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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아프간 철군, 미국 신뢰에 타격…바이든 '인도태평양 중점' 정책에 긍정적일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해 연설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탈레반 집권이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외정책의 초점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려는 미국의 정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 16일자 분석기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가운데 아시아와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대외 문제에서 미국의 확고한 존재의 재건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바라고 있던 가운데 아프간 철군은 미국의 지원이 더 이상 무한하지 않다는 느낌을 동맹국들에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18일 관련 보도를 이어가며 탈레반의 집권은 극단주의의 위협에 직면한 중국 입장에서도 승리가 아니라며, 중국은 미국의 아프간 철군이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 간 경쟁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아프간 사태는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과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도 15일 이번 사태로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전 세계적 관여에 재전념’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 약속에 대한 신뢰성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부터 동아시아 지역에 걸친 많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오랜 안보공약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됐다는 겁니다.

로리 스튜어트 전 영국 국제개발부 장관은 이 신문에 “미국의 군사 역량 만큼 민주주의와 자유의 수호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이 또다시 위험에 빠졌다”며 “전 세계 영감과 등대가 됐던 서방의 민주주의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P’ 통신은 20일 아프가니스탄 사태 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동남아시아 순방 길에 오른 데 주목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외교와 군사적 자원을 집중해온 것의 연장선으로, 특히 아프가니스탄 사태 와중에 역내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보도했습니다.

아프간 철군이 미국 대외정책의 주요 전략적 변화를 개시하는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2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미군들이 군 활주로 주변을 지키고 있다.
2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미군들이 군 활주로 주변을 지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19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최근 2만 5천명 규모의 해병대와 해군을 투입해 서태평양에서 동맹국들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 데 주목했습니다.

이 신문은 아프간 사태가 중국과 북한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지원에 의존하는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동맹 공약에 도전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려는 미국이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면서 동맹과의 관계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와의 안보협의체인 ‘쿼드’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역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19일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미 대외정책의 주요 변화로 보지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바락 오바마 행정부부터 계획됐고 바이든 행정부가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는 일본 `니케이 신문' 평론가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이 인사는 기고문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아프간 군사 개입 중단이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접근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본과 타이완에 이르기까지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은 아프간 사태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역내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19일 이번 사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 외교적 초점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돌리려던 미국의 계획을 한 동안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아프간 철군을 돕기 위해 지난 6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던 유일의 미 해군 함정 로널드 레이건호를 중동으로 옮겼고, 이어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악화되자 이 함정의 전투기들이 인근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해 투입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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