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현실화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동맹관계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1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8천500여 명 중 4천 명 인력에 대한 강제 무급휴직을 시행했습니다.
11차 미-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SMA 타결이 지연되면서 임금 지급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인데, 1991년 첫 협상 이래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필수인력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해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이런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라는 지적입니다.
데이드 맥스웰 "동맹 관계 비극적인 날...불필요한 자해 행위"
"한달 이상 시행될 경우 대비태세 직접적 타격"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31일 VOA에 “동맹관계에 있어 정말 비극적인 날”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북한의 잠재적 도발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해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think it is an unnecessary self-inflicted wound. Now is not the time to be furloughing workers and doing anything to undermine the strength of the Alliance, given the corona Corona virus threat, as well as potential threats from North Korea.”
무급휴직이 한 달 이상 시행될 경우 당장 숙련된 한국인 근로자를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대비태세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고, 날이 갈수록 동맹관계 전반의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주한미군 주요 시설 공사 등의 차질도 불가피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미-한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 규모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올해 방위비로 전년보다 4배 이상 증액된 40억 달러 안팎의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은 10% 안팎의 인상을 고수해왔습니다.
특히 한국 측은 주한미군 무급휴직 문제의 조건부 타결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며 총액 타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중-러 세계 패권 경쟁 셈법 반영"
다코타 우드 "트럼프, 무임 승차 문제 해결 촉진제 역할"
전문가들은 미국의 방침에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의 역할에서 탈피해 공정한 분담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패권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셈범이 반영됐다고 설명합니다.
국방부 산하 총괄평가국 분석관 출신인 다코타 우드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말 VOA에,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종래 볼 수 없던 방식이며,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우드 선임연구원] “The four previous presidents since Reagan, we haven't seen this kind of reaction. So it appears in the mind of somebody like President Trump, that you have to be outrageous in your demands. You have to threaten some kind of consequences before behavior changes and so it causes a lot of friction….”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동맹의 `무임승차’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경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협력국가로 분류됨에 따라, 북한 외에 중국을 견제할 목적에서 새로운 셈법을 분담금에 적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은 기존 한국인 근로자 임금, 미군 기지 내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 외에 ‘대비태세’ 항목을 새로 만들어 미국의 한반도 순환배치, 역외 훈련비용, 장비와 이동 비용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비용 기반 접근법, 파국 맞이 할 것"
"협상 장기화 시, 주한미군 철수 논의 꺼내들 가능성"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 동맹관계에 기반한 집단안보 대응 보다는 비용 기반의 잘못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계속 같은 입장을 견지할 경우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As long as we keep talking about the wrong thing, making it a payment for services rendered instead of a treaty and Alliance relationships that are decidedly inside the vital interest of both of our countries then we're not going to get to a happy place in these negotiations.”
특히 그렉슨 전 차관보는 협상이 장기화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논의를 꺼내는 극단적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미 대통령 셈법 변화만이 타결 가능성 높여"
"미 유권자 무관심, 대통령의 역내 안보인식이 장애 요소"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은 양국 정상이 아닌 한국 국회와 미국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분담금 비준 권한이 있는 한국 국회가 인상 금액에 동의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 변화 만이 타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rump is surrounded by pretty weak Secretary of State and Secretary of Defense and National Security Advisor, People that are really not prepared to challenge Trump. And I don't think the American public pays any attention to these kinds of detailed technical issue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의 유권자들은 방위비 분담금 같은 기술적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북한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협상 타결을 위한 셈법 전환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