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이 논란 많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확정했습니다. 이로써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인데요. 자세한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 20여 개국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팬데믹(대유행)을 대비한 새로운 국제조약을 요구했습니다. 수에즈운하에서 좌초했던 대형 컨테이너선을 예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중국이 홍콩 선거제 개편을 확정한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67, 반대 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홍콩 선거제 개편안은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가결됐던 거죠?
기자) 맞습니다. 전인대는 지난 11일 폐막한 전체회의에서 개편안 초안을 가결했고요. 세부 손질을 거쳐 이날 표결에 부쳐진 겁니다. 상무위원회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인대 전체회의를 대신해 전인대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최고 입법기구입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홍콩의 선거제도는 어떻게 바뀌게 되는 겁니까?
기자) 현재 홍콩 입법회 의석수는 70석인데요. 이걸 90석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의석수는 20석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진행자) 종전에는 직접 선출하는 의석수가 몇 석이었습니까?
기자) 70석의 절반인 35석은 각 지역구 주민들이 선출하고요. 나머지 35석은 각 직능단체를 대표하는 선거구에서 선출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능단체가 중국 의존 경향이 크다 보니, 홍콩 입법회의 과반을 친 중국계 인사들이 차지해왔습니다.
진행자) 전체 의석은 늘리고, 직접 선출직 의석은 줄인다고 했는데, 그럼 나머지 의석은 어떻게 구성되는 겁니까?
기자) 네. 직능단체 몫이 30석이고요. 선거위원회가 직접 뽑는 의석수가 40석입니다. 여기에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의석 20석을 보태면 총 90석이 됩니다.
진행자)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 선거 방식도 바뀌나요?
기자) 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간선제인데요. 현재는 선거인단이 재계 300명, 전문직 300명, 노동 ·종교 ·사회단체 300명, 정계 300명 등 1천200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1천500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진행자) 그럼 새로 늘어난 300명은 어떤 인물들로 채워지게 되는 겁니까?
기자) 개편안은 늘어난 300명을 ‘국가기구’ 몫으로 배정했는데요. 국가기구에는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인대 홍콩대표단 등 중앙 정부와 친중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정계 300명 가운데 구의원 몫은 없애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구의원 선거에서는 범민주 진영이 약진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홍콩의 구의회 선거는 다른 나라의 지방선거 격인데요. 지난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홍콩 범민주 진영이 18개 지역구 가운데 17개 지역구에서 승리하며 압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범민주 진영은 이 여세를 몰아 총선 격인 입법회 선거의 승리를 기대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입법회 선거가 연기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입법회 선거는 지난해 9월로 예정돼 있었는데요. 하지만 홍콩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선거를 1년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홍콩 입법회 선거는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선거 입후보자 심사를 강화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기자) 네. 중국과 홍콩 당국은 전인대 회의를 전후로 이른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 되어야 한다고 부쩍 강조했는데요. 이번 개편에 따라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격 심사위원회는 신원 조회 등 각종 작업에 중앙정부의 인력과 지원을 받을 수 있고요. 또 홍콩국가보안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안보위원회가 자격심사에 관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선거제 개편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홍콩 범민주 진영 인사들은 중국과 홍콩 당국이 자신들을 정치권에서 쫓아내려는 조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홍콩 민주당의 에밀리 라우 전 의원은 오늘은 “홍콩의 매우 슬픈 날”이라면서 홍콩의 선거 제도는 완전히 해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인대에서 개편안이 가결되자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홍콩 주민들의 목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요. 과거 홍콩의 식민국이었던 영국도 홍콩의 선거제 개편은 양국의 홍콩 반환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중국의 의무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소식입니다. 전 세계 20여 개국 정상들이 팬데믹 관련 국제조약을 요구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전 세계 23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전염병 팬데믹(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국제 조약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 정상은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은 어느 정부나 어떤 기구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국제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팬데믹 관련 국제조약의 필요성은 전부터 이야기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공평한 접근 등을 보장하는 국제 조약 같은 걸 마련하자는 구상을 제기했고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은 적극적으로 이 구상을 지지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제 20개국 넘는 정상들도 지지를 밝힌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각국 정상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전염병이나 보건 위기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며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팬데믹 국제조약은 각국을 하나로 모으고, 고립주의와 민족주의의 유혹을 없애며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함께 도전을 극복하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들 정상이 공동 서명한 기고문은 주요 매체들에 일제히 실렸습니다.
