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피 작전을 서두르고 있지만 탈레반의 방해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고 있습니다. 중국 CGTN 방송의 영국 내 방송 면허가 복구됐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오늘도 먼저 아프가니스탄 사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현지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23일, 카불 국제공항 북문 밖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독일도 카불에 병력을 파병해 민간인 대피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독일군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자와 미군 ·독일군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경비요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여전히 공항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카불 공항 주변은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소셜미디어(SNS)에는 간간히 들리는 총성 속에 울부짖는 아이들, 필사적으로 공항 담벼락을 넘어가려는 사람 등 참혹한 현장 모습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2살짜리가 압사당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금까지 공항 주변 혼란 속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약 20명입니다.
진행자) 민간인 대피 작전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탈레반이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알카에다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이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은 아프간에 남아있는 자국민에게 공항으로의 이동 금지를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어느 정도나 대피시켰는지, 규모는 알 수 있습니까?
기자) 백악관은 22일 오전 기준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7천80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는데요. 이날 저녁, 5천100명을 추가로 대피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한 백악관 관리는 미국 정부가 지난 한 주 동안 대피시킨 인원은 3만 명, 지난 7월 말부터 카불에서 대피시킨 인원은 3만5천500명이 조금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말씀하신 사람들이 다 미국인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인과 외국인, 그리고 미군과 동맹군에 협력했던 아프간 현지 주민과 그 가족들, 국제 구호단체 요원 등도 함께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는 미국인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약 5천 명에서 1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확한 수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 정부는 그들의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떤 사람들이 아프간에 발이 묶여 있는지 모른다는 건가요?
기자) 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인들은 해외여행을 할 때 정부에 보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남아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다시 대국민 TV 연설을 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대피 계획이 매일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오고 싶은 미국인은 누구든지 다 집으로 올 것”이며 “위기에 처한 아프간 난민들을 돕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적인 협력을 어떤 식으로 한다는 거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4개 대륙 약 20개국 정부가 일단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온 사람들을 위해 안전한 장소를 임시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난민들은 이곳에서 특별이민비자(SIV) 등 필요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20여 개국에 어떤 나라가 들어갑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각국 이름을 다 열거하지는 않았고요. 다만 독일, 카타르, 쿠웨이트, 스페인 등 이름을 거명했습니다. 한편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미국 정부 당국자 말을 인용해 일본, 한국, 코소보 등지 미군 기지에 난민수용소를 설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한국 정부는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요. 탈레반 쪽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주말(21일),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카불에 입성했습니다. 그동안 카타르 등지에 체류해왔던 바라다르는 지난주 남부 칸다하르 공항을 통해 아프간에 입국했는데요. 바라다르가 수도 카불로 들어오면서 통치 구도 발표가 곧 나올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런 가운데 아랍 매체들은 탈레반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이 카불 대신 자신들의 주요 거점이었던 칸다하르로의 수도 이전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금 아시아를 방문 중이라고요?
기자) 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서 역내 동맹국들과 관계 강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22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해리스 부통령은 23일 공식 일정으로 소화하고 24일 오후에 베트남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비교적 안정된 나라로 알려져 있죠?
기자) 맞습니다. 싱가포르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과는 달리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역내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기도 합니다.
진행자) 해리스 부통령이 싱가포르 지도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기자) 네. 해리스 부통령은 23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신종 코로나 대응과 기후 변화 협력 방안과 함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가치를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국제 질서와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는 역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중국과 싱가포르 관계는 어떻습니까?
기자) 싱가포르는 역내에서 전통적인 미국 우방국이지만 최근에는 중국과도 다각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싱가포르와 베트남 모두, 최근 미국 정부 최고위 관리들이 방문했던 나라들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이들 두 나라에 필리핀까지 아울러 방문한 바 있고요. 또 지난 4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화상으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연례 회의에 참석해 회원국들과 확대 회담을 진행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베트남과 중국 관계는 어떻습니까?
기자) 베트남은 역내 국가들 가운데서는 중국에 대한 반발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편입니다. 특히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해상 전투를 치르는 등 여러 차례 일촉즉발 위기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반면 미국과도 한때는 전쟁을 치른 적국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1980년대 말, 베트남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고, 미군전사자 유해 발굴 등에 협조하면서 1995년 국교를 재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빌 클린턴, 바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먼저 베트남을 방문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하는 첫 번째 미국 부통령이기도 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베트남 지도부와 역내 안보 현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후 변화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해리스 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중국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1일 사설을 통해, 역내 국가들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따돌리려는 미국의 계획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 CGTN 방송의 영국 내 면허가 복구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CGTN 대변인은 최근 성명을 내고 CGTN이 영국 내 방송을 재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방송 재개가 영국의 공공 이익이며 두 나라 사이 문화, 정보, 상호 신뢰와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CGTN이 중국 관영 방송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CGTN은 ‘중국국제텔레비전’의 영어 약자인데요. 관영 중국중앙TV (CCTV) 자회사입니다. CGTN는 하루 24시간 영어 등 외국어로 방송을 내보냅니다.
진행자) 영국이 올해 들어 CGTN의 영국 내 면허를 취소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지난 2월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CGTN이 중국 공산당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영국 내 방송 면허를 취소한 바 있습니다. 당시 오프콤 측은 “CGTN 측에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했지만 따르지 않았다”라며 “이에 CGTN의 영국 내 방송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CGTN 측은 이런 설명을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CGTN 측은 “독립적인 편집위원회가 방송 내용에 대해 편집권을 행사한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CGTN은 영국 BBC, 한국 KBS, 그리고 일본 NHK 같은 기관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중국 정부도 영국 BBC 방송 보도를 문제 삼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올해 초 중국 외교부는 BBC방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있다면서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BBC가 코로나 문제를 정치와 연결 짓고,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 보도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과 중국 관계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나빠졌죠?
기자) 네. 중국 정부가 홍콩 내 민주화 세력을 탄압한 것을 영국 정부가 비판하면서 두 나라 사이가 크게 틀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홍콩 문제가 내정에 관련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지 말라는 영국 등 서방 세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와중에 영국이 CGTN 면허를 복원해 준 것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도니미크 랍 영국 외무장관이 통화한 다음 날 이런 조처가 나와서 주목됩니다. 한편 왕이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랍 장관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거부 요구에 따르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 정부의 인권 유린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요구에 랍 장관이 어떤 대답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네. 랍 장관은 영국 올림픽위원회가 이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