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한편 대북정책 검토 결과도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9일 아이슬란드에서 북극이사회 장관회의를 계기로 별도로 만났습니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이번 회담에 대해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양국 관계를 갖기 위한 노력”이라며, “블링컨 장관이 이란과 북한, 기후변화, 전략적 안정 등 이해가 맞물리는 분야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이에 앞서 블링컨 장관이 지난 12일 라브로프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 외교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 리 우드로 윌슨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19일 윌슨센터가 주최한 ‘북한-러시아 관계’ 화상대담에서 “아이슬란드에서 열리는 미-러 회담에서 대북 다자외교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 국장] “I think what will be interesting to see is if something comes out of these talks in Iceland about a more multilateral engagement with N Korea.”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군사적 마찰과 러시아의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으로 현재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두 나라의 이익이 교차하는 부분이지만 실질적인 협력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양국 갈등 속 협력 어려워”... “러시아, 미국 주도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대항”
러시아 출신인 한국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윌슨센터 화상대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또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대립하고 마찰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북 핵 다자외교가 재개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란코프 교수] “Now when we have the current level of confrontation between China, Russia, the U.S. I can’t see the multiparty diplomacy coming back right now because with the current level of friction it’s difficult to cooperate. It was not easy when relations were so much better.”
란코프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훨씬 좋았을 때도 북한 문제와 관련한 협력은 힘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가 적고, 북한도 중국보다 러시아를 덜 위협적으로 여기고 있어 앞으로 러시아가 북 핵 외교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러시아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대부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국가안보와 정권유지에 핵심적이기에 포기는 ‘집단자살’과 같은 것으로 러시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란코프 교수는 1980년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했습니다.
러시아, 북한, 이란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19일 VOA에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현재의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동맹인 한국과 일본 보다는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f you’re going to stick with pressure which is what the basic U.S. policy toward N Korea is, you need Russian and Chinese cooperation, but obviously you don’t have a good relationship with either of them. So therefore that policy won’t work.”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모두와 관계가 안 좋기 때문에 두 나라의 협조를 얻기는 힘들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싶어하는 나라이며, 러시아의 안보 문제도 아닌 미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줘서 자유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미국은 러시아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제 현안들에 집중할 여력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도 협력 의사 있어”... “북한 비핵화에서 중-러와 협력해야”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했던 러시아 출신의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조지타운대 교수는 19일 VOA에 “러시아는 추락하는 대미 관계에 제동을 걸 방법을 찾으려 하며, 두 나라 간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분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꼽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만수로프 교수] “The Kremlin regards the Korean nuclear issue as one of those areas where they can put the bottom in this sinking U.S.-Russian relationship and jumpstart the bilateral cooperation by trying together to convince the N Korean government to start the denuclearization process.”
러시아는 북한 정부가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도록 미국과 함께 설득에 나서려 한다는 것입니다.
만수로프 교수는 러시아도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협상 과정 참여를 원한다며, 미국이 다자협상에 러시아를 초대하고 긴밀히 상의하면 러시아의 협력을 잘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추진하는 반면 러시아는 조건적, 상호적, 불가역적 비핵화를 원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고, 만수로프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별보좌관도 앞서 VOA에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미국의 대북 관여 노력을 방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미국과 중국 관계,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현 주소와는 상관없이 북한 문제에서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Of course it’s more difficult when relations are highly adversarial, but it’s important to try to carve out an area to cooperate.”
아인혼 전 특보는 관계가 적대적일 때 협력이 더욱 어렵긴 하지만 그럼에도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