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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미-북 ‘장기 교착’...’소통 채널’ 살아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미-북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양측 간 소통 채널도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원론적인 대북 입장만 언급할 뿐 협상 진전을 위한 미-북 간 의미 있는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와 함께 그동안 가동됐던 ‘미-북 소통 채널’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는 ‘톱다운 방식’ 즉, 정상 간 개인적 관계를 동력으로 진행돼 왔는데요.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소통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두 정상 간 개인적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일 열린 '폭스 뉴스'(FOX News) 주최 타운홀 행사에서 ‘재선되면 대북 관계 진전을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핵심은 내가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것도 보장할 순 없지만 지난 3년 간 우리는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트럼프 대통령이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확인한 건데요, 그렇다면 과거처럼 정상 간 친서 교환도 이어지고 있을까요?

기자) 가장 최근 확인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보낸 ‘축하’ 메시지입니다. 당시 백악관을 방문한 한국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었죠. 그러나 이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고 공개했습니다. 또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답신을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로 서신’을 보냈는데요, 미국 내 코로나 사태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진행자) 이런 서신 교환을 제외하고 정상 간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과 한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과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중단 약속에 더 이상 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레드라인’은 넘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정상 간 관계’는 유지되고 있지만,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을 진전시킬 만큼 유의미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까지는 고위급 회담과 접촉도 있었는데 현재는 고위급 소통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봐야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폼페오-김영철’ 라인이 ‘고위급 회담’을 이끌었습니다. 미-북 간 정상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 당시 미국에선 폼페오 중앙정보국 CIA 국장이, 북한 측에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물밑접촉’을 주도했죠. 폼페오 국장은 국무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 접촉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영철 부위원장은 대미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고요, 지난해 6월 판문점 미-북 회동에서는 리용호 외무상이 폼페오 장관의 상대로 나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폼페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 간 추가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죠?

기자) 지난해 8월 초 태국 방콕에서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 외교장관 회담이 있었고, 9월에는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두 행사 모두 북한 외무상이 통상적으로 참석했던 국제 행사였던 만큼 미-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모아졌었는데요, 모두 불발됐습니다. 북한 측이 막판에 리용호 외무상의 불참을 통보한 건데요, 당시 미-북 실무 협상 재개가 진통을 겪었던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양측은 지난 6월 판문점 회동에서 ‘수 주 내 실무 협상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정작 10월에야 이뤄졌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1월 외무상에 군 출신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했습니다. ‘폼페오-리용호’ 라인은 ‘상견례’만 하고 끝난 셈입니다.

진행자) 실무 협상 대표 간 접촉도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회담 이후 끊겼다고 봐야겠죠?

기자) 스톡홀름 협상 직후 미국과 북한은 서로 정반대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나갔고, 북한 측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 협상을 원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양측의 인식 차이는 현재까지 이어지며 실무 협상은 전혀 재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 사이 미국의 실무 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11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이제 자신의 북측 대화 상대는 최선희 제1부상이라면서 ‘의미 있는 협상’을 위해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했습니다. 이후 12월 한국 방문 중 최선희 부상에게 공개리에 만남을 제안했지만 끝내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도 지난달 유엔 특별 정무대사로 지명돼 대북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됐습니다.

진행자) 미-북 간 통상적인 연락 통로인 ‘뉴욕채널’은 어떻습니까?

기자) 뉴욕채널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국무부 간 소통 창구인데요, 주로 실무선에서 물밑접촉을 할 때 사용하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미-북 간 소통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채널은 지난해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 협상 결렬 이후 사실상 끊겼을 것이라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측 간 소통채널은 어떤 상태인지, 박형주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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