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조5천억 달러로 추진해온 사회복지예산안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 절충안을 내놓았습니다.연방 법무부가 지난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피해자들에게 거액에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미국의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전망치보다 낮게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의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교착 상태에 있던 사회복지안, 일명 인프라 법안이 결국 대대적으로 변화를 보게 됐군요?
기자) 네. 3조 5천억 달러에 달했던 규모가 반 토막으로 줄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8일, 1조7천5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예산 절충안을 내놓았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참석차 유럽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절충안을 제시했고요. 이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관련 예산 계획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들어봐야겠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1조 7천500억 달러 규모의 지출 계획은 미국인들을 돕는 데 있어 수십 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지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이번 계획으로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길을 닦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설명을 들어보니까, 사회 복지와 환경 관련 예산이 이번 절충안에 핵심인 것 같군요?
기자) 맞습니다. 절충안에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예산으로 5천550억 달러가 배정됐습니다. 예산안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요. 이 부분은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고요. 또 기후변화 문제 대처에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사회복지 관련 항목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유치원 무상 교육과 아동 세액 공제, 의료보험 확대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됩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청력 보험이 포함되는 것도 눈길을 끄는데요. 하지만 2년제 공립대학인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 교육과 육아나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한 유급 가족 휴가, 그리고 처방약 가격 인하 등은 예산안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진행자)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으니까 당연히 당초 계획에서 빠지는 항목들이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를 포함한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며 “그것이 타협”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록 예산 규모가 줄긴 했지만,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한 역사적인 투자” 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타협’을 언급했는데, 사실 사회복지예산안은 민주당 내에서도 타협에 어려움을 겪었죠?
기자) 맞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은 예산의 규모가 너무 커서 정부 재정에 부담을 키울 것이고 또 법안 내용이 진보적인 의제들로 가득하다며 반대했는데요.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예산 규모를 지적하며 반대했습니다. 상원 내 여∙야 의석수가 50대 50인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 반대표가 한 표라도 있으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데요. 따라서 결국 당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예산안의 규모를 줄이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럼 이제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백악관은 절충안이 “상원과 하원 모두 통과할 것을 바이든 대통령이 확신하고 있다”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회 분위기를 보면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무슨 문제가 또 있는 겁니까?
기자) 바로 1조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법안’ 때문입니다. 도로나 교량 등 전통적인 사회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내용의 인프라 법안은 상원을 초당적으로 통과해 하원에서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민주당 내 진보 성향 하원의원들은 사회복지안을 먼저 처리하지 않으면, 인프라 법안에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맞서왔습니다. 28일에도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우선 인프라 법안을 표결에 부치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진보파 의원들의 반대로 연기됐습니다.
진행자) 진보 의원들은 왜 반대한 겁니까?
기자) 여전히 인프라 법안과 사회복지 예산의 동시 처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하원 민주당 진보모임(CPC)의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새 제안을 열정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이상 이날 인프라법안 처리에는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사회복지 절충안을 상원 중도파 의원들이 수용해 통과가 확실해져야, 인프라법안도 처리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예산안의 규모를 줄여도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번 절충안 규모가 1조 7천 500억 달러가 아닌 1조 8천 500억 달러로 보도하고 있거든요? 왜 금액에 차이가 있는 겁니까?
기자) 네. 1천억 달러 규모의 이민 개혁안이 포함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절충안에는 자격을 갖춘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적 영주권을 제공하는, 1천억 달러 규모의 이민개혁 방안이 포함돼 있는데요. 백악관은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이민개혁안을 복지 예산결의안에 연계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필리버스터, 즉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를 피하기 위해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예산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앞서 상원 사무처는 이민 개혁 관련은 연방 예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연계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 연방법무부가 흑인을 겨냥했던 총격 사건과 관련해 거액의 합의금을 주겠다고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2015년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피해자들에게 8천8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겠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찰스턴 총격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지난 2015년 6월, 성경 공부를 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 있는 한 흑인 교회에 백인 남성이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9명이 숨졌는데요. 용의자 딜런 루프 씨가 ‘백인 우월주의자’로 파악되면서 사법당국은 이 사건을 ‘증오 범죄’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루프 씨는 재판 과정에서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요.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지난 2017년 루프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데 이어 올해 8월 항소법원도 루프 씨의 사형은 합당하다고 판결 내렸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피해자 합의금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된 겁니까?