진행자) 서명에 동참한 나라, 어떤 나라들입니까?
기자) 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노르웨이,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이고요. 아시아권에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아프리카권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르완다, 케냐, 세네갈, 미주 지역에서는 코스타리카, 칠레 등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주 대륙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군요?
기자) 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등 미주 주요 국가 정상들은 서명에 동참하지 않았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 또 오는 7월 도쿄하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현재 WHO의 코로나 조사 보고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보고서 작성은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HO는 지난 1월 중순부터 4주에 걸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기원조사를 했는데요. 그에 관한 보고서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번번히 이를 미뤄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AP 등 여러 주요 매체들은 보고서를 입수해 일부 내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일단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극히 작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P 통신은 WHO 조사팀이 우한 실험실 누출 의혹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동물 같은 다른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건가요?
기자) 네. 보고서는 코로나 기원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는데요.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냉동식품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에서 보양식품으로 쓰이는 천산갑이 코로나의 기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결국 코로나 기원 규명은 하지 못한 거군요?
기자) 당초, WHO는 전염병 기원 조사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한 번의 조사로는 기원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거듭 말해왔고요. 또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후 1년 후에 현장 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제대로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공동조사에 참여하면서 압력을 가했을 거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주에 수에즈운하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하면서 운항 통항이 전면 중단됐었는데, 드디어 문제가 해결됐군요?
기자) 네. 이집트 현지 시각으로 29일 오후, 구난업체가 수에즈운하에 좌초됐던 에버기븐호를 예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진행자) 에버기븐호가 좌초된 게 일주일 전이었죠?
기자) 네.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운하 남쪽 입구에서 북쪽으로 약 6km 지점에서 좌초했습니다. 사고 선박은 당시 강한 바람과 불량한 시계 탓에 좌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에버기븐호는 그간 함수가 우현 측 모래톱에 박히고 함미는 비스듬히 운하를 가로막은 형태로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운하 내 쌍방향 운항이 전면 중단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길이가 400m에 배수량이 20만t에 달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길을 막으면서 운하 내 선박 통항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에버기븐호는 타이완에 근거를 둔 해운회사 에버그린사가 임대한 선박인데요. 화물을 싣고 중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진행자) 배수량이 20만t에 달하는 배를 어떻게 꺼낸 건가요?
기자) 네. 구난 작업을 맡은 네덜란드 보스칼리스사는 대형 예인선 2척을 포함해 예인선 10여 척을 동원했습니다. 이 회사는 먼저 땅에 박혀있는 선수를 움직이기 위해서 선수 아래 모래를 파냈습니다. 그 뒤에 물이 들어오는 만조 때에 예인선이 먼저 선미를 움직이고 이어 선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진행자) 예인된 에버기븐호는 바로 정상 운항이 가능한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현재 에버기븐호는 기술 점검을 받기 위해 운하 중간에 있는 넓은 구역인 그레이트비터호에 정박해 있습니다. 관련 업체에 따르면 에버기븐호가 좌초됐었지만, 기름 유출이나 선체 균열 등 심각한 결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수에즈운하 통항은 정상화된 건가요?
기자) 네. 29일 저녁부터 양방향 통항이 정상화됐습니다. 선박 운항정보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홍콩 선적 화물선이 밤 9시 15분 경 제일 처음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이후 다른 선박들의 이동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수에즈운하 통항이 중단되면서 큰 파장이 있었죠?
기자) 네, 수에즈운하는 선박, 특히 상선 통항량이 많은 수로입니다. 세계 선박운송 교통량의 15%가 수에즈운하를 지나가는데요. 이번 에버기븐호 사태가 국제 화물 운송에 큰 지장을 줬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유조선, 상선 등 선박 370척 이상이 수에즈운하 진입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수에즈운하 운항이 막히자 업체들이 대체 항로를 찾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도 있었습니다. 운하를 관리하는 이집트 정부는 운항 통항이 중단되면서 운하 통행료 9천 500만 달러를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수에즈운하 봉쇄 여파로 해운 운송료가 크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