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최근 여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대북전단금지법안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법안을 즉시 폐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해당 단체들은 법안이 위헌적이라며, 통과 시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뜻을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자유북한운동연합,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등 22개 북한인권단체들이 8일 한국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국민 안전을 위해 전단 살포를 막는 조치는 할 수 있어도 처벌법까지 만들어 원천 봉쇄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석우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전 세계 인권단체들도 대북전단금지법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며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김석우 전 차관] “북한전단금지법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도와주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겠습니까.”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왔던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북한의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현실을 믿을 수 없다며 대북전단금지법안 의결을 비판했습니다.
[박상학 대표]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대한민국에서 김정은을 비판하고, 김일성 3대 수령독재를 비판한다고, 북한 인민에게 사실과 진실을 알린다고, 이를 범죄시할 수 있습니까?”
이들 단체들은 이어 개정안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반발 직후 추진돼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굴종적 딱지가 붙었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마저 법으로 막아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거스르는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독재 체재를 고발하고 주민들에게 외부 정부를 전하는 대북인권운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회 외통위 의결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던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 대북풍선단 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런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이 단장은 대북전단살포 행사를 비공개로 조용히 치르면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뿐더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현행 경창직무집행법으로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외통위 의결 당시 충실히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민복 단장] “조용히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제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다음에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문제는 안전법으로 통제하면 된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는 공개적으로 (살포하는) 것은 경찰직무집행법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데…”
앞서 한국 국회 법사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습니다. 지난 2일 외교통일위원회가 대북전단 살포행위 등 남북합의서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한 데 이은 후속조치입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9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한변 등 북한인권단체연합은 법안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위헌이라며,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즉시 헌법재판소에 효력 정지 가처분 등 헌법 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촌 주민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간인 출입통제선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주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해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