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의 시장이 화폐개혁 이전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탈북자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제 5차 화폐개혁 이후 시장화 연구‘라는 제목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탈북한 북한 주민 1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를 기점으로 북한의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기호 씨입니다.
[녹취: 한기호] “2013년 탈북 그룹의 경우 공장에서 생산한 소비재가 시장가격으로 팔린 비중은 76%로, 다른 연도에 탈북한 그룹에 비해 30% 이상 높게 나왔고. 중앙 또는 지방공장의 개인 위탁 운영 비중의 경우 지난해 42%로 다른 그룹보다 20% 높았습니다. 국영상점과 식당의 개인 운영 비중 역시 다른 그룹보다 각각 20%, 7% 높은 60%, 59%로 조사됐습니다.”
2012년까지 정체됐던 시장 안팎에서의 물품 판매량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품 판매량이 늘었냐’는 질문에 2013년 탈북한 이들의 7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12년 탈북자들의 경우 15%, 2011년과 2010년은 각각 36%, 30%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시장 안팎에서의 상인 수가 늘었냐’는 질문에는 2013년은 응답자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2012년은 37%, 2011년과 2010년은 절반 정도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시장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북한 주민들의 비중도 점차 많아져, 주부를 비롯해 공장기업소 노동자나 당정기관 일꾼, 전문관리직이나 군인 등 이전보다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북한 주민들의 시장 의존 현상은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응답자의 82%가 국가배급이 정상화되더라도 시장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기호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한기호] “배급 재개가 되어도 시장 활동을 부업으로 유지하거나 배급과 관계없이 계속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77 명, 전체의 82.5%에 달했습니다. 반면 배급 재개 시 시장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단 1 명에 불과했구요. 이는 화폐개혁 후 국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시장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함께 화폐개혁 이후 북한 원화 대신 금 또는 달러, 위안화와 같은 외화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외화 사용 범위도 상품가치가 큰 물건에서 생필품 구입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로 돈을 모으거나 사채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화폐개혁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녹취: 한기호] “총 응답자 중에 38 명, 42.1%가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화폐교환 조치 이전에 어렵게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개인 집을 샀던 사람들이 장사 밑천을 만들기 위해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화폐개혁 이후에 고리대금 및 외화 암거래가 확대됐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 73 명 중에 40 명, 54.8%가 확대되었다고 답했습니다.”
논문은 시장통제 정책의 정점이었던 화폐개혁이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는 시장의 힘을 재확인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시장이 화폐개혁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시장통제 정책이 더 이상 실효가 없다고 판단되자 시장을 묵인하는 대신 주민들로부터 이득을 챙기는 이른바 시장과의 공생관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말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시장 폐쇄 조치를 취했지만 물가 폭등과 상품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2010년 2월 초부터 시장을 다시 열어야 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현재 시범운영 중인 북한의 새 경제개혁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 당국이 앞으로도 시장을 계속 용인할 지 여부는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며 결국 북한의 미래는 시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북한의 제 5차 화폐개혁 이후 시장화 연구‘라는 제목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탈북한 북한 주민 1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를 기점으로 북한의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기호 씨입니다.
[녹취: 한기호] “2013년 탈북 그룹의 경우 공장에서 생산한 소비재가 시장가격으로 팔린 비중은 76%로, 다른 연도에 탈북한 그룹에 비해 30% 이상 높게 나왔고. 중앙 또는 지방공장의 개인 위탁 운영 비중의 경우 지난해 42%로 다른 그룹보다 20% 높았습니다. 국영상점과 식당의 개인 운영 비중 역시 다른 그룹보다 각각 20%, 7% 높은 60%, 59%로 조사됐습니다.”
2012년까지 정체됐던 시장 안팎에서의 물품 판매량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품 판매량이 늘었냐’는 질문에 2013년 탈북한 이들의 7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12년 탈북자들의 경우 15%, 2011년과 2010년은 각각 36%, 30%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시장 안팎에서의 상인 수가 늘었냐’는 질문에는 2013년은 응답자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2012년은 37%, 2011년과 2010년은 절반 정도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시장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북한 주민들의 비중도 점차 많아져, 주부를 비롯해 공장기업소 노동자나 당정기관 일꾼, 전문관리직이나 군인 등 이전보다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은 북한 주민들의 시장 의존 현상은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응답자의 82%가 국가배급이 정상화되더라도 시장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기호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한기호] “배급 재개가 되어도 시장 활동을 부업으로 유지하거나 배급과 관계없이 계속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77 명, 전체의 82.5%에 달했습니다. 반면 배급 재개 시 시장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단 1 명에 불과했구요. 이는 화폐개혁 후 국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시장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함께 화폐개혁 이후 북한 원화 대신 금 또는 달러, 위안화와 같은 외화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외화 사용 범위도 상품가치가 큰 물건에서 생필품 구입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로 돈을 모으거나 사채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화폐개혁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녹취: 한기호] “총 응답자 중에 38 명, 42.1%가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화폐교환 조치 이전에 어렵게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개인 집을 샀던 사람들이 장사 밑천을 만들기 위해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화폐개혁 이후에 고리대금 및 외화 암거래가 확대됐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 73 명 중에 40 명, 54.8%가 확대되었다고 답했습니다.”
논문은 시장통제 정책의 정점이었던 화폐개혁이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는 시장의 힘을 재확인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시장이 화폐개혁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시장통제 정책이 더 이상 실효가 없다고 판단되자 시장을 묵인하는 대신 주민들로부터 이득을 챙기는 이른바 시장과의 공생관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말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시장 폐쇄 조치를 취했지만 물가 폭등과 상품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2010년 2월 초부터 시장을 다시 열어야 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현재 시범운영 중인 북한의 새 경제개혁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 당국이 앞으로도 시장을 계속 용인할 지 여부는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며 결국 북한의 미래는 시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