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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독려 “열악한 전력, 의료장비 수급 등 문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지난 3월 북한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지난 3월 북한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북한 당국이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거의 매일 독려하고 있지만, 건설 자재 수급 상황이나 의료장비를 어떻게 채울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진의 낮은 임금으로 인해 만연된 만성적 부패와 열악한 전력, 약품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병원이 개원해도 의료환경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평양종합병원 건설 계획의 진척은 자재와 설비 보장에 달려있다며 빠른 완공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달 전 당 창건 75주년이 되는 10월 10일까지 병원 건설을 끝내야 한다고 선언한 뒤 의료 서비스의 지능화·정보화·현대화를 강조하며 전방위적으로 완공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장기간 북-중 국경 봉쇄로 북한 당국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자재와 장비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건물 완공 뒤 필요한 최신 의료장비를 어떻게 들여올지에 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미 하버드 의대에서 국제보건학을 가르치는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은 15일 VOA에, 병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며, 매우 정교한 건축 요건에 부합해 어떻게 비싼 의료장비를 채워 넣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This is not just building, a hospital has to have very sophisticated building requirements, as well as, you know, very expensive equipment. So, it remains to be seen how they will equip it you know how it will be, filled out,”

북한은 의사와 간호사가 풍부하기 때문에 인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의료장비 수급을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박 국장은 또 의료장비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는 지금까지 외부 민간단체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북한 정부가 면제 요청을 하는 매커니즘은 현재 없기 때문에 외부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There is currently no mechanism for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seek an exemption through the Sanctions Committee…”

박 국장은 외부에서 의료장비 지원과 의료진을 교육할 의향이 있는 국제단체들이 있지만, 북한 당국이 협력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경로를 통해 의료장비를 수급하지 않는 한 암시장 등 비전통적인 경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뒤 자강력으로 병원을 완공하고 경제난을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었습니다.

미국에 망명한 전직 북한 노동당 39호실 관리는 VOA에, 북한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연결망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의료장비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평양의 기존 병원들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드는 근본 환경이 변해야 평양종합병원도 빛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전 39호실 간부] “김정은도 그렇고 김정일도 자신의 업적을 위해 평양에 병원을 많이 지었습니다. 병원이 없어서가 아니고 제대로 가동이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의사) 선생들이 배급이나 월급으로 못 살아 갑니다. 선생들의 월급이 1달러도 안 되는데 어떻게 살아가요. 환자들한테 뇌물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요.”

아울러 “전기가 뿌옇게 온다”고 할 정도로 열악한 전력 사정과, 평양시민 대부분이 장마당이나 개인으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약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1960년 헌법 72조를 통해 “공민은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무상 의료와 치료를 선전하고 있지만, 1990년대 경제 기반이 무너진 뒤 90% 이상이 자비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지적합니다.

신희영 한국 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앞서 보고서에서 북한의 “의사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진료시간 외에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는 등 의료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평양 출신으로 해외 파견업체 지배인을 하다 제3국에 망명한 켄 씨는 14일 VOA에, 평양 시민이 CT 촬영을 하려면 적어도 1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며, 평양종합병원이 개원하면 시민보다 의사들이 더 반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씨] “CT가 보통 100불입니다. 뇌물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직업이 의사입니다. 북한은 부패가 없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새로운 의료 설비가 100개, 1천 개 생기든 이용 가치가 없어요. 부패가 너무 심해서. 또 전압이 220V라서 정확한 220이 들어와야 하는데 180, 190 이렇게 들어오다 보니, 기계가 타 버립니다. 전기 때문에 기계가 고장 나는 확률도 엄청 많아요. 또 망가지면

대체할 부품도 없고, 셋째로 유학한 사람이 적다 보니 기계를 잘 다룰 수 있는 인재도 별로 없어요.”

평양 출신으로 미국 연방정부에서 일하는 조모 씨는 “병원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만, 평양시민들 입장에서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사치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모 씨] “물론 새로 병원을 지으면 디자인이나 외형은 멋있어지겠죠. 평양에서 제일 인정받는 병원이 적십자병원과 평양의대 병원인데, 그 병원도 들어가 보면 한심하거든요. 시설이 낙후해서. 근데 문제는 낙후해서가 문제가 아니라 병원은 있고 공짜로 받을 자격도 있는데, 하나도 못 받고 있다는 게 문제거든요. 너무 사치가 아닐까? 지금 있는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수만 있다면, 그것만 해도 평범한 서민으로서 더 바랄 게 없겠죠. 아이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현재 보건의료 기관이 9천 76개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진료소를 제외한 병원이 평양에 적어도 수 십 개에 달한다고 평양 출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평양 의료 상황에 정통한 서방국의 한 관계자는 VOA에, “평양의 일부 병원에는 좋은 의료장비가 있지만 진단 능력과 대체부품 공급 능력이 없는 게 문제”라며 “중앙통제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평양종합병원이 생겨도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재미한인의사협회 박기범 국장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평양에 옥류아동병원, 류경안과종합병원 등 시설이 좋은 병원들이 개원했고 전력 사정도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국장은 평양종합병원이 개원하면 시민들의 건강 증진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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