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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미국 내 탈북 창업가 생애사' 논문 발표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탈북자 김 모 씨가 자신의 업소 입구에 한반도기를 걸어놓았다. (자료사진)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탈북자 김 모 씨가 자신의 업소 입구에 한반도기를 걸어놓았다. (자료사진)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 연구하는 여성이 미국 내 탈북민 창업가의 생애사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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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공부하는 여성이 ‘미국 내 탈북민 창업가의 생애사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내 탈북민 출신 창업가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미국 내 탈북민 창업가의 생애사에 대한 연구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연구는 탈북민의 독창적인 능력과 자질, 목숨을 건 탈북민들의 도전정신과 모험심이 해외 창업가의 경우 극대화 됐을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 창업가들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김신혜 씨.
미국에 정착한 탈북 창업가들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김신혜 씨.

서울에 거주하며 올해 대학원 졸업을 앞둔 김신혜 씨는 연구를 위한 해외 대상을 찾던 중 미국 내 탈북민을 만나게 됐습니다. 김신혜 씨 입니다.

[녹취: 김신혜] “2017년 4월부터 우즈베키스탄, 영국, 미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탈북 창업가 정보를 받아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창업가만 연결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약 10명 정도를 소개 받았지만, 제가 사전에 정의한 창업가 기준에 근거해 3명으로 추렸습니다. 2명은 연구 불참 의사를 밝혔고, 최종 1명을 선정했습니다. 이 분은 저와 함께 연구를 하기에 너무나 적합한 생애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이셔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김신혜 씨는 논문에서 네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창업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상속이나 증여, 모회사를 둔 프렌차이즈가 아닌 신생 사업체를 설립한 사람, 죽음의 계곡이라고 하는 창업 후 3년을 넘겨 운영한 사람, 연간 9만 달러 이상의 순수익을 창출해 본인의 사업모델 작동을 증명한 사람, 그리고 자신의 강점과 역량을 이해하고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김 씨는 이런 조건에 맞는 버지니아 거주자인 50대 탈북민 김철(가명) 씨를 직접 한 차례 만난 후 한국으로 돌아가 면담을 이어갔습니다.

2018년부터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7차례 인터뷰를 실시했는데,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김철 씨의 출생부터 현재의 삶까지 상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증언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김 씨의 삶을 생애사로 재구성했습니다.

[녹취: 김신혜] “생애사 연구방법은 개인적 삶의 특징뿐만 아니라 사회적 조건을 이해하는 연구방법입니다. Cole & Knowles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하여 보다 넓은 사회적 조건 혹은 맥락을 발견하는 창으로 생애사 연구방법을 간주하였습니다. 한 개인의 역사적 삶을 추적함으로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가 공동으로 지식을 구성하는 연구방법입니다.”

사람의 내면의 자질과 특징은 사회와의 상호작용의 산물이기에, 한 사람의 생애와 사회를 함께 들여다 보면서 상호관계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별히 김 씨로부터 공산독재국가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에 세뇌된 북한 사람이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스스로 삶의 목표를 수립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김철 씨는 자발적인 창의력을 짓밟는 북한의 교육을 거쳤지만, 군 제대 후 자신감과 자부심을 경험했습니다.

김철 씨는 “인민군 입대 전에는 자신감이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훈련을 쐬고, 모든 데서 극복하는 능력, 인내심 그 다음에 성취감도 얻고, 인간이 못 할 일이 하나도 없구나. 내가 꼭 비즈니스를 한다는 생각을 가졌어요”라고 증언했습니다.

제대 후 출신성분 때문에 제약을 경험했지만 국경 지역 여성과 결혼한 후 장사를 시작하면서 돈과 사업의 관계에 대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돈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 경험은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될 결심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한류와 자본주의 사회 소식을 접한 배경이 더해져 탈북을 감행하게 됩니다.

탈북 후 캄보디아 난민수용소에서 김철 씨는 미국 행을 결심하게 되는데, 이 장면은 김 연구원에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김 씨가 “신사적인 미국 사람들을 통해 인권의 회복을 경험했다”는 겁니다.

김철 씨는 연구자와의 인터뷰에서 “먹을 거, 돈 딱딱 갖다주고, 신변의 위협이 오면 호텔도 또 바꿔주고 그랬어요. 아. 뭐. 미국 사람들이 대단히 잘 해주고, 정말 정말 눈물 찔끔나게 잘 해줬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자는 이에 대해 이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김신혜] “하나의 인격으로, 독립된 인격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일어납니다. 보통 주체사상은 수령, 즉 주인의 지시를 받는 수동적 존재로서의 인격을 강요하는데, 연구 참여자가 미국인과 만난 사건은 그러한 주체사상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선상에서 이 분은 “나 자신이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하는 주인의식을 회복하게 됩니다. 사회적 인정이 개인에게 자기존중과 자기 가치부여의 정체감을 형성하게 한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김철 씨의 창업가로서의 자질 형성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김 연구원은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업환경도 김철 씨가 사업가로 성취감을 갖게 만든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녹취: 김신혜] “미국 내 탈북 창업가를 위한 특별한 지원이나 혜택 보다는 전체 사회구조적 틀에서 법인 사업자를 위한 혜택으로 법인세 절감 혜택, 정부나 민간의 간섭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인 고객들이 인격적으로 탈북민과 같이 영어에 취약한 사람들을 대한다는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은 절대적인만큼 사전 준비와 목표를 향해 매우 성실하게 일한 과정은 탈북민 창업가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김 연구자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창업자금 마련을 위한 준비기간, 사업 종류에 맞는 도시를 선택한 것, 개선점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실행했으며,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태도를 갖췄던 점 등입니다.

김 연구자는 김 씨의 북한 내 생애를 통해 그가 이미 창업가로서 자질을 갖춰가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합니다.

적응력와, 강한 의지력, 자기효능감, 책임감은 인민군 복무 경험과 북한에서 장사하고 캄보디아 탈북 과정에서 형성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정착기를 거쳐 창업하는 과정에서 실행력과 목표설정 능력과 책임감이 더해져 성공적인 사업가가 됐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관찰된 김 씨의 주체사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이번 생애사 연구의 자료적인 가치를 더해 준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신혜]”본 연구에서는 창업가의 가장 핵심 자질인 주인의식이 중요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참여자의 어린시절부터 내면화 한 주체사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주인의식이 발현되었습니다. 이는 북한과 북한 사람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핵심 사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탈북 창업가에 관한 선행연구에서 이 부분을 다루는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신혜 씨는 올해 1월 기준, 미국 내 탈북 창업가에 대한 학위논문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향후 자신의 논문이 비교연구에 도움이 될 자료로 사용되기를 바랬습니다.

2010년 만났던 한 탈북민의 갑작스런 죽음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북한과 탈북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김신혜 씨는 연구 기간 아기를 출산하는 등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어려운 시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김철 씨를 떠올렸습니다.

‘벽도 문이라고 밀고 나간다 ’는 김 씨로부터 배운 북한 속담을 떠올렸다는 김 연구자는 향후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신혜] “제게 주어진 또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수 있는 통일한국이 있다면 그 사회구조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에게 답을 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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