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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실종 희생자의 날…“북한, 납북자 문제 해결해야”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사건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가 임진각에서 아버지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사건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가 임진각에서 아버지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8월 30일은 유엔이 지정한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입니다. 유엔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강제실종 자체를 부인하며 국제사회의 생사 확인과 소재 파악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은 지난 1960년대와 1970년에 동해와 서해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어부들을 납치해 끌고갔습니다.

납북 어부 가운데 한 명인 박동순 씨의 딸 박연옥 씨는 지금까지 아버지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녹취: 박연옥 씨] “저희 아버지는 박동순 씨고요. 1971년 1월 6일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 중에 납치를 당하셨습니다. 그 뒤로 한 번도 소식을 못 들었고, 생사불가라는 대답만 들은 상태고요.”

박 씨는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가 힘들다면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969년에는 강릉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피랍되면서 승무원과 승객 50명이 납북됐습니다.

국제사회의 거센 항의로 39명이 송환됐지만 나머지11명은 돌아오지 못했고, 그 가족들은 50년이라는 긴 기다림의 고통 속에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며 가족 송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가족회’ 대표는 지난해 2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자신의 아버지를 포함한 납북 피해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50년간 아무런 이유 없이 강제 억류된 우리 가족들이 아직도 송환되지 않았음을 알리며, 국제사회의 원칙과 질서에 따라 송환을 이룰 수 있도록 요구합니다.”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황인철 대표가 지난 2018년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황인철 대표가 지난 2018년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

강제 실종이란 국가기관이나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된 후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실종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이 1950년 이후 다른 나라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납치함으로써 대규모 강제실종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COI는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어린이를 포함해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한국전쟁 중 약 10만 명의 한국민을 납치하고,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3천835명을 납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516명이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일본과 중국, 레바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의 국적자를 대거 납치하는데 관여했고, 최근에는 최근에는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납치하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지속적으로 납북 피해자들에 대한 생사 확인과 소재 파악을 북한 당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유엔 인권 보고관들이 북한에 서한을 보내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들의 송환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강제실종 자체를 전면 부인하며,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일본 도쿄 주미대사관 앞에서 납북자 가족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와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 일본인납치피해자가족회 이즈카 시게오 대표. (자료사진)
지난 2009년 일본 도쿄 주미대사관 앞에서 납북자 가족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와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 일본인납치피해자가족회 이즈카 시게오 대표. (자료사진)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8일 VOA에, 북한이 국제사회에 일원이 되려면 납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난 2002년 북한이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에게 일본인 13명의 납북 사실을 인정하고 5명을 송환한 사례를 상기시키며, 이 같은 긍정적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안타깝지만 한국, 일본, 루마니아 등 14개국 납북자가 있지만 아직 북한 정부는 명백하게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21세기 문명국에 합류하려면 이 납북 이슈를 명백하게 투명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유엔은 지난 2010년 12월 채택한 결의를 통해 매년 8월 30일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8일,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에 즈음한 VOA의 납북자 관련 논평 요청에 각국 정부들은 강제실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제실종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실종된 사람들의 생사를 밝히며 모든 사람의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 서면 논평]”Governments must put an end to enforced disappearances, hold accountable those responsible, reveal the fate of loved ones who have been disappeared, and respect the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of all persons.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2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강제 실종 사건이 여전히 전 세계에 만연해 있다는데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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