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텍사스주 낙태법에 대해 제기된 소송이 적합한지 따져보기 위한 구두변론이 열렸습니다. 2일, 버지니아와 뉴저지의 주지사 선거를 비롯해 보스턴과 시애틀에서 시장 선거 등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정보 당국이 사이버 위협을 경고했습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해 학교 급식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텍사스주가 실시하는 낙태 금지법에 대한 소송의 적합성을 따지는 구두변론이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일 연방 대법원에서는 낙태를 금지한 텍사스 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무부 등이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서, 과연 연방 정부 등이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구두변론이 열렸습니다.
진행자) 이날 구두변론은 어떻게 열리게 됐죠?
기자) 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선 텍사스주의 낙태법 시행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텍사스주는 지난 9월부터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까지 포함해 6주가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에 법무부는 이 법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1심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항소법원이 이 결정을 뒤집고 텍사스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낙태법은 계속 시행됐습니다.
진행자) 그러자 결국 법무부가 대법원에 항소법원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다만, 연방 대법원은 소송을 바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지를 먼저 판단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는데요. 바로 이날 그 구두 변론이 열린 겁니다.
진행자) 이날 변론에서 원고 측 주장은 뭐였죠?
기자) 엘리자베스 프렐로거 법무부 송무차관은 텍사스의 법이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렐로거 차관이 언급한 대법원 판례란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입니다. 당시 연방 대법원은 7대2로 낙태 금지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는 임신 중절을 사실상 합법화한 판례입니다.
진행자) 그러면 텍사스주 측은 뭐라고 주장했나요?
기자) 텍사스주는 원고 측이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자신들이 낙태 시술을 단속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텍사스주는 낙태 시술을 금지하면서 주 당국이 직접 단속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낙태 시술에 조력한 의료진 등을 고소할 수 있도록 해 최소 1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도록 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주 당국을 향한 소송은 성사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대법관들은 어떤 의견을 보였나요?
기자) 현재 연방대법원의 9명의 대법관의 비율은 보수 6대 진보 3으로 보수 우위 구도를 이루고 있는데요. 따라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어떤 의견을 보였는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코니 배럿 대법관은 이날 텍사스주 당국이 직접 단속하지 않고 일반인이 고소하도록 한 구조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배럿 대법관은 이 법에 의해 소송을 당한 피고인이 낙태할 권리에 대한 헌법적 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지적했는데요. 현재 텍사스주 법에 따르면 이들은 오직 소송을 당한 뒤에만 이를 주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진행자) 또 다른 보수 성향 대법관의 의견은 어땠나요?
기자)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텍사스주가 만든 법이 일반적인지 않은 구조라며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캐버노 대법관은 이어 텍사스주가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며 법원이 그 허점을 닫을 가능성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진보 성향 대법관의 의견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텍사스주의 법이 ‘주는 연방 헌법상 권리를 무효화해서는 안 된다’라는 법적 원칙을 피해가려고 고안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은 비단 낙태 문제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주들이 동성 결혼이나 종교적 자유 등 다른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말했듯이, 이날 변론은 텍사스주의 낙태 금지법이 위헌인지를 본격 심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송 적격 등 절차적 문제를 따지는 자리였는데요. 그럼 앞으로 낙태와 관련한 대법원의 또 다른 주요 심리는 어떤 것이 있죠?
기자) 여성의 낙태 권리 제한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본격 심리는 12월 미시시피주의 법률을 대상으로 이뤄질 전망입니다. 미시시피주는 임신 15주 이후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1심과 2심에선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고 이에 미시시피주 정부 측이 불복하면서 대법원에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미시시피주 정부는 지난 7월 연방 대법원에 직접적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을 요구한 바 있어 해당 심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에서는 11월 첫째 화요일이 선거일이죠? 2일, 주 하원과 주지사, 시장 등을 뽑는 지방 선거가 치러지는데요. 올해 어떤 선거가 주목을 끌고 있습니까?
기자) 네, 오늘은 버지니아와 뉴저지의 주지사 선거 외에 버지니아 주 하원 선거, 그리고 보스턴과 시애틀, 버팔로 시장 선거 등이 치러집니다. 대선과 연방 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나 대선 없이 연방 의원 선거만 치러지는 해와 같이 큰 정치적 이벤트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선거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거는 어디죠?
기자) 네, 바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입니다. 이 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간 평가가 반영된 선거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후보는 누구죠?
기자) 민주당에서는 전 주지사 테리 매컬리프 후보가, 그리고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글렌 영킨 후보나 나서 선거를 치릅니다.
진행자) 버지니아주에서는 최근 어느 진영에 대한 지지가 더 높죠?
