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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문가들 "북한, 미 의회 '대북전단법' 청문회 인권공세로 여길 것"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 의회에서 오는 15일 열리는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북한이 자신들에 대한 인권 공세의 일환으로 간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도발에 나설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겠지만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하원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오는 15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을 놓고 열 예정인 청문회는 남북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등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청문회가 열리는 날은 공교롭게도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북한에서 최대 명절로 삼고 있는 ‘태양절’과 겹칩니다.

미-한 당국은 태양절을 맞아 북한이 모종의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지난달 30일 시행된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하고 있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미화로 약 2만 6천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권과 안전을 위한 조처라며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법 취지 등 관련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지만 미국 조야에선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청문회는 이 법이 ‘자유권 규약’으로 불리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침해했는지,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범위를 제한했는지 등에 대한 의견 진술과 이에 대한 평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특히 북한 정권 차원의 주민 인권 침해에 대한 증언과 비판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 인권 공세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북한은 이번 청문회를 그런 일환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마무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새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를 접은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청문회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가 강화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청문회도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 강화의 일환으로 볼 가능성이 크고요. 최근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접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선 협상 보다는 대치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청문회 자체가 북한의 도발을 야기할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으로선 청문회가 궁극적으로 자신들을 겨냥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부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그러나 도발은 보다 전략적 차원의 선택사안이라며 청문회가 당장 도발을 부를 요인이라기 보다는 미국과의 대결 장기화 과정에서 전략적 차원에서 도발의 필요성이 커졌을 때 명분의 하나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내용이 일단 만족스럽지 않고 당분간 미국과 대결구도로 가야 된다, 그런데 미국과 대결구도로 갈 때 미국에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요인을 찾게 되는데 이런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 같은 것은 광의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이다, 이런 명분으로서 도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되겠죠.”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북한이 정면돌파와 자력갱생 노선을 천명한 이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등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청문회가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강 교수는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증진을 위한 외부 사회의 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국제사회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청문회를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될 수 있고 결국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신장시키는 다양한 활동들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탈북민 출신으로 대북방송인 ‘북한개혁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철 대표는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가 북한 인권 상황과 주민들의 인권의식 신장에 미미하지만 긍정적인 기능을 해왔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미 의회 청문회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도 북한 독재는 달라지지 않고 인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러나 미미한 차원의 문제 해결은 항상 있습니다.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너무 많이 떠드니까 북한 당국도 아주 노골적이고 잔인한 인권말살을 좀 주저하게 되는 게 있습니다. 지금 미 청문회는 한 단계 업그레드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상황을 만들어 내는 데 좀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신범철 센터장은 미 의회 청문회가 한국 정부의 반대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영향력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더 커질 것이라며, 대남 무시전략이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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