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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남북관계 침묵하는 북한, 의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개별 관광 등 남북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와 남북관계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개별 관광 등 남북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음력 설인 1월 25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거듭 남북 협력 의지를 밝혔지만 북한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매년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에 대한 기조와 정책 방향을 밝혀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조건없이 재개할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이후 남북관계는 싸늘해졌으며, 이는 11월 김 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 지시로 이어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보기만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남측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여기에다 올해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아예 발표되지 않았고,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도 대남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측을 겨냥한 북한의 비난도 올 들어 지금까지는 단 한 건에 그쳤습니다. 지난달 11일 북한은 외무성 김계관 고문의 담화 형식으로 “남조선 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생일 축하 인사를 긴급 전달한다며 설레발을 치고 있다”며 한국 청와대를 비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관계에 침묵하는 배경에 대해 몇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면밀히 관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초 북한이 계획했던 것은 지난해 12월을 기해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였습니다.

북한이 12월 평안북도에 있는 동창리 발사장에서 두 차례 로켓엔진 실험을 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양의 이런 계획은 빗나갔습니다.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20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해 결국 북한의 연말 도발은 무산됐다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China and Russia put forward different idea UN, I am sure that moved Pyongyang..”

게다가 12월에는 탄핵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크게 제약했습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이 1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원으로 넘겼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궁지에 몰렸습니다.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제임스 김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자신들의 입장을 정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김 센터장] “지금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좀 기다려 보자, 한 두 달 더 기다려도 크게 손해가 될 게 없으니까. 그렇다면 미국의 내부 정치 상황 때문에 지금 장기적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이 계산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탄핵 이후 미국과 직거래 관계를 설정하고 그후에 대남 노선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미-북 간에 직거래 관계를 만들고 한국을 배제하고 미-북간에 합의한 것을 들고 한국과 2차적으로 접촉하는 거죠.”

흥미로운 것은 북한 당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매체가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점입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 21일을 마지막으로 남한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이나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매일 접하는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에서는 이보다 먼저 대남 비난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평양방송’ 같은 대외 선전매체에서만 한국 당국에 대한 비난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실리를 받아내기 위한 일종의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만일 2-3월께 미-북 협상이 잘 돼 모종의 합의를 이룰 경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연락사무소와 한국전쟁 종전 선언 등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원하는 완전한 대북 제재 해제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지원은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추진하는 개별 관광이 이뤄질 경우 북한은 수 백만 달러의 외화를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을 비난하면 개별 관광마저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염두에 두고 대남 비난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한국의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남측과의 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려 놓으면 실익을 거둘 수 없으니, 메아리같은 선전매체에서는 시비를 걸고 있지만 공식 매체는 자제하고 있는 것이, 후일을 기약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이 오는 4월15일 실시될 한국의 총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서울을 방문하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계산 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한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사안이기도 합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이 금강산 관광을 인정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4월 한국 총선거 전에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문성묵 센터장은 지금같은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우리 국민들의 김정은에 대한 인식, 남측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서울 오는 것은 어렵지 않겠나, 금강산 관광도 핵 문제 진전없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거없는 추정이 아닐까.”

새해 미-북 관계는 조만간 그 대략적인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오는 4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기존의 대북정책을 2-3개 문장으로 간략하게 언급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It will be very brief probably no more than 2-3 sentences,it might not…”

그로부터 나흘 뒤인 2월8일은 북한의 조선인민군 창건일일 ‘건군절’입니다. 만일 북한이 건군절 등을 통해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할 경우 미-북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전망도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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