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이를 검증, 사찰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제재 완화는 비핵화가 이뤄진 다음에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핵화가 진전을 이루지 못한 한 가지 이유가 됐습니다. 단적인 예로, 2018년 7월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은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1박2일 간 총 9시간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폼페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북한은 미국이 아무 것도 내놓지 않고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순서는 물론 검증과 사찰의 범위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5월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미-한 정상회담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상회담에서 이뤄지는 합의와 언급을 보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면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기 위한 유인책을 갖고 중재 노력을 할 것이고, 그러니까 김정은도 5월 21일을 주목할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장기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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