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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탄핵 심판 받는 트럼프 대통령…유일한 '2차례 하원 탄핵' 대통령 될까?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약 1주일 남겨놓고 미 의회의 탄핵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 미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하원 탄핵을 두 번 받은 대통령이 됩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하원이 이르면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하원 민주당이 12일 공개한 4쪽자리 탄핵안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혐의는 ‘내란 선동’입니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정부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고 지지자들에게 선거 결과 인증을 방해하도록 독려하는 등 중범죄와 경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거인단 투표 개표와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있었던 지난 6일 의사당 난입 사태가 일어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 탓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미국에 대한 “내란 혹은 폭동에 관여한 자”는 추후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수정헌법 14조3항에 따른 탄핵소추라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이어 “이 모든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정부 기관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며 “민주주의 시스템의 무결성을 위협하고,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방해했으며, 평등한 정부 기관을 위태롭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은 내가 한 말이 완전히 적절했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지난 여름 일어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진짜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트럼프 대통령] “People thought what I said was totally appropriate…”

하원은 탄핵안 토의.표결에 앞서 12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역량이 없다고 선언하고,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즉시 해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이미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에 하원은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상원 심판에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원에서 탄핵안은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현재 하원은 445석 중 민주당이 222석으로 무난히 통과해 상원으로 넘겨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관건은 100명 중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 상원 표결인데, 민주당은 정확히 양분된 상원에서 공화당 50석 중 최소 17석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죄 평결을 내리고 해임할 수 있습니다.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는 상원 정기회기 시작 예정일인 오는 19일 의원들을 소집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따라 탄핵안이 상원으로 송부돼 심리가 시작되는 시점은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미국 선거인단 투표 확증을 위해 연방 상하원의 합동회의가 열리는 의사당 회의장에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침입해 의원들이 피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선거인단 투표 확증을 위해 연방 상하원의 합동회의가 열리는 의사당 회의장에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침입해 의원들이 피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대통령 임기 종료 후 탄핵이 가능한지는 과거 전례가 없어 법적 해석이 분분합니다.

이번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미 대통령이 됩니다.

특히 미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된 대통령이란 오명을 쓰게 됩니다.

2019년 12월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하면서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와 연계했다며 탄핵안을 가결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력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를 적용한 이 탄핵안은 지난해 2월 상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국가 지도자가 심판에 올려질 수 있는 이유는 한 곳에 지나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이런 기본원칙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 입법부인 의회는 행정부의 대통령과 사법부의 대법관 등을 탄핵할 수 있습니다.

미 헌법은 탄핵 절차가 개시되려면 대통령이 ‘반역, 뇌물수수나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를 저질렀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015년 미국에 입국해 유타 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민 제이크 김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번 의사당 난입 사태마저도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이크 김 씨] “북한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조차 있었던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이번 사태가 매우 비민주주의적인,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민주주의적인 것이죠.

한편 마가렛 키벤 하원 사제는 12일 하원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에 앞선 기도에서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에 대해 개탄했습니다.

[녹취:키벤 사제] “The events of last week…”

키벤 사제는 “미국인들의 죽음과 파괴, 손상으로 이어진 지난주 사건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불만의 씨앗이 국가 전역에 뿌려졌고, 우리는 회오리 바람을 거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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