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과 대북 인도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 관여할 의사가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풀이했습니다. 또 인도주의적 지원과 비핵화 협상을 연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제언 등이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두 달 만에 서울을 찾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협의하면서 지원 가능한 분야로 보건과 감염병 방역, 식수·위생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구체적 지원 방안이 논의된 것은 양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 지원을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가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at's not new, but it's I think it's useful to remind North Korea of that fact, especially now that the exercise is winding down, and it sends I think a useful signal to the North Koreans of US intentions and ROK intentions.”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끝나가는 현 상황에서 북한에 미국과 한국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인도주의적 지원 의사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 think they’re handling these issues, quite separately, the issue of humanitarian assistance on the one hand and the nuclear issue on the other. It's one thing to have a discussion, but it's a very, very different thing to have a discussion about denuclearization.
북한 정권은 인도적 지원과 비핵화를 완전히 별개로 다룬다는 설명입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한 담당국장은 인도 지원과 북한과의 협상을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I am worried that we're sort of getting ourselves back into the Leap Day deal conversation. That was I think one of the last times where we linked humanitarian aid and the denuclearization talks. And that didn't go well either.”
2012년 2월 29일 미-북 합의 대화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겁니다.
당시에도 인도적 지원과 비핵화 협상을 연결지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루지에로 전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과 마찬가지로 협상이 실질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시기에 상황을 진전시킬 수는 있지만, 그것이 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Just because we're doing humanitarian aid, it doesn't mean that that's going to represent some kind of breakthrough and negotiations, because it's not something that the US or South Korea side is providing to North Korea, as an incentive to return to the negotiations.”
인도주의적 지원을 했다고 협상의 돌파구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북한이 체면을 잃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 한국의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e North Koreans would like to be able to accept if they can do it in a way that doesn't really make them look weak. So I think they're willing to possibly take some stuff, but to try to extrapolate this and say that this is a point of leverage on their nuclear program. No way.”
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북한 핵무기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잘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과거 미국 국방부에서 북한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이 구체적으로 대북 지원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해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I don't think that this suggests that there are any indications that North Korea's willing to come back to talks, or willing to accept aid. ...because the two sides, the US, South Korea have to try to find progress.”
북한이 대화에 나오거나 지원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으며, 미국과 한국이 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고심을 한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의 신뢰를 얻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언제 어떻게 관여를 시작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국장은 성 김 대표의 방한이 26일 종료될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북한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번 방한에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 지원 방안을 협의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 관여하는데 있어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녹취: 노퍼 선임국장] “I do see a creative aspect to it in the sense that they're talking about really very specific to North Korean humanitarian need.”
북한의 인도적 필요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측면에서 창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녹취: 노퍼 선임국장] “This seems to be a calculated and thoughtful approach to North Korea and let's see if North Korea seize upon it.”
노퍼 국장은 이는 북한에 대한 계산된 신중한 접근법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이 기회를 잡을지 지켜보자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부분 진행되는 8월 미한 연합훈련에 불만을 표시하고 협박을 했지만 군사적 도발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All the North Korea threats about what they would do if the US and the ROK conduct the joint tabletop, computer exercises. So far all those threats have proved to be empty. And to me that indicates that North Korea really does want to resume the nuclear talks. And it's just a question now of finding what the right package is for them to say ye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은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수락할 수 있는 적절한 ‘패키지’를 미국이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