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지난 1년 동안 북한에 41건의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또 지난해 한국 정부가 강제 추방한 북한 어민 2명과 관련해 북한에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긴급 청원을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이 지난 한 해 동안 41건의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북한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무그룹은 오는 1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제4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실무그룹의 활동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 또는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유엔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한국전쟁 당시 납북자를 포함해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실무그룹이 강제실종 41건의 정보 요청과 별도로, 북한에 ‘긴급 청원(urgent appeal)’과 ‘서한(allegation letter)’을 각각 한 차례씩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발송 시기와 사안 등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앞서 관련 긴급 청원과 서한이 유엔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실무그룹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 북한 어민 2명을 강제추방한 것과 관련해, 지난 1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과 공동으로 북한에 ‘긴급 청원’을 발송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당국에 추방된 어민 2명의 거취에 대한 정보와 함께 이들에 대한 적법한 절차와 기본권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실무그룹은 지난 2월 북한 당국에 1969년 KAL기 피랍 사건과 이후 납북자 11명에 대한 처우가 반인도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allegation letter)을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상투적이고 혐오스러운 정치공작의 연장’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습니다.
실무그룹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이 여전히 실무그룹 활동에 비협조적이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실무그룹은 “여러 국가들의 관여와 협력 부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거론하며 “제기된 사건에 대해 실질적인 정보 없이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현장 조사를 위해 2015년 5월에 북한 방문을 요청했지만 아직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3월 관련 요청을 상기시키는 서한을 북한에 다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1980년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로 설치된‘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국가가 개입된 실종 사건의 피해자 생사와 소재 확인을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 가족이나 민간단체들로부터 실종 사건을 접수해 심사한 뒤 이를 납치 의심 국가들에 통보하면서 명확한 조사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무그룹이 북한 당국에 정보 제공을 요청한 강제실종 사건은 지난 1년 간의 41건을 포함해 모두 316건입니다.
이 가운데 48건은 여성이 관련된 사건입니다.
실무그룹은 1950년 한국전쟁 중 납북된 국군포로와 민간인, 1960년대와 1970년대 납북어부, 1969년 KAL기 납북 피해자,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으로 탈출했다 강제 북송된 탈북민 등에 관한 정보 제공을 북한에 요청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