기자) 최근 이 주의 정치 성향은 민주당 우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번의 대선에서뿐 아니라 주지사 선거에서도 5번 가운데 4번이나 민주당이 이긴 지역입니다.
진행자)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도 이런 기류가 반영됐나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주지자 선거는 양측이 아주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 추이를 살펴보면 매컬리프 후보는 지난 8월 초까지는 오차범위를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영킨 후보를 앞섰는데요. 8월 중순부터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습니다.
진행자)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가요?
기자)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총 4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이 가운데 3개의 여론조사에서 영킨 후보가 매컬리프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왔습니다. 특히 가장 최근의 31일 발표에서는 각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영킨 후보 48%대 매컬리프 후보 47%로 영킨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1%P 더 높게 나왔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입장에서는 버지니아 주지사 자리는 특히나 지켜야 할 곳으로 볼 텐데,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에 긴장하고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이 이 지역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지원에 나섰다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순방 길에 오르기 전 영킨 후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의 시종’이라고까지 말하며 매컬리프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 발언을 내놨습니다.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민주당 후보 유세 현장에 직접 나와 매컬리프 후보 지지 연설을 했습니다. 공화당도 전임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하루 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영킨 후보와 자신이 가깝지 않다는 가짜 뉴스가 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고 서로 강하게 신뢰한다며 막판 지지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어느 후보들이 맞서고 있죠?
기자) 민주당 소속인 필 머피 현 주지사가 재선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잭 시아타렐리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진행자) 이곳도 버지니아와 같이 박빙인가요?
기자)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계속해서 민주당이 앞서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엔 3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세 군데 조사에서 모두 머피 후보가 4%에서 8%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선거와 관련한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에 들어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토안보부 산하의 사이버 안보 기반 시설안보국(CISA)은 1일 성명을 내고 30개 이상의 주에서 선거를 감시할 선거 상황실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선고 보안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인 CISA가 주 선거 기관 등과 함께 선거 보안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선거 기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위협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해 학교 급식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이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이 미국 학교 급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미리 정해진 메뉴를 공급하기 위해 배달되어야 하는 식품이 제때 학교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학교가 급히 메뉴를 변경하거나 대체 메뉴를 마련하는 일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앨라배마주에 있는 한 학교는 계약했던 업체로부터 음식을 받지 못해 직접 식품점에서 구입하거나, 교직원들이 직접 조리에 나서야 했고요. 위스콘신주의 한 학교는 닭고기 같은 고기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인디애나주의 한 학교는 이런 식품류는 물론이고 심지어 음식을 담는 쟁반이나 식기 역시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급식에 크게 의존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학생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자체가 가장 큰 문제이고요. 학생을 학교에 보내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오늘 제대로 식사가 나올까?’ 걱정을 계속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음식을 제공하지 못해 원활한 영양 제공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실질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대체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급히 다른 식품을 구입해야 하는 만큼 학교 지출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이건 어느 한 지역이 아닌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죠?
기자) 맞습니다. 2021년 학기 개학을 맞아 5만 5천 명 이상의 영양 전문가를 대표하는 미국 ‘학교영양협회(School Nutrition Association)’가 2021년도 학기 개학을 맞아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가 계속되는 팬데믹 관련한 공급망 문제를 우려한다고 답했고, 65%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이 빚어진 건 공급망 병목 현상인데, 주로 어떤 요인에 기반한 건가요?
기자) 최근 학교가 겪는 공급망 문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노동력 부족 문제입니다. 현장에서 식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생산된 제품을 운반하는 운반 업체에서 인력이 부족하고, 또 학교 내에서도 급식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제조업체 혹은 운반 업체 등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부족한가요?
기자)‘국제식품서비스유통협회(IFDA)’에 따르면 현재 물류창고 부문에서 1만 7천 500명, 운송 부문에서 1만 5천 명의 인력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제대로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무역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100%가 물류창고와 운송 부문 직원을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어떤 조처를 하고 있나요?
기자) 지난 9월 말, 농무부가 학교 급식 지원을 돕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학교 급식에 15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요. 또, 기존엔 기준에 미달하는 식단을 운영하는 학교에 대해 제재를 가했는데, 이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나요?
기자) 현장에서는 ‘언제쯤이면 상황이 나아지겠다’고 하는 안도감이 보이질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주 헤르난도 카운티에서 식품 및 영양서비스를 감독하는 로리 드렌스 씨는 공영 라디오 NPR과 인터뷰에서 식품과 자재 공급 부족, 학교 내 급식 인력 충원 어려움 등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은 2021년 학기 내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