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뎁 할랜드 신임 내무장관 지명자가 상원에서 인준받았습니다. 원주민 최초로 연방 정부 각료가 됐는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성탄절에 내슈빌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 사건은 음모론과 편집증이 동기였다고 연방수사국(FBI)이 결론 맺었습니다. 이어서, 한국계 미국인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오스카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내무장관 지명자가 상원에서 인준받았군요?
기자) 네. 15일 열린 상원 본회의에서 뎁 할랜드 내무장관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1표대 반대 40표로 가결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전폭적으로 찬성한 반면, 공화당은 대다수가 반대했는데요. 공화당 의원 네 명이 찬성 쪽에 합류했습니다. 할랜드 장관 인준은 미국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매체마다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할랜드 장관 인준이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내무부 역사상 첫 원주민 장관입니다. 연방 정부 모든 부처를 통틀어서도, 원주민이 장관급 인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특히,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온 주무 기관인 내무부의 수장을 원주민이 맡게 됐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원주민 관련 업무를 내무부가 담당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600개 가까운 원주민 부족, 총 190만여 명이 미국 각 지역에 살고 있는데요. 이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게 내무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난 행정부에서는 자치권과 개발 사업 등을 둘러싸고 내무부와 원주민 사회가 충돌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내무부가 하는 일은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공공 용지와 수로, 국립공원 관리, 그리고 광물 자원 개발 사업 감독 등도 내무부 영역입니다. 미국 곳곳에 5억 에이커에 달하는 공공 용지가 있는데요.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공 용지와 환경보호 구역에서 시추 작업을 금지했습니다. 아울러,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대규모 송유관 건설 사업도 중단시켰는데요. 이 때문에, 내무장관의 책임이 이전보다 커진 상황입니다.
진행자) 할랜드 신임 내무장관, 어떤 인물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기자) 뉴멕시코주의 라구나 푸에블로 부족 출신 원주민입니다. 이 지역에서 35대째 살아온 원주민 집안인데요. 베트남전 참전군인인 아버지와 해군 출신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원주민 사업체들을 대변하는 지역 지도자로 활동하다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중앙 정치권에 진출했는데요.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 된 최초 원주민 여성 두 명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진행자) 연방 의회에서 원주민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인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맘(single mom)’으로 지내며 정부가 제공하는 식료품 지원 사업인 ‘푸드 스탬프’에 의지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아 뉴멕시코대학교와 법학 전문대학원까지 졸업한 뒤 지역 사회 지도자가 됐습니다.
진행자) 내무장관으로 인준받은 데 대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원주민 사회와 진보 단체 등에서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15일 오후 인준안 가결 직후,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사회연결망에서 실시간 축하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코비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없었다면, 수많은 원주민이 워싱턴 D.C.에 모여들었을 것”이라고 원주민 권익 옹호 단체 ‘일루미네이티브(IllumiNative)’ 측이 언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뭡니까?
기자) 공공 용지 시추 금지를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내무 정책 때문입니다. 관련 작업이 본격화되면 기름값이 올라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들의 곤란이 커질 것”이라고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가 비판했는데요. 반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원주민 최초 장관이 탄생한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환영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밖에도 요직 인사에서 여러 가지 ‘최초’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행정부 요직의 ‘최초’ 사례, 또 어떤 사람들이 있습니까?
기자) 재무부에서는 재닛 옐런 장관이 여성 최초로 책임자가 됐습니다. 국방부는 흑인 최초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이끌고 있고요. 국토안보부는 이민자 출신 최초로, 쿠바 태생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이 맡고 있습니다. 또한, 교통부에서는 성 소수자임을 스스로 밝힌 인물 최초로 피트 부티지지 장관이 일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내슈빌 차량 폭발 사건이 ‘음모론’과 '편집증’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이 나왔군요?
기자) 네. 작년 성탄절에 발생한 내슈빌 차량 폭발 사건은 범인의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연방수사국(FBI)이 결론 내렸습니다. 사회적ㆍ정치적 이념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고 15일 수사를 끝맺으면서 밝혔는데요. 테러 행위와도 연관이 없었다고 보고서에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우선, 이게 어떤 사건이었는지 되짚어보죠.
기자) 지난 연말, 테네시 주도이자 관광객이 몰리는 내슈빌 도심의 상점 밀집 지역에서 여행용 자동차(RV)에 실린 폭발물이 터졌습니다. 그 결과 최소 8명이 다치고, 40개가 넘는 인근 건물과 도로, 시설물이 파손됐는데요. 길가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도 부서졌습니다. 당시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자동차들이 뼈대만 남은 채로, 마치 전쟁터처럼 변한 모습이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요. 성탄절인 12월 25일 아침에 발생한 일이라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진행자) 범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앤서니 퀸 워너라는 63세 남성이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사망해, 사체로 발견됐는데요. 당국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인근 지역 출신인데요. 평소 주변 사람들과 왕래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웃 중 한 명은 워너 씨에 대해 “집에서 일하면서 컴퓨터밖에 모르는 괴짜였다”고 사건 직후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사건이 테러나 정치적 목적에 따른 건 아니고, 워너 씨 개인의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수사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RV 차량 안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행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목적”이었다고 FBI 측은 밝혔는데요. 그런 행위로 이끈 동기는 “몇 가지 음모론에 오랫동안 사로잡힌 편집증, 그리고 이로 인한 인간관계 파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이 밝힌 '음모론'이란, 워너 씨의 삶을 억누르는 것(life stressor)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사건 발생 장소와 연계해 다양한 배경이 제기됐었지만, 모두 근거 없다고 이번에 당국이 판단한 겁니다.
