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성을 축소 언급해온 점을 인정했습니다. 국민적 ‘공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는데요. 자세한 사정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연방 대법관 후보 20명을 추가 공개했고요.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오스카 어워즈(The Oscar Awards)’ 작품상 선정 요소에 ‘다양성’이 추가되는 이야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축소 언급해온 점을 인정했다고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성을 의도적으로 낮춰 언급해왔다고 9일 인정했습니다. 대중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랬다고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말했는데요.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을 속여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왜 갑자기 이런 내용을 인정한 겁니까?
기자) 관련 사안을 폭로하는 책 때문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 소속 밥 우드워드 기자가 ‘격노(Rage)’라는 제목의 신간을 오는 15일 내놓을 예정인데요. 이 책의 주요 내용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우드워드 기자의 통화 음성 파일이 9일 주요 매체들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진행자) 공개된 책 내용과 음성 파일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습니까?
기자)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월 7일 녹음된 음성 파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공기를 통과한다”면서 “접촉 없이도” 전염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감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공개석상에서는 다른 말을 했습니다. 2월, 그러니까 이 통화가 이뤄질 무렵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온이 올라가는 4월에는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었고요. 독감과 비슷한 것이라 미국민들에게 미칠 위험이 낮다고도 말했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일부러 낮춰 말해온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3월에 진행된 우드워드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항상 이걸 낮춰 말하고 싶었다”면서 “지금도 그렇다”고 했는데요. “패닉(극도의 공포ㆍ공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이런 통화 내용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사실로 인정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9일)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요. “나는 이 나라의 응원자(cheerleader)다. 우리나라를 사랑한다”면서 “국민이 공포에 빠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확신과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해왔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에선 이런 발언을 비판하고 있는 거고요?
기자) 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미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온 것”이라고 이날(9일) 주장했습니다. 미시간주 워런에 있는 자동차 공장 유세에서 한 말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는 “국민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배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CNN 뉴스 진행자와 대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혐오스럽다”면서 “범죄에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국민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걸 막으려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을 믿지 않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미국인들을 죽게 하는데, 온종일 그(트럼프 대통령)가 무얼 한 거냐. 마스크 착용이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냐”고 바이든 후보는 강조했는데요. 국민적 공황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주식시장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트럼프 대통령)의 부자 친구들이 돈을 잃지 않았다”고 바이든 후보는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코로나 종합 통계 짚어보죠.
기자) 사망자 19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0일 현재 존스홉킨스대학교 자료를 기준으로 약 19만1천 명을 기록 중인데요. 전체 누적 확진자 수는 약 637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사망자와 확진자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대법관 후보를 추가로 공개했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대법관 후보 20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대법관 궐위가 생기면, 후보 명단에서 지명하겠다는 뜻인데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 들어 있어서 특별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대법관 후보 명단에 들어간 잘 알려진 인물, 누굽니까?
기자)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했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치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아울러 톰 코튼 상원의원과 조시 홀리 상원의원도 명단에 들어갔는데요. 코튼 의원은 1977년생, 홀리 의원은 1979년생으로 젊습니다. 그래서 공화당 내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들입니다.
진행자) 현재 새로운 대법관을 지명해야 하는 상황인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미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라, 사망이나 자진 사퇴 등이 아니면 결원이 생기지 않는데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으로 관심을 모으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의 상황이 어떻길래 그런 해설이 나오는 겁니까?
기자) 보수-진보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를 최근 다뤄왔습니다. ‘불법체류청년추방유예(DACAㆍ다카)’ 제도를 비롯한 이민 현안, ‘오바마케어’ 관련 문제를 포함한 보건 정책, 그리고 총기 소유와 임신중절 권리에 관한 소송 등이 대표적인데요. 현재 대법관 9명 가운데 보수 성향이 5명으로 다수, 진보 성향이 4명으로 소수입니다. 하지만 최근 주요 쟁점에서 예상을 깨고 진보적 판결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적인 인물로 구성한 후보 명단을 내놓은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9일) 회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도 자체 명단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는데요. “급진 좌파” 판사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되면 이 나라의 법질서의 근본이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7월, 대법관 지명자로 흑인 여성 판사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대법관 결원이 없는데 이렇게 후보 명단을 공개한 선례가 있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명단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요. 당시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인준을 공화당이 거부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식 취임한 뒤, 보수 성향 대법관 두 명을 임명했는데요. 브렛 캐버노 대법관과 닐 고서치 대법관입니다.
