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미국의 리더십 복원을 표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얀마 쿠데타 사태로 딜레마에 놓였습니다. 미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서 민주주의 관련 의제들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며 주목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 세계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첫 임기 내 민주주의 국가 대표들을 초청해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을 개최하겠다는 공약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내놓은 구체적인 대외 정책 공약으로 꼽힙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1월 이 공약을 발표하며 “(이 회의에) 참여하는 정상들은 자국 내 부패에 맞서고 인권 증진을 위해 협력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약속을 할 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바이든 대통령] “Leaders who attend must come prepared…”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해 독재주의 국가들의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미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서 이런 민주주의 의제들이 취임 초 터진 미얀마 쿠데타 사태로 첫 시험대에 올랐다며 주목했습니다.
미얀마 군부를 대대적 제재로 압박하자니 미얀마가 중국에 밀착할 가능성이 커져 역내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구상이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 겁니다.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얀마의 쿠데타는 아시아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큰 외교적 시험”이라며, 미얀마를 중국에 밀착시키지 않으면서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주에 있는 로이연구소의 한 전문가를 인용해 “사람들은 (바이든 정부의 대응이) 역내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과 가치에 기반한 대외 정책 대한 요구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CNN’ 방송도 미얀마 쿠데타는 “전 세계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시험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추구하기 위해 얼마나 멀리 갈 것인지, 혹은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위대한 지정학적 게임의 일환으로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의 군부 지도자들과 연락을 계속 유지할 지 보여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미얀마 쿠데타는 바이든 민주주의 어젠다에 첫 시험”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가 자신의 약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면 미국의 대응이 신속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얀마 쿠데타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주의 옹호자로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시험대”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또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미 국내 사태를 겪은 이후 미국의 도덕적 권위에 대한 초기 시험대”라는 관측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의회 난입 사태는 해외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지적했습니다.
언론들은 미얀마의 민주화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을 지낸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워온 성과 중 하나라는 점도 주목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미얀마의 군부 지배가 끝나자 2016년 중순까지 미얀마에 대한 대부분의 제재를 해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버마에서 벌어진 일은 “민주주의로의 전환과 법치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버마의 민주적 정권 이양을 뒤엎은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는 현 정부의 국호인 ‘미얀마’ 대신 군부 통치 이전의 ‘버마’ 호칭을 쓰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