진행자) 사건 발생 장소가 어떤 곳이길래, 다양한 배경이 제기됐습니까?
기자) 인근에 ‘AT&T’ 통신사 건물이 있습니다. 폭발 여파로, 사건 발생 직후 몇 개 주에서 전화 연결 등에 차질을 빚었는데요. 이 때문에, 사망한 범인 워너 씨가 5G(5세대) 통신망에 대한 망상증을 가졌을 수 있다는 추측이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5G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차세대 통신 체계인데요. 최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5G를 ‘국민을 염탐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워너 씨가 생각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 동기가 아니라는 것을 FBI가 확인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AT&T 건물과 워너 씨의 범행 장소 선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FBI는 밝혔는데요. 공범 여부나 배경에 대한 추가 수사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범인 워너 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워너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도로 사건을 일으켰다는 이야기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 몇 주 전에 워너 씨가 재산을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자신이 암을 앓고 있다면서, 누군가에게 자동차를 넘겨주려고 했습니다. 또 직장을 그만두면서 자신 명의의 주택을 캘리포니아에 있는 여성에게 무상으로 증여하는 문서에서도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왜 도심의 상점 밀집 지역에서 일을 벌였을까요?
기자) 역시 정신적인 문제 때문으로 파악됩니다.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impactful) 범행 장소”를 고른 것이라고 FBI 측은 판단했는데요. “내슈빌과 세계가 나를 잊지 않게 될 것”이라고 워너 씨가 사건 직전 이웃에게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사건 현장은 복구가 된 상태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폭발 이후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통과 출입이 통제된 상태인데요. 이제 사건이 종료됐으니까, 잔해를 치우는 작업부터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앞으로 상점들이 영업을 재개하려면, 몇 주에서 몇 달은 걸릴 것으로 현지 신문 ‘테네시언’을 비롯한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아카데미’ 영화상의 후보가 발표됐군요 ?
기자) 그렇습니다. 다음 달 25일에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가 15일 발표됐습니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황금빛 트로피의 이름을 따 ‘오스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상 수상은 영화인에게 최고의 영광으로 여겨지는데요. 올해는 특히 한인 2세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인 ‘미나리(Minari)’가 총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느 부문의 후보에 오른 겁니까 ?
기자) 미나리는 최고 영예로 꼽히는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각본, 남우주연, 여우조연,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이날(15일) 총 23개 부문의 최종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영화의 제목 미나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나물, 미나리를 말하는 거죠 ?
기자) 맞습니다. 어디서나 잘 자라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나물 미나리에서 이름을 딴 이 영화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 마을에 정착한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사는 ‘플랜B’라는 미국 할리우드 회사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정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요. 영화의 대사도 절반 이상이 한국말입니다.
진행자) 이 영화가 이때까지 여러 영화제를 휩쓸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미국 독립영화 최고의 시상식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관객상을 받은 이후 각종 영화상에서 수십 개의 상을 휩쓸었고요. 지난달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으면서 아카데미 후보로도 점쳐졌습니다.
진행자)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주목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작년에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를 쓰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요.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나리는 기생충과 달리 배우들도 후보에 올랐군요 ?
기자) 네. 주인공 제이컵 역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제이슨 연 씨는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고요.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 씨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또 세웠습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올해 아카데미 후보로 오른 배우들 가운데 9명이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다 보니 ‘역사적인 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나리와 함께 최고 영예인 최우수 작품상에 또 어떤 영화들이 올랐습니까 ?
기자) ‘더 파더’와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맹크’,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7’ 총 8 작품이 작품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193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비평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허먼 J. 맹키위츠의 생애를 그린 영화 ‘맹크’는 작품상 외에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진행자) 감독상도 관심을 끄는 부문이죠 ?
기자) 네. 올해는 특히 여성 감독 2명이 동시에 후보로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과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펜넬 감독이 그 주인공입니다. 특히 미국의 유목민 노동자의 삶을 다룬 영화 ‘노매드랜드’를 만든 클로이 자오 감독은 중국계인데요.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을 받았다고요 ?
기자) 네. 일단, 시상식 일정이 변경됐습니다. 원래 올해 2월 28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인해 4월 25일로 두 달 연기됐습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코로나 사태로 대작들의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극장이 아닌 인터넷으로 시청 가능한 ‘넷플릭스’ 영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겁니다. 이번에 10개 부문에 후보에 오른 영화 ‘맹크’ 등 넷플릭스 영화 여러 편이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는데요. 원래 아카데미상은 미국에서 제작되거나 일정 기간 이상 상영된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올해는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은 넷플릭스 작품도 출품을 허용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