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코로나 피해 보전 추가 부양책 논의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이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자세한 상황 살펴보겠고요. 극우 음모론 신봉 의원을 의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혐오 단체의 숫자는 줄어든 반면 온라인 활동은 활발해지고 있다는 보고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이 만나서, 경기 부양책을 논의했다고요?
기자) 네. 신종 코로나비아러스 피해 보전 등을 위한 추가 경기 부양책 협상을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들이 1일 저녁 백악관에서 만났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참석했는데요. 약 두 시간 동안 회동이 진행됐지만, 합의를 발표하진 못했습니다. 회동 후 수전 콜린스 의원은 기자들에게 “아주 좋은 관점 교환”이 있었다면서,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쪽에선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역시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악관 측은 대통령ㆍ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 양 측이 “미국민들을 돕기 위한 바람을 공유했다”는 성명을 이날(1일) 회동 직후 내놨는데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현시점의 요구 사항들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양책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좋은 만남이었지만 이견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양측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죠.
기자) 우선 총액 규모에서 차이가 큽니다.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 열 명이 지난달 31일 총액 6천180억 달러 자체 부양안을 공개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달 14일 ‘미국 구제 계획(America Rescue Pla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총액 1조 9천억 달러 부양안 보다 규모가 훨씬 작습니다.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요.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자체 안 작성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우선순위 사업들을 많이 고려했다면서, 의회에서 민주-공화 양당 합의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진행자) 총액 규모에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우선, 연방 정부가 주 정부들을 도와야 하는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다릅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주 정부와 지역 당국 지원 예산 상당액을 부양안에 포함한 반면, 공화당은 아예 제외했는데요. 이 밖에 양측이 공통으로 시행 항목으로 선정한 사업들도 비용 면에서 공화당 안이 민주당 안보다 훨씬 적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항목들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죠.
기자)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추가 현금 지급’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고소득층을 제외한 주민들에게 1인당 1천400 달러씩 수표를 발송하거나, 계좌 이체해주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화당 측은 1인당 지급 액수를 1천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연간 소득이 4만 달러 이상인 사람은 액수가 줄고, 5만 달러 이상이면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도록 했는데요. 부부 합산 소득 10만 달러까지만 지급 대상으로 하는 겁니다.
진행자) 현금 지급액에 400달러 차이가 나고, 대상자 규모도 다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CNN 방송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방안으로는 미국 전체 가계의 95%가 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안을 시행하면, 지급 대상이 78%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공화당의 의도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현금 지원을 하자는 겁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다수 가계의 소비 지출 여력을 높여서 경제 전체에 돈이 돌도록 하자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관심을 끄는 나머지 하나는 어떤 항목인가요?
기자) ‘연방 실업 지원 확대’입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연방 정부가 매주 400달러씩 지원하자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인데요. 지난 5차 부양책에서 300달러였던 액수를 조금 높이고, 시행 기간도 3월에 마무리되는 것을 9월까지 6개월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주당 300달러 액수를 유지하고, 6월 말까지만 진행하자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이렇게 양측의 입장 차가 있는데, 앞으로 의회에서 어떻게 처리될까요?
기자) 민주당은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상ㆍ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1일 공동 성명을 통해 “무대책의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과단성 있게 행동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과의 합의 처리를 선호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단독 처리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극우 음모론 신봉자를 의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논란이 진행 중이라고요?
기자) 네. 지난달 연방 하원에 진출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의 처신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린 의원은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 지지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과거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언행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었습니다. 하원의원 취임 뒤에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겼다(TRUMP WON)’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의사당에 나타나 주목받았습니다.
진행자) 퇴출 요구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상임 위원회 배정 철회 결의안을 1일 민주당 측이 내놨습니다. 앞서 공화당 지도부가 그린 의원을 교육노동노동위원회와 예산위원회에 배정했는데요. 그린 의원을 상임위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입니다.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대표가 케빈 매카시 공화당 대표에게 이번 주 최후통첩을 제시할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아예 정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의원직을 내려놓으라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 소속 지미 고메스 의원은 그린 의원에 대해 제명 촉구 결의안 추진 계획을 공개했고요. 자진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린 의원이 과거 어떤 언행을 했길래, 이런 요구가 이어지는 겁니까?
