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에서 치료 중이던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씨가 귀국 직후,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미군이 소말리아 주둔 병력 철수를 완료했습니다. 러시아가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알렉세이 나발니 씨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 씨가 17일 밤, 모스크바 외곽 셰레메티예바 공항에 도착했는데요. 도착 직후 러시아 ‘연방형집행국’ 요원들에게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나발니 씨는 그동안 독일에 머물고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나발니 씨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을 타고,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가던 중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요. 시베리아 현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가 독일의 한 시민 단체의 주선으로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은 회복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발니 씨는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혼수상태에 빠진 지 18일 만인 지난해 9월 초 의식이 돌아왔고요. 이후 독일의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진행자) 노비촉은 구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죠?
기자) 맞습니다. 1970~1980년대, 구소련이 개발한 생화학무기인데요. 이 물질에 노출되면 호흡 곤란, 신경계 손상,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비촉은 국제 사회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화학 무기로 나발니 씨는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발니 씨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일으키려는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발니 씨를 치료해온 독일은 물론 스웨덴, 프랑스 등지의 연구소에서 나발니 씨 혈액 샘플 분석 결과, 노비촉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국제 사회는 러시아 정부에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나발니 씨가 러시아로 돌아간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발니 씨는 의식이 돌아온 직후부터 치료가 끝나는 대로 러시아로 돌아갈 거라고 말해왔는데요. 지난주, 공식적으로 17일 귀국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그가 귀국하는 대로 체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무슨 이유로 체포한다는 거죠?
기자) 나발니 씨는 지난 2014년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 상태였는데요. 러시아 교정당국은 나발니 씨가 이 집행유예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나발니 씨는 귀국 전에 이미 자신이 체포될 것을 알고 있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발니 씨는 자신의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며 귀국 강행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나발니 씨는 체포 직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은 5개월 가운데 최고의 날”이라며 귀국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지금 나발니 씨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졌습니까?
기자) 네.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힘키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경찰관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 나발니 씨 지지자들이 경찰서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나발니 씨의 변호인은 체포 당시 동행이 거부됐고요. 현재 접견도 금지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는 나발니 씨 체포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씨 등 야권 인사들이 정부 비판을 하지 못하게 침묵시키려는 일련의 시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주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측도 입장을 내놨나요?
기자) 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설리번 내정자는 나발니 씨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단순히 인권 침해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를 듣기 원하는 러시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럽 국가들의 반응도 살펴볼까요?
기자) 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외무장관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리투아니아와 체코는 유럽연합(EU)에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검토하고 조속히 단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 지도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러시아 정부의 처사를 일제히 규탄했습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고, EU의 외교 수장 격인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사법부의 정치화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국제사회의 반응에 러시아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서방 국가들이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비판과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일축했습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국제법을 존중하고 주권국의 법을 침해하지 말라고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소말리아 주둔 미군 철수가 완료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미군이 소말리아에 주둔 중인 병력 철수를 완료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칸스 미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대변인은 17일, VOA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소말리아 미군 병력 규모가 어느 정도죠?
기자) 약 650명에서 800명 정도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소말리아의 이른바 ‘번개부대’라고 불리는 특수부대를 훈련하고 지원해왔습니다.
진행자) 번개부대는 어떤 임무를 맡는 부대죠?
기자)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샤바브’에 대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 부대입니다. 알샤바브는 지난 2001년 미국에 대한 9.11 테러를 감행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계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데요. 현재 약 5천 명에서 1만 명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군은 왜 소말리아에서 철군하는 거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해외 주둔 미군 파병의 귀환을 공약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 소말리아 주둔 미군을 이달 15일까지 철수시키라고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지난 2007년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병하고 대테러 임무를 수행한 지 13년 만에 병력을 완전 철수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소말리아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17일에도 수도 모가디슈 외곽에서 알샤바브 테러 분자들이 지역 관리들과 군 당국자 행렬을 공격해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특히 소말리아는 다음 달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요. 미군의 철수로 치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우려에 대해 미군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소말리아에서 철수한 미군 병력은 인근 국가에 재배치되고, 매우 제한적인 병력만 소말리아에 남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칸스 대변인은 소말리아 특수부대에 대한 미군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며, 알샤바브는 미국을 시험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소말리아에서 철군한 병력은 어디로 재배치되는 건가요?
기자) 그간 주요 언론들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소말리아와 접경한 케냐, 지부티 등 이웃 나라에 재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칸스 대변인은 이날, 철수 병력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는, 현재 작전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소말리아에는 미군 병력 외에 다른 나라 군인들도 나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프리카연합(AU)’도 지난 2007년부터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병해왔습니다. 약 1만 9천 명의 최정예 특수군들이 알샤바브 테러 작전을 수행해왔는데요. 하지만 아프리카연합도 올해 안에 철수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러시아 소식 한 가지 더 보겠습니다. 러시아가 결국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 탈퇴 절차를 시작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외무부가 15일 발표했는데요.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조약의 기능을 막는 장애물을 없애려는 노력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조약 탈퇴를 위한 국내 절차를 시작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이 조약에서 탈퇴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항공자유화조약 탈퇴가 협정 서명국 이익의 균형을 심각하게 뒤집었다”라며 “협정을 살리자는 러시아 요구를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이 무시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항공자유화조약’이 뭔가요?
기자) 네. 원래 미국과 러시아 등 35개 나라가 가입했던 조약인데요. 회원국 비무장 비행기가 다른 회원국 영공에서 정찰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약입니다. 이 조약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55년에 제안했는데요. 참가국들이 1992년에 서명했고, 2002년부터 발효됐습니다.
진행자) 회원국의 무장하지 않은 비행기가 다른 회원국 영공을 정찰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냉전 시기엔 구소련의 군사력 배치 상황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냉전이 끝난 뒤에는 군사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고 군비 통제와 기타 여러 조약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려고 도입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이 항공자유화조약에서 왜 탈퇴한 건가요?
기자) 네. 미국은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지난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시대에 뒤떨어진 조약이나 국가 안보를 희생해 미국의 적들을 이롭게 하는 합의에서 탈퇴함으로써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지키지 않으니까 미국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5월에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남부 조지아 접경 지역이나 칼리닌그라드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정찰을 제한하는 등 항공자유화조약을 위반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러시아와의 조약을 파기한 것이 또 있죠?
기자) 네. 미국은 2019년에 과거 러시아와 맺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INF가 금지한 신형 순항미사일을 러시아가 개발하고 배치하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는데요. 미국은 INF를 파기한 뒤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새로운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문제 삼은 신형 순항미사일은 INF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