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포틀랜드에서 시위대와 연방 진압 병력 간의 충돌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른 주요 도시에도 연방 요원들을 보내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연방 의사당에 있는 남부연합 지도자들의 동상을 철거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암 재발 소식으로 대법원 지형 변화에 관심이 커지는 이야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포틀랜드에서 시위대와 진압 병력 간의 충돌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서부 해안에 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인종 차별’ 항의 시위대와 연방 요원들의 충돌이 계속 악화하고 있습니다. 22일에는 테드 윌러 시장이 시위 현장에 나왔는데요. 연방 기관 소속 진압 병력이 분사한 최루가스를 맞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윌러 시장은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과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고 연설했습니다.
진행자) 포틀랜드 시장이 그 밖에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연방 정부 파견 병력을 “점령군(occupying force)”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즉각 포틀랜드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철수 이전에라도, 시민들을 상대로 “혐오스러운(abhorrent)” 활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윌러 시장에게 야유를 보냈는데요. 시 당국이 상황 대처를 제대로 못 해서 시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직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연방 요원들이 포틀랜드에서 활동 중인가요?
기자) 세 가지 조직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우선 국토안보부 소속 경찰 조직인 연방경비국(FPS)이 있고요. 같은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도 있습니다. 아울러 법무부 소속인 연방 마샬(US Marshals Service)도 포틀랜드에 파견됐는데요. 연방 마샬은 여러 주에 걸친 도주자 수색이나, 범죄 자산 추적, 연방정부 시설 보호 등을 맡은 기관입니다. 시위 진압에 투입하는 게 맞냐는 비판이 현지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토안보부 소속인 연방경비국(FPS)이나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시위 진압을 위해 설립한 기관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현지 활동이 불법이라는 주장이 많은데요. 특히 CBP가 포틀랜드에 파견한 요원들은, 특수전술부대까지 포함한 국경순찰대원들어서 비판이 거셉니다.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부상자가 속출하는 중이라고 시위대는 주장하는데요. 그 근거 자료로, 군용 위장무늬 전투복을 입은 연방 요원들이 시위 참가자를 구타하는 동영상을 잇달아 인터넷 사회연결망 등에 올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진압 병력 쪽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진압 요원들도 신체적 상해를 입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방경비국(FPS)의 리처드 클라인 작전국 부국장이 21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인데요.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입은 요원이 최소 3명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폭도(rioter)”들이 이끄는 시위대가 진압 병력을 향해 레이저를 겨누고, 폭죽을 터뜨리는 바람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언제부터 포틀랜드에서 이런 충돌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약 두 달 전부터 계속된 일입니다. 22일까지 최소한 50일 이상, 매일 밤 포틀랜드 시내에서 시위대와 진압 병력의 충돌이 벌어졌는데요. 평화적 시위를 연방 요원들이 과잉 진압하면서, 폭력과 파괴가 벌어졌다고 시위대와 시 당국, 주 정부는 주장합니다. 이들을 즉각 철수해야 문제가 풀릴 거라고 강조하는데요. 하지만 당국은 진압 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도시로 파견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진행자) 다른 도시 어느 곳에 연방 병력을 또 파견할 방침입니까?
기자)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그리고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며칠 내로 병력을 보낼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22일 이런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뉴욕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평화적 시위를 과잉 진압한다는 비판에 대해, 연방 정부의 입장은 뭡니까?
기자) ‘법과 질서’ 회복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합니다. 해당 지역들은 ‘자유주의적인 민주당’ 지도자들이 시정을 맡으면서 “무정부주의자들에게 통제권을 빼앗긴 상태”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는데요. 앞서 “중무장한” 정규군 병력을 투입할 계획까지 밝혔다가,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연방 의사당에 있는 남부연합 지도자들의 동상을 철거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요?
기자) 네. 연방 하원이 22일 본회의를 열어, 의사당 내 남부연합 관련 조형물 등을 철거하는 법안을 큰 표 차로 가결했습니다. 찬성 305표, 반대 113표가 나왔는데요. 민주당은 전원 찬성했고, 공화당에서도 찬성 72표가 나왔습니다. 이번 법안 처리는 “원칙과 신념”에 따라 의회가 행동하는 것이라고, 대표 발의자인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대표가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이길래, 원칙과 신념에 따른 거라고 합니까?
기자)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조형물을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의사당에서 없애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또한 남북전쟁 전후 시기에 흑인 차별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평가되는 인물들도 그 대상인데요. 대표적인 게 로저 태니 전 연방 대법관입니다.
