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부의 최고 실세들이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 참석을 명분으로 오늘(4일)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북한 고위 인사들이 4일 한국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11명으로 이뤄진 북한 고위 대표단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옛 전용기로 알려진 비행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로 오전 10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임병철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긴급 기자설명회에서 이들 북한 인사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전날 인천 아시안게임 참석차 방한 중인 대표단을 통해 한국측에 고위 대표단의 방문 계획을 통보했고 한국측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내세운 명분은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이었지만 사실상 특사 성격을 띤 최고위 대표단을 한국측에 파견한 셈이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황 군 총정치국장은 권력 서열상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 또한 핵심 실세이고 김양건 비서는 대남 정책을 총괄하면서 남북관계의 주요 사건들에 관여해 온 인물입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N. Korea’s highest-ranking delegation…act1 hyk 10-4-14[녹취: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일단 우리 정부는 폐막식에 북한 측 고위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를 합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인천 시내 한 식당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그리고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과 오찬회담을 가졌습니다.
1시간50분 가량 진행된 이번 회담은 비록 공식 회담은 아니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고위급 간 첫 접촉이었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회담에서 북측이 한국 정부가 제안했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 한국측이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임 대변인은 또 북측이 2차 회담이라고 한 것은 앞으로 남북간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북측 대표단을 만날 용의가 있었지만 북측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왔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청와대 방문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김 제1위원장의 친서는 갖고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관진 실장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아주 특별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 대표단으로 오셨다며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남북관계도 그 수확을 거둬야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김양건 비서는 이번 기회가 북남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왔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대표단 일행은 인천 시내 한 호텔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최룡해 비서는 한국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 없이 응원을 해서 북측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남북관계에서 체육 교류가 가져 올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켰습니다.
N. Korea’s highest-ranking delegation…act2 hyk 10-4-14[녹취: 최룡해 당 비서] “TV로 보니까 통일 구호도 부르고 통일기도 흔들며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다시 말하면 조국통일에서 앞섰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날 밤 10시 돌아가는 일정으로 방한한 이들은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아시안 게임 폐회식에 참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