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정치권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사회기간시설(infrastructureㆍ인프라) 투자 근거 법안 처리가 21일 상원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부결을 공언했는데요. 자세한 상황 살펴보겠습니다. 의사당 습격 사건 관련 중범 기소자 가운데 처음으로 플로리다 출신 남성이 8개월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어서,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 수용소의 수감자가 본국으로 송환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사회기간시설(infrastructureㆍ인프라) 투자 근거 법안 처리가 상원에서 시작된다고요?
기자) 네. 21일 상원에서 인프라 투자 근거 법안 처리에 돌입합니다. 안건 토론을 위한 절차 투표를 이날 실시하겠다고, 다수당 대표인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가 19일 밝혔는데요. “초당적인 틀을 마련한 지 한 달이 돼간다”면서 이제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낼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에서는 협조하지 않을 전망인데요. 민주-공화 양당의 대립이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인프라 투자법안이 뭔지 짚어보죠.
기자) 지은 지 오래된 미국 곳곳의 도로와 교량, 항만, 공항 등을 개ㆍ보수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겁니다. 인프라를 현대화할 필요성은 이전 행정부에서도 제기됐지만, 구체적 추진 방법에 각 정당의 입장이 엇갈려 실행되지 못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이 문제를 주요 국정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미국일자리계획(American Jobs Pla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진행자) 사회기간시설을 현대화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목적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곳곳에서 관련 공사 등이 벌어지면서, 급여 수준이 높은 일자리들이 생길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연설했는데요.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90%는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직위들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이 설명했습니다. 또한, 인프라 투자사업이 실현되면 “거대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호황의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초당적인 틀을 마련한 지 한 달이 돼 간다”는 슈머 대표의 말은 무슨 뜻인가요?
기자) 법안 처리를 위해 타협안을 마련한 게 약 한 달 전입니다. 민주-공화 양당의 ‘중도파' 의원 20여 명과 바이든 대통령 측이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합의 사실을 발표했는데요. 원안에서 2조 3천억 달러에 달하던 총액 규모를 타협안에서는 1조 2천억 달러 선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습니다. 공화당이 반대하는 사안들을 대부분 삭제한 결과입니다.
진행자) 삭제한 부분이 어떤 것들인가요?
기자)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투자 대상, 다른 하나는 재원 마련 방안에 관한 건데요. 먼저 투자 대상에서는 ‘전통적인 인프라’가 아닌 부분들을 모두 빼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원안에는 보육 시설과 노약자ㆍ장애인 지원 사업,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 설비 같은 항목들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인적 인프라(human infrastructure)’로 규정한 겁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인프라와 관계없는 진보ㆍ좌파 의제라고 지적했고요. 타협안에서 결국 빠졌습니다.
진행자) 타협안에서 빠진 두 번째 사항, 재원 마련 방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법인세율 인상입니다. 법인세는 기업들에 매기는 세금인데요. 원래 35%였던 세율을 트럼프 행정부 당시 21%로 대폭 낮췄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걸 최고 28%까지 다시 올려서, 사회기간시설 투자 비용에 충당할 계획을 세웠는데요. 공화당은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리면, 재투자를 비롯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또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져서,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결국, 기존 정부 예산에서 가용 자원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에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내용으로 21일 상원에서 처리하는 절차를 시작한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만 타협안은 마련이 됐지만, 실제 입법을 위한 법안 문구 작성은 하지 않은 상태인데요. 이른바 ‘껍데기 법안(shell bill)’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19일 밝혔습니다. ‘껍데기 법안’은 법안의 윤곽을 비롯한 형태만 있고, 세부적인 내용이 채워지지 않은 걸 말하는데요. 일단 상원이 타협안에 관한 토론을 시작하고, 구체적인 보완 사항 등을 넣어가는 식으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공화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당 지도부가 부결을 공언했습니다. “그(슈머 대표)는 60표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가 밝혔는데요. 타협안이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법안 작성도 안 된 상태”라면서 강행 처리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대표 역시 “표결을 하려면 (작성 완료된) 법안을 봐야 한다”면서, “이해하기 쉬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지도부에서 60표를 거론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하더라도, 공화당에서 10명 이상 합류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상원에서 민주-공화 양당 의석수가 50대 50인데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뚫고 주요 안건을 가결하려면 60표가 필요합니다.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는 게 튠 공화당 원내총무의 말입니다.
진행자) 공화당 지도부 입장은 그렇다고 해도, 타협안 마련에 참여한 ‘중도파’ 의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쪽에선 뭐라고 하나요?
기자) 타협안 작성에 공화당 의원 10여 명이 관여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들 중도파만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가결할 수는 있는데요. 하지만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는 중입니다. 공화당에서 타협안 참가를 주도한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은 “수요일(21일)에 (표결할) 준비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역시, 표결을 진행하려면 구체적인 법안 문구 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의사당 습격 사건 가담자의 형벌이 선고됐다고요?
