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다음주로 68주년이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긴 세월을 기다린 한국전쟁 포로와 실종자 가족들은 미-북간 유해 송환 논의가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만약에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만약에 관계가 달랐더라면, 그리고 만약에 전쟁에서 돌아왔더라면.”
전장에서 실종된 남편을 가슴에 품고, 그의 생환을 평생 기다리다 숨을 거둔 어머니는 한번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가 아버지를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면, 그리고 아버지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더라면 나와 가족의 삶이 어땠을까?
올해 74세인 리처드 다운스 씨가 지난 2016년 북한을 방문해 대동강을 바라보며 떠올렸던 질문들입니다.
미 공군 조종사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북한에서 실종된 아버지 홀 다운스 중령의 유해를 찾기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미군포로.실종자가족협회 다운스 회장은 당시 방문길에서 아버지의 전투기가 추락했던 평양의 북서쪽 지점을 방문했습니다.
[녹취: 리처드 다운스 회장] “We don't know what happened to him. But we know kind of where his plane went down in the area is on the approach to the airport in this is not that where the airport is. And so we actually flew over and I was able to look down on the area where my dad's plane went down. And that was the closest I've been to him in a sense since I was three years old. That was very powerful..”
당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전투기가 추락했던 지점을 내려다 봤을 때의 느낌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다운스 회장은 이에 대해 세살 때 헤어진 아버지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합니다.
다운스 회장은 당시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북한 당국과 만남을 가진 후 인도주의 차원에서 미군 유해 송환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줄 것을 백악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018년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성과로 미군 유해를 담은 55개 상자가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다운스 회장은 당시 하와이 히컴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송환식에 한국전쟁 포로.실종자 가족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당시 유해 송환식에서 “이들 영웅이 절대 잊히지 않았음을 증명했다”며 “전사한 영웅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의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3월 이후 미-북간 관련 논의가 중단된 현재 포로들과 실종자들의 가족들은 안타까운 심경입니다.
다운스 회장만 하더라도 아버지의 생사 확인은 물론 유해도 발견하지 못한 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이미 고령의 나이가 됐기 때문입니다.
1998년 설립된 한국전쟁과 냉전 포로.실종자가족협회는 미국 내 유일한 한국전 전쟁포로와 실종자 가족들의 협의체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와 정보를 공유하고 연례 브리핑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다운스 회장은 두 나라의 논의가 재개되길 바란다면서도 민간 차원의 노력이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해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문서가 기밀 유지 상태라며, 기밀을 해제해 전장에서 싸우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처드 다운스 회장] “We're trying to get documents declassified American documents, POW debriefings and intelligence reports from the war, we're trying to get those declassified, many of them are still classified, believe it or not. And we're trying to gain access to those because they could give us a lot of information on where some of these men were seeing and what might have happened to them…”
다운스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북한이 외부와 단절해 있지만 북한이 준비가 됐을 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미 정부 당국과 의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운스 회장은 회원 가족들을 위해 단체 웹사이트에 관련 진행 사항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체의 ‘2021 뉴스서한’에 따르면 117차 의회에서 지난 회기에 발의됐던 ‘우리 영웅을 집으로 데려오기 법안(BOHHA : The Bring Our Heroes Act’을 다시 상정하기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말 처음 발의된 이 법안은 실종된 미군 요원과 관련 문서의 광범위한 기밀해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 법안’은 한국전쟁 포로와 실종자 확인 임무를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지정해 미-북 정부간 논쟁에서 독립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뉴스서한에 따르면 지난해 초 한국전 당시 북한에서 싸우던 미군이 옛 소련으로 이송됐는지 여부에 대한 증거 검토가 임박했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뉴스서한을 작성한 도나 녹스 변호사는 한국전쟁에서 싸우다 실종된 병사들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70여년 동안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의 갑갑한 심경, 그간의 어려웠던 상황과 현 DPAA 국장의 노력들을 언급했습니다.
녹스 씨는 다운스 회장의 여동생으로 1952년 1월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접한 평범한 미국인 가족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녹스 씨는 서한을 마무리하며 실종자 가족들이 수 십 년 동안 겪었던 고통스런 질문에 의미 있는 답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보고서는 향후 몇 주, 몇 달에 걸쳐 실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모른다는 것, 죽었더라도 유해조차 찾지 못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비극이자 충격이라는 다운스 회장은 가족들의 소원은 미군 포로와 실종 병사들의 유해라도 집으로 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로 96세가 됐을 아버지를 만난다면 그저 안고 싶을 거라는 다운스 씨.
아버지의 유해를 어머니 곁에 묻고 언제든 찾아가 인사를 전하고 오늘 하루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리처드 다운스 회장] “I would just want to old him… it would be nice to bring my father and put my bring my father My mother together again, even if it is and and have a headstone where we can go and say Hi, Mom. Hi, dad. I had a hard day today.”
다운스 회장은 DPAA와 함께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갖지 못했던 연례 브리핑 행사를 다음달 초 워싱턴 디씨에서 연다고 밝혔습니다.
DPAA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에서 실종된 미군 7천699명 가운데 북한 지역에만 5천300여 구가 묻혀있으며 이 중 평안북도 운산군, 청천강 일대에 1천495 구, 장진호 일원에 1천24 구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