진행자) 그럼 조만간 결원이 생겨서, 새 대법관을 지명하게 될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암이 재발해 치료받는 중인데요. 본인은 은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결원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는데요. 87세인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RBG’라는 영문 약칭으로 불리면서 인기가 높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오스카’ 작품상 선정 기준에 ‘다양성’이 추가된다고요?
기자) 네. ‘오스카 어워즈(The Oscar Awards)’를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가 최고상인 작품상 선정 요소에 ‘다양성’을 추가하겠다고 지난 6월 밝힌 바 있는데요. 이 ‘다양성’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8일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했습니다. 제96회 시상식이 열리는 2024년부터 새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다양성’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내용, 살펴보죠.
기자)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눴는데요. 이 중에 두 가지 항목에 기준을 충족해야 작품상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항목은 ‘영화 표현(onscreen representation)’ 부문인데요. 해당 작품에 나오는 주연이나, 비중 있는 조연 중에 적어도 한 명은 ‘과소대표된(underrepresented) 인종집단’ 출신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백인이 아닌 소수 인종 배우에게 중요한 배역 중 하나를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진행자) 중요한 배역에 인종 배려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대체 방안도 가능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배역 가운데 30%를 여성이나 성 소수자 또는 소수인종에게 줘도 되고요. 장애인에게 배정해도 기준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안 되는 경우라면, 영화의 중심 줄거리 자체가 소수 집단에 관한 이야기일 경우에 기준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나머지 항목들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두 번째 항목은 영화의 막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겁니다. 연출과 촬영, 음악을 비롯한 제작 인력에 여성이나 유색인종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내용이고요. 세 번째 항목은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유급 견습생이나 훈련생, 네 번째 항목은 영화사나 배급사 직원에 관한 규정입니다. 역시 인종과 성별 다양성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진행자) 첫 번째 항목인 ‘영화 표현’ 부문은, 작품에 나오는 배우를 확인하면 되는데, 나머지 항목에서 보는 제작 인력 같은 건 어떻게 확인합니까?
기자) 아카데미 측이 구체적인 현황을 살피기 위해 현장 점검(spot checks)을 벌일 계획입니다. 아울러, 해당 작품을 만든 영화사와 배급사와도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스카 작품상 선정 기준에 왜 이런 사항들을 추가한 겁니까?
기자) 그동안 오스카상이 너무 백인 중심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oWhite)’는 비판 움직임이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에서 진행됐는데요. 이에 따라 아카데미 측이 변화를 모색하는 겁니다. 최근 영국영화협회(British Film InstituteㆍBFI)의 사례를 참고했는데요. BFI는 지난해부터 다양성 부문을 만들어, 관련 수상 자격 요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2024년부터 오스카 작품상을 받으려면, 소수계 출신의 참여가 증명돼야 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최근 시상식인 올해 제92회 오스카 어워즈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아 변화의 신호로 평가됐는데요. 오스카 역사상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기생충’은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석권했는데요. 아울러 오스카를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 측은 앞서, 올해까지 유색인종과 여성 회원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발표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대부분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 일이라며 환영을 나타냈는데요. 하지만 예술가들에 대한 통제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의 회원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연출·연기·제작·기술 등 영화 각 부문에서 공헌한 사람들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이 심사를 거쳐 회원이 되는데요. 아카데미 본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 있습니다. 시상 행사 이름도 단체명을 따라 ‘아카데미 어워즈(Academy Awards)’가 됐는데요. 그러다가 수상자에게 주는 트로피 이름을 본떠, 오스카상이라는 명칭으로 굳어졌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