진행자) 태니 전 연방 대법관이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지난 1857년 ‘흑인 노예는 미국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연방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고 판결했던 인물입니다. 드레드 스콧(Dred Scott)이라는 흑인 노예에 관한 사건이었는데요. 남북 전쟁의 도화선이 된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 판결을 내린 태니 전 대법관의 흉상이 의사당 안에 있는데요. 미국 최초 흑인 연방대법관이었던 서굿 마샬 전 대법관의 흉상으로 바꾸도록 이번 법안에 규정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법안 처리에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흑인 사회와 민권 단체 등에서는 적극 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원 흑인의원연맹 회장인 캐런 배스 의원은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남긴 정신을 기릴” 역사적 움직임이라고 의미를 뒀는데요. 루이스 의원은 미국 민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로서, 최근 암 투병 끝에 타계했습니다. 이 밖에 주요 민권ㆍ사회 단체들이 잇따라 환영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하원에서 남부연합 조형물을 철거하기로 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기자) 남부연합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하는 남부 지역 주들의 모임이었습니다. 따라서, 남부연합 관련 사적이나 기념물은 인종 차별의 상징과 다름없다고 흑인 사회와 진보 진영, 민권단체들이 주장하는데요.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의 ‘목 누르기’ 제압을 당한 뒤 숨진 사건 이후, 미국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남부연합 상징을 없애자는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최근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안’에도 관련 조치가 반영됐습니다.
진행자) ‘국방수권법안’의 관련 조항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남부연합군 장성의 이름을 딴 미군 기지나 시설 명칭을 교체하도록 규정한 항목이 있습니다. 큰 기지만 따져도, 남부연합 군 지도자의 이름을 딴 곳이 10개나 되는데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포트 브래그’, 조지아주의 ‘포트 베닝’, 텍사스주의 ‘포트 후드’, 그리고, 버지니아주의 ‘포트 AP 힐’ 등입니다.
진행자) 그럼 의사당 내 조형물을 없애고, 군 기지 명칭을 바꾸는 작업은 언제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그건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두 법안 모두, 상원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조형물 철거 법안의 경우, 상원에서 막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대표는 “노예제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의사당에서 바람 불어 없애듯이 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국방수권법안’의 군 기지 명칭 변경 조항도 처리가 안 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강한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인데요. 해당 군 기지들은 “기념비적이고 강력한 시설로서, 미국 역사 유산의 일부”라면서, 개명 논의는 “승리와 자유의 역사”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지난달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나의 행정부는 개명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백악관 측이 이어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최근 연방 대법원의 지형 변화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요 ?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이자 ‘진보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87살인 긴즈버그 대법관은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됐지만, 호전을 보이고 있다며 은퇴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긴즈버그 대법관 유고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긴즈버그 대법관은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왜 관심이 쏠리는 겁니까 ?
기자) 대법관은 사망하거나 스스로 퇴임할 때까지 종신으로 재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즈버그 대법관의 경우 워낙 고령인데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암 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1993년 대법원에 들어간 긴즈버그 대법관은 ‘RBG’란 애칭으로 불리며, 진보 진영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받는 인물인데요.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공백이 생길 경우, 보수 성향의 대법관으로 대체될 수도 있는 겁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등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잇달아 지명해 현재 대법원은 보수 5명 대 진보 4명으로 보수가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들이 행정부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성향은 여전히 보수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원 성향이 완전히 보수로 기울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원 결정은 미국의 법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까 ?
기자) 맞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법관 임명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 적극적인데요. 최근 진보 성향 단체들은 ‘대법원 투표자(Supreme Court Voter)’라는 운동을 결성하고 애리조나와 미시간 등 경합주에 광고비용으로 200만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이들은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대법원의 성향에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측이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가 뭘까요 ?
기자) 고령의 대법관이 긴즈버그 대법관 한 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보 성향의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 역시 81살로 고령인데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승리할 경우, 보수 성향 대법관이 2명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72살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나 70살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 등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까지 은퇴하게 된다면 대법원 성향은 진보로 돌아서게 됩니다.
진행자) 유권자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기자)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쪽에서 대법원 성향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가 보수 성향 대법관 지명이었는데요. 올해는 좀 다릅니다. 지난 4월 서포크대학교와 ‘USA투데이’ 신문이 공동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대법원 성향을 주요 사안으로 보는 비율이 더 높았고요. 또 ‘하트 연구소(Hart Research Associates)’의 조사 결과 진보 성향 유권자의 80%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할 가능성에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