기자) 루프 씨가 연방법에 따라 총기 소지가 금지된 인물이었음에도 총기 판매점에서 총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며, 이를 미 연방수사국(FBI)의 과실로 보고 피해자 유족과 생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겁니다. 유족들은 FBI의 범죄자 신원조회 시스템이 너무 느려서 루프 씨가 총을 구입하는 걸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루프 씨는 마약 사용 전과자였기 때문에 만약 해당 정보가 총포상에 제대로 제공됐다면 총기 구입이 불가능했었습니다.
진행자) 법무부가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한 걸 보면, 루프 씨의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데 대한 FBI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합의 소식을 알리며, “마더 이매뉴얼 AME 교회에서 발생한 끔찍한 총격 사건은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총격 사건이 있던 날부터 법무부는 지역 사회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선, 범죄자를 처단한 뒤 오늘 민사소송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합의금은 어떤 식으로 지급되나요?
기자) 희생자 유족에게는 각각 600만~750만 달러가 지급되고요. 생존자에게는 각각 500만 달러를 지급됩니다.
진행자) 피해자들은 정부의 보상금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피해자 측 변호인 버카리 셀러스 씨는 ‘AP 통신’에 합의금이 8천800만 달러인 데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88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상징하는 숫자인데요. 따라서 88이 들어가는 합의금은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인종주의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미가 있다며, 마침내 정의가 이루어졌고 피해자들은 합당한 것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살펴보겠습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발표됐군요?
기자) 네,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28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연율 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시장 전망치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요?
기자) 시장이 전망한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 ‘블룸버그’ 통신은 3분기 경제성장률을 2.8%로, 그리고 ‘로이터’ 통신은 2.7%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낮게 나온 겁니다.
진행자) 앞서 기간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기자) 네, 사실 이번 발표는 바로 직전 기간과 비교했을 때 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분기 성장률은 6.7%였는데요. 한 분기 만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겁니다.
진행자) 최근 경제 성장률 추세는 어땠나요?
기자) 지난 2020년 1분기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뒤 3분기부터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3분기는 33.8%를 기록했고요. 이후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6%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번에 집계된 성장률은 다섯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진행자) 어느 부문에서 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인 거죠?
기자)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은 개인 소비지출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2분기 개인 소비지출은 연율 12% 증가한 반면, 3분기에는 1.6% 증가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가장 큰 요인은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특히 델타형 변이의 확산입니다. 델타형 변이가 확산하기 전인 여름까지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추세였는데 델타형 변이 확산 이후 경제 활동이 다시 급속도로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여행과 항공, 외식, 레저 활동 등을 크게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요인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델타형 변이의 확산과 더불어 전 세계적 공급망 병목 현상, 그리고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것도 요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노동력과 원자재 등의 부족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정체 현상이 빚어져 미국의 성장 속도가 늦춰졌다는 겁니다.
진행자) 공급망 정체 현상이 경제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좀 해 주신다면요?
기자) 예를 들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공급망 병목 현상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상품 중 하나가 바로 ‘반도체’인데, 특히 이는 자동차 제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도체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다 보니, 자동차 제조에도 영향을 미친 거죠.
진행자) 개인 소비지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자동차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경제분석국은 3분기 개인 소비지출 감소에서 특히 자동차 구매 감소가 주요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급망 정체가 상품 제조에 이어 개인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 겁니다.
진행자) 그럼 인플레이션 부분도 마찬가지로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나타난 것이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품 공급이 늦어진다는 것이고요.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게 되죠. 소비자들은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아무래도 지출을 줄이게 되고 이 역시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경제성장률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라이언 스위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에 오는 4분기, 그리고 내년 전반기에 델타형 변이의 영향을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이 다시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발표는 최종 결과는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3차례 나눠 발표되는데요. 이날 발표된 수치는 속보치로 향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