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중 하나인 예일대학이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북한과 종교’ 과목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북한을 통해 근대 역사와 인간의 종교성을 이해하고 성찰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예일대학 종교학부가 지난해 가을 학기에 최초로 ‘북한과 종교’ 과목을 개설했습니다.
이 과목을 가르치는 한국계 김환수 교수는 1일 VOA에, 미국 대학 내 한국학 강의는 주로 남한에 집중돼 있고, 북한은 아예 없거나 일부로 다뤄지고 있어 북한에 특화된 강의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일부 대학에서 북한의 안보와 인권, 역사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강의를 종종 개설하지만, 종교적 관점에서 북한에 대해 가르치는 경우는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전통적 개념뿐 아니라 현대적 개념의 종교에 있어서 종교적 색채가 강한 대표적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적 이해를 통해 모든 인간의 종교성을 이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환수 교수] “북한 체제 자체가 어떻게 보면 우리의 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북한을 이해함으써 세계를 더 쉽게 이해하고, 북한을 이해함으로 해서 북한이란 나라가 왜 저렇게 형성됐고, 북한이 어떻게 저렇게 병적으로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저렇게 됐는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근대 역사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더 나아가 우리 인간의 근본적인 종교성을 이해하도록 돕는 거죠.”
김 교수는 현대적으로 종교는 “인간이 부딪히는 모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또는 도구”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기독교나 불교, 이슬람 등 전통적 종교를 떠났어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종교적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주체사상은 인간에 관한 신격화뿐 아니라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모든 역경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란 측면에서도 매우 종교적”이란 겁니다.
김 교수는 이런 종교적 접근 없이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주체사상을 단순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보고 북한을 이해하려고 하면 여러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환수 교수] “김일성이 죽었을 때 미국이나 세계는 아 이 나라는 더는 유지될 수 없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고, 김정일이 죽었을 때도 똑같은 얘기가 있었죠. 이 나라는 더이상 체제가 유지될 수 없다고 하다 또 오산이었고. 지금 김정은도. 그 이유가 뭔가? 주체사상을 단순히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봐서는 이해가 안 되는 거죠. 물론 강압적 요소로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종교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거죠.”
김 교수는 '북한과 종교'는 세미나 과목으로 15명 정도를 정원으로 계획했는데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23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종교적인 근본적 북한의 모습보다 언론 등을 통해 접한 이상한 나라로 북한을 보는 협소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언론 매체를 통해 우리가 아는 북한이 전부냐는 의문, 국제정치학도로서 북한을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 혹은 북한 같은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에 종교 자체가 있느냐는 궁금증에서 예일대 학생들이 수강을 신청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이런 학생들이 기존 개념과 다른 새로운 종교에 대한 정의를 들으면서 무척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란 예를 통해 국가뿐 아니라 인간도 여러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등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종교성을 가지며, 궁극적으로 내 마음을 다스리고 상대의 마음을 포용해야 한다는 강의에 대해 학생들이 흥미와 관심을 갖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종교가 항상 선하고 부드러운 게 아니라 문제를 이겨내려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통을 준다며,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은 주체사상이 변질돼 북한 주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과거 역사적 트라우마들로 인해 집단적 대응과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집단적 종교성도 있지만, 이런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탈북민들의 시도 역시 종교적 과정의 일환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은 삶과 자유 등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과정, 그 여정에서 기독교나 불교 등을 수단으로 선택하는 자체가 하나의 종교성이고, 이들을 돕는 기존 선교단체들뿐 아니라 비종교 민간단체들의 지원 노력 역시 종교성을 갖는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환수 교수] “어느 종교나 집단이나 폐쇄성이 강해지면 항상 억압으로 연결되잖아요. 그 폐쇄성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억압도 강해지는 거죠. 그런 억압이 심해질수록 우리 인간은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반항하게 되고 반항하지 못하면 많은 고통이 따르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분들을 깨우치고 슬기롭게 도와줄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하는 거죠.”
김 교수는 특히 통일 이후에 한국인들이 어떻게 북한인들을 마음으로 포용할 것인지가 큰 화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땅의 통일보다 마음과 마음의 통일을 위해 먼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삶을 헤아리고 이들을 포용하는 종교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환수 교수] “지금 우리가 가슴에 안은 3만여 명의 탈북자들을 더 노력해서 올바로 포용하지 못하면 통일이 되더라도 또 다른 분립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모점을 개인적인 우리 근저에 있는 종교성!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는 이런 노력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거죠.”
김 교수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매년 가을 학기마다 ‘북한과 종교’ 강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