기자) 근래 미국 사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들에 음모가 개입돼 있다는 주장에 동조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2001년 9·11 테러 때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이나 다른 발사체라는 음모론을 신봉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고요. 또한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등학교에서 17명이 숨진 총격 사건은 총기규제를 위해 계획된 일이었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극단적인 주장도 지지해왔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극단적인 주장,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물러나게 하려면 “머리에 총을 쏘는 게 더 빠를 것(a bullet to the head would be quicker)”이란 페이스북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또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칭하며 “그들을 교수형(hanging) 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동조하는 입장을 인터넷 사회연결망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런 그린 의원의 행보에,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최근 내놨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지도부에서 뭐라고 했는지 살펴보죠.
기자) “괴상한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은 “공화당에 암적인 행동”이라고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가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지적했습니다. 그린 의원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9.11 음모론과 총격사건 조작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현실 세계에 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그린 의원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그린 의원이 뭐라고 반박했습니까?
기자) “공화당에 진정 암적인 존재는 우아하게 질 줄만 아는 유약한 공화당원들”이라고 1일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물러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의미로 주요 언론이 해석하고 있는데요. 그린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 주 동안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내 혐오 단체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네. 미국 인권 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1일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미국 내 혐오 단체 수는 838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년도인 2019년의 940개보다 100여 개 줄어든 건데요. 앞서 2018년에 1천20개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혐오 단체라면 어떤 단체를 말하는 겁니까?
기자) 남부빈곤법률센터는 특정 계층을 공격하거나 해롭게 하고자 하는 믿음, 또는 행위를 하는 단체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인종주의 단체, 외국인 혐오 단체 그리고 반정부 단체 등을 추적해 매년 관련 보고서를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2020년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사회 분열이 심각했던 해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혐오 단체는 오히려 줄었네요?
기자) 네. 하지만 그 배경을 보면 그다지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백인 우월단체와 신나치 단체 등이 온라인으로 활동 기반을 옮겨가면서 추적이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많은 혐오 단체가 소셜미디어로 옮겨가고 있고 암호화된 앱, 즉 응용 프로그램으로 기반을 옮겨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온라인상으로는 정확한 규모나 활동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면 단체에 정식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혐오 단체나 반정부 단체와 소통할 수 있고요. 또 뜻이 맞는 사람들과 온라인상에서 교류하다가 실제 행동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6일에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입니다. 당시 시위대 사이에서는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남부연합기’도 보였고, 신나치의 상징이 그려진 옷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AP 통신에 따르면 당시 사건으로 연방 당국이 160여 명을 체포했는데, 이중 약 30명이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이나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극우 단체인 ‘프라우드보이스(Proud Boys)’ 등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 외에도 최근 몇 년간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됐던 것 같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급증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나온 보고서를 보면 백인 우월주의 단체는 지난해 30개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반이민 단체, 이슬람교도들을 혐오하는 반무슬림단체,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반 LGBTQ 단체는 전년도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는데요.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현장 조직은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요?
기자) 남부빈곤법률센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의 강압 진압으로 숨진 이후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철폐 움직임이 일었던 것과 동시에 인종주의자들의 음모론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가 주류정치계에 파고든 해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눈에 보이는 수치가 다가 아닐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보고서는 혐오 단체 숫자는 미국의 인종주의와 혐오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는데요. 숫자가 줄었다고 해서 편견적인 신념이나 혐오 행동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보고서는 올해 취임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는데요. 우선,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미 연방수사국(FBI)에 국내 테러리즘을 감시, 조사하고 기소할 기관을 만들 것을 촉구했고요. 연방 차원의 혐오 범죄 자료 수집과 훈련, 예방 조처를 개선하는 한편, 처벌 대상 단체의 자금을 회수하고, 극단주의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연방법을 제정할 것으로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