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납치된 자신의 딸과 다른 일본인 납북자 구출 운동에 앞장섰던 요코타 시게루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는 고인이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 씨가 5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2018년 지병으로 일본 가와사키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지 2년여 만입니다.
요코타 씨는 1977년 실종된 뒤 나중에 북한으로 납치된 것으로 밝혀진 메구미의 아버지로, 지난 40여 년 동안 북한에 납치된 딸과 다른 일본인 납북 피해자 구출 운동에 힘써 왔습니다.
특히 1997년에 ‘납치피해자가족회’가 결성된 뒤 이 모임 대표를 맡아 일본 전역을 돌며 납북자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1천 400차례가 넘는 강연을 펼쳐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요코타 씨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HRNK 성명]”We are saddened to inform you that Mr. Yokota Shigeru, father of Ms. Yokota Megumi, passed away today. He was 87 years old. Mr. Shigeru Yokota and the Yokota family never relented in their quest for truth and justice. It is truly tragic that Mr. Yokota passed away before finding closure regarding the abduction of his daughter by North Korea’s Kim regime. We wish to express our heartfelt condolences to the Yokota family.”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요코타 씨가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인과 가족들이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북한 김 씨 정권이 자행한 딸의 납치 사건이 종결되기 전에 고인이 세상을 떠난 것은 매우 비극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977년 11월 15일, 당시 13살 소녀였던 메구미는 니가타현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실종됐습니다.
처음에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1월에 일본에 망명한 북한 공작원의 폭로로 메구미 씨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 당해 평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2004년에는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며 유골을 일본 측에 넘겼지만 감정 결과 가짜 유골로 드러났습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인 납북자 수는 모두 17명입니다.
이 가운데 5명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송환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나머지 12명에 대해 8명은 숨지고, 4명은 아예 북한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2014년 5월 말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7월 4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일본은 이에 맞춰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늦어도 초가을까지 초기 조사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후 양국 간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9일‘2020년 외교청서’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는 일본의 주권과 생명,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인 동시에 국제사회 전체의 보편적 문제인 기본적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교정상회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여러 차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며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계속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