기자) 네. 지난 1월 연방 의사당 습격 사건에 가담한 플로리다 출신 38세 남성 폴 앨러드 호킨스 씨에게, 19일 법원이 징역 8개월 형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1년 6개월보다는 형기가 상당히 줄었는데요. 형기 마감 이후에도 사법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보호관찰 2년이 추가됐습니다. 해당 사건 가담자 가운데 중범으로는 처음 선고가 나온 건데요. 앞으로 관련자 처벌의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중범으로는 처음 선고가 나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법무부가 사건 가담자들을 두 갈래로 나눴는데요. 단순히 의사당 경내에 진입하는 등 참가 정도가 가벼운 사람들은 경범(misdemeanor)으로 입건했습니다. 반면, 본회의장에 진입해서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거나, 기물을 파손ㆍ절취하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람들은 중범(felony)으로 분류했는데요. 전체 입건 대상자 수는 500명 선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중에 단순 가담 사례가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주요 언론이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킨스 씨는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건 당일 호킨스 씨가 상원 본회의장에 진입한 장면이 주요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이름이 적힌 웃옷과 깃발을 들고 의장석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기물을 파손하거나 공격적인 행위를 하진 않았는데요. 당시 진행 중이던 2016년 대선 결과 인증 절차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고요, 수사 초기 유죄 인정을 통해 사법 처리 절차가 빨라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유죄 인정’이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기자) 형사 피고인이 유죄를 스스로 인정하면, 정상을 참작해 구형량을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영어로 흔히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이라고 하는데요. 피고와 검찰이 합의한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대게 그대로 선고가 됩니다. 하지만 호킨스 씨 사건 담당 재판부는 구형량보다 적은 형기를 선고한 겁니다.
진행자) 구형량보다 적게 선고한 이유는 뭐라고 합니까?
기자) “이례적으로 일찍” 유죄를 인정한 사실을 참작했다고 재판부가 밝혔습니다. 또한 폭력적인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공식 사과문을 내놓은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에 실형과 함께 보호 관찰을 선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선고 내용 구체적으로 들어보죠.
기자) 의사당 습격 사건은 “(민주-공화) 양당의 선출직 공직자들이 헌법에 따른 책무를 수행 중인 현장을 공격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 일이라고 랜돌프 모스 판사가 규정했습니다. 이 사건 가담한 호킨스 씨는 “미국 국기가 아니라 특정 개인(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충성을 선언하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런 행위는 “나라 전체보다 개인을 우선에 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의사당 습격 사건이 어떤 일이었는지 되짚어보죠.
기자) 지난 1월 6일,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 의사당에 난입해, 대선 결과 인증을 방해한 사건입니다. 당시 의사당에서는 상ㆍ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당선인으로 선포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시위대 습격으로 의원들이 전원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고요. 경찰관을 비롯한 다섯 명이 목숨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의사당 경계망이 난입에 뚫린, 근대 미국 역사에서 유례없는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사람이 본국으로 돌아갔다고요?
기자) 네. 쿠바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 수감돼 있던 전 탈레반 지휘관 1명을 본국인 모로코로 송환했다고 미 국방부가 19일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타나모 수감자의 첫 본국 송환이 이뤄진 건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 수감자가 누구입니까?
기자) 50대 중반인 압둘 라티프 나시르 씨입니다. 모로코 출신이지만,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았고요. 지난 2002년, 무장단체 ‘탈레반’의 지휘관과 무기 조교로 활동하며 미군과 전투를 벌이다 잡힌 후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됐습니다.
진행자) 관타나모 수용소가 어떤 곳인가요?
기자) 관타나모 수용소는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테러 용의자 등을 수용하고 심문하기 위해 연 시설입니다. 당시 테러로 뉴욕 무역센터 건물과 워싱턴 교외 국방부 청사가 비행기 납치범들에 의해 공격을 받으면서 3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요. 이후 국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었는데요. 한때 관타나모 수용소의 수감자는 800명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지금은 수감자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나시르 씨의 송환으로 이제 39명이 남았다고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는 현재 재판중이거나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도 있고요. 또 10명은 송환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하면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나는 겁니까?
기자) 국방부과 국토안보부, 법무부와 국무부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보안 심사 위원회에서 송환 권고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나시르 씨는 이미 지난 2016년에 더 이상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본국 송환 결정이 났는데요. 하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송환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극히 위험한 인물들"이라며, "이들이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게 허용해선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관타나모 수용소가 쿠바에 있다고요 ?
기자) 네, 쿠바 남동쪽에 있는 관타나모 해군 기지 안에 있습니다. 현재 미국 법상 관타나모 수용소 재소자들을 미국 본토 감옥으로 이송하는 것은 금지돼 있는데요. 의료 행위를 위해서도 미국 본토로 이송할 수 없습니다. 안보상의 문제 때문인데요. 수감자들이 풀려나면 제3국이나 본국으로 보내집니다.
진행자) 그런데 관타나모 수용소가 오랫동안 논란이 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고문과 인권 유린 행위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부시 전 대통령 후임으로 취임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추진했는데요. 공화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요. 현재 바이든 대통령도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수용소를 폐쇄할 경우 수감자들이 다시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를 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풀려난 이후에 적대 행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까?
기자)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 2016년 공개한 자료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난 728명 가운데 17%가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에 다시 가담한 것이 확인됐고, 12%는 가담이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보안 심사를 거치지 않고 석방된 수감자들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풀려난 나시르 씨는 보안 심사에서 미국 안보에 더는 위험이 되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은 거죠?
기자) 맞습니다. 나시르 씨는 19일 본국인 모로코에 도착한 후 경찰에 구금됐는데요. 현지 경찰은 나시르 씨의 테러 혐의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모로코 측의 협조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는데요. 국방부는 성명에서 "양국의 안보 이익 달성을 위한 모로코왕국의 오랜 협력에 사의를 표한다"며 "또 관타나모 시설 폐쇄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지지해준 점에도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 기사는 AP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