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협상 실무자들이 최근 자리를 옮기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사 이동은 미-북 협상 진전의 가능성이 낮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북 협상의 실무 책임자인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12일 유엔 차석대표에 지명됐습니다.
이에 앞서 웡 부대표의 전임자인 마크 램버트 전 대북특별부대표도 지난해 말 국제기구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북한 문제에서 손을 뗐습니다.
이같은 인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2일 VOA에,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국무부 내 대북 협상팀의 승진 이동은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So I think it's to be expected that people in Steve Beigun’s office are going to be promoted to other jobs, especially because North Korea is refusing to resume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So these people like Alex Wong and Mark Lambert, they really have nothing to do.”
알렉스 웡 부차관보나 램버트 전 부대표가 북한과 관련해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ell, there is a void, but the void is caused by North Korea's refusal to engage in negotiations. And there doesn't seem to be any prospect, at least, before the US elections that Kim Jong-un will change his mind.”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의 대북 협상팀에 공백이 생긴 건 맞지만, 그 공백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기를 거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생각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필립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선임보좌관은 이번 인사의 배경이 뭐가 됐든 미-북 대화에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필립 윤 전 선임보좌관] “It could be an indicator that they don't think anything is going to be happening, or it could be there more pressing urgent things that are going on, and therefore he needs to put his time to that, so it's very unclear at this point but I think it's an indication that. Either way it's not good news.”
이번 인사가 대북 협상에서 어떤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아니면 북한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기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이유가 어떻든 대북 협상과 관련해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겁니다.
필립 윤 전 선임보좌관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대북정책 특별대표에서 부장관으로 승진할 때부터 대북 외교의 공백은 예상됐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필립 윤 전 선임보좌관] “When Steve Biegun was named as Deputy Secretary, I was a little worried that, you know, he's as Deputy Secretary he's got a lot of other duties, before he was just focused on North Korea. So this is going to be a clear issue. And I think that, you know, it will take time for his all these other people because it can be all these different shuffling that could go on to get up to speed. So I do think it will affect North Korean diplomacy.”
북한 문제에만 집중하는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고 있던 때와는 달리, 부장관으로서 다른 업무가 주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북 협상팀 내 인사 이동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대북 협상팀이 제대로 꾸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는 미국의 대북 외교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인사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외교를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many will see it as the US either downplaying or abandoning diplomacy with North Korea but again it's been North Korea that has repeatedly rejected dialogue.”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비건 부장관이 북한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며,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처해 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In some respects, I think that this is very similar to the situation that Stephen Bosworth found himself in, when he was named as the Special Envoy for the Obama administration. A lot of people criticized the appointment for being a part-time appointment. But then the North Koreans took actions that made it implausible to imagine that it would be possible for it to be a full time job.”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가 임명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북한 문제에 전념하지 않는 파트타임 특별대표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없게 한 건 북한 정권이었다는 겁니다.
2009년 초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임명했지만, 북한은 그 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한 바 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이 대화에 임할 자세만 돼 있다면 비건 부장관은 곧바로 협상팀을 꾸릴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국장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국제 외교는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시의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현 상황이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비핵화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As in all things, especially in the area of delicate international diplomacy, timing is everything. And it seems both Washington and Pyongyang have come to the separate conclusion that the timing and situation today is not conducive to a broad deal to normalize their relationship or work towards denuclearization.”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