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로 추정되는 평양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구글 ‘검색어’들이 대거 확인됐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검색어와 정보기술(IT) 관련 용어들이 주를 이뤘고, 최근 미국의 성인물 웹사이트에 대한 검색도 급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최다 검색어는 ‘트랜슬레이션’ 즉, ‘번역’이었습니다.
VOA가 전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의 검색어 분석 서비스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지난 5년간 북한 내 인기 검색어와 주제 등을 분류한 결과, 18일 현재 ‘번역’이라는 단어가 가장 빈번하게 입력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인터넷에는 구글 등 여러 회사가 제공하는 번역 프로그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구글 검색창에 넣으면 ‘구글 번역기’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북한의 인터넷 사용자들도 외국어 번역을 위해 ‘번역’을 검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의 영문명인 ‘노스 코리아’는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터넷에서 ‘북한’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혹은 국제 뉴스 등에서 북한과 관련된 소식을 찾기 위한 활동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밖에 ‘구글’과 ‘다운로드’, ‘뉴스’ 등이 5위권에 들었습니다.
또 인터넷 주소, 즉 도메인을 의미하는 ‘닷컴(.com)’과 휴대기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문의할 때 사용하는 단어인 ‘하우 투(how-to)’ 그리고 ‘영어(English language)’와 ‘미국 달러(United States Dollar)’가 6위부터 10위에 포함됐습니다.
구글 트렌드는 갑자기 검색이 증가한 단어에 대해서도 따로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집계에선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라는 인터넷 웹사이트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스택 오버플로우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웹사이트로, 북한에선 2016년 8월부터 2018년 7월 사이 주기적으로 검색이 크게 증가했다 사라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인 ‘PHP’와 ‘C++’가 각각 3위와 11위에 오르고, 컴퓨터 인터넷 코딩과 관련된 웹호스팅 서비스 ‘깃허브(Github)’가 19위에 오르는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검색이 두드러졌습니다.
정보기술과 관련이 없는 검색어로는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이 2위에 올랐습니다.
또 ‘미국’이 4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는데, 미국에 대한 검색빈도가 크게 높아진 시점은 2019년 7월 넷째 주와 2015년 6월 셋째 주, 2016년 9월 셋째 주 순이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미국’에 대한 검색이 급증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한반도 주요 사안들을 대입해 보면 지난해 7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몇 주 뒤 시점이었고, 2016년 9월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있던 달입니다.
검색 시점을 지난 1년 동안으로 보면 일부 흥미로운 단어도 볼 수 있었는데, 미국의 성인물 웹사이트 이름이 2019년 한 해 동안 검색이 급증한 검색어 순위 3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미 사이버 업체 ‘레코디드 퓨처’는 북한 내 인터넷 사용량이 최근 3년 새 300% 이상 급증했으며, 평일 업무시간대 인터넷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구글 트렌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북한에서 인기있는 검색어를 공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구글 트렌드에 나타난 검색어와 빈도수, 주제 등이 북한 주민들의 관심도를 다 반영하진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이 철저히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미디어 분석 업체 ‘위아소셜’과 캐나다의 미디어 관리 플랫폼 ‘훗스위트’는 최근 공동 보고서를 통해, 개인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유일한 나라로 북한을 꼽았습니다.
마틴 윌리엄스 미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이 외국 문화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인터넷을 통제해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연구원] “They really have done a great job so far….”
그러면서 이런 통제가 중요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북한 정권이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윌리엄스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구글을 통한 검색은 북한 내 소수 엘리트 계층과 컴퓨터 관련업 종사자, 혹은 평양주재 외국인 등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구글 트렌드 역시 검색이 이뤄진 지역을 ‘평양’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