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멕시코 의회가 자국 내 외국 요원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미국과 멕시코 간 마약 단속 공조 노력도 제약을 받을 전망입니다. 호주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구금된 언론인의 수가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멕시코 의회에서 중요한 표결이 진행됐군요?
기자) 네. 멕시코 하원이 15일, 외국 정부 요원들의 자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찬성 329, 반대 98, 압도적으로 통과됐습니다. 법안은 특정 국가를 따로 명시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멕시코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정보 요원들, 특히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법안은 멕시코 연방 정부 관리들과 주 정부 관리들은 물론 지역 관리들도 외국 요원과 만나기 전에는 반드시 고위급 보안 위원회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만나고 난 후에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외국공공안보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진행자) 법안이 통과되면 아무래도 미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 정부와 마약 단속 공조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요.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멕시코에서 벌이고 있는 미국 정보 요원들의 활동이 많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미국과 멕시코 관계를 더 껄끄럽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멕시코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이민자 문제와 교역 등으로 줄곧 껄끄러웠는데요. 하지만 지난 10월, 멕시코의 전 국방장관이 미국에서 전격 체포되면서 양국 갈등이 더 깊어졌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전직 장관이 미국에서 왜 체포된 거죠?
기자) 마약 밀거래 혐의였습니다. 미국 마약단속국은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 제페다 멕시코 전 국방장관을 마약 범죄 연루 혐의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했는데요. 이 일로 멕시코의 반발은 물론 미국 정보 당국이 멕시코 고위 지도자들의 전화 통화를 도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정부는 이 사건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당시 멕시코 정부는 시엔푸에고스 전 국방장관 체포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사전 정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멕시코 정부는 이에 항의하며 미국 정부와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고요. 그러자 미 법무부는 공소를 철회하고 시엔푸에고스 전 장관을 멕시코로 돌려보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그걸로 일이 끝난 게 아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멕시코 정가에서는 멕시코 주권이 훼손됐다며 미국 정부 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됐고요. 결국 외국 요원들의 자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기에 이른 겁니다.
진행자) 법안 표결 당시 멕시코 의회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일부 의원은 미국 마약단속국에 대해 오랫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미 마약단속국은 지난 1985년, 여성 요원 1명이 멕시코 마약범죄조직에 살해된 이래 강력한 처벌 조처를 취해왔습니다. 한편 멕시코 단독으로는 국제적인 마약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멕시코의 이런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고요. 지난주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과 멕시코가 함께 싸워온 국제 범죄 조직에만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바 장관은 다음 주 퇴임할 예정이라 당분간 이 문제를 다룰 지도부의 공백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그럼 해당 법안의 다음 절차는 어떻게 되죠?
기자) 법안은 이미 멕시코 상원에서도 통과됐습니다. 때문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서명만 받으면 발효되는데요. 해당 법안은 오브라도르 대통령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 곧 서명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뒤늦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고요?
기자) 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요. 결국 15일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직후 통과됐는데요.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관계를 맺길 원하는 멕시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호주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중국이 최근 호주산 보리에 매우 높은 관세를 매겼는데요. 호주 정부는 16일 이에 항의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호주산 보리에 매긴 관세가 얼마나 되죠?
기자) 반덤핑 관세와 반보조금 관세를 합쳐 80.5%입니다. 중국은 호주가 자국산 보리를 헐값에 무더기로 수출하고 있고, 또 호주 정부가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산업에 큰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이 같이 조처했습니다.
진행자) 80%가 넘는 고율 관세를 매기면 호주 농민들에게 타격이 정말 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의 관세 부과로 호주 농민들은 연간 3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호주가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흘러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5월에 중국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호주 정부는 WTO 제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약 7개월 만에 결정을 내린 겁니다.
진행자) 그만큼 호주 정부의 고민이 컸다는 거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이먼 버밍엄 호주 통상장관이 호주 정부의 WTO 제소 방침을 발표했는데요. 버밍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WTO제소가 완벽한 방법은 아니고, 또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호주가 취할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기자) 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지난주 보도한 내용인데요. ‘중국국가개발개혁위원회’가 호주를 제외한 다른 외국산 석탄에 대해 아무런 규제 없이 수입을 허가했다는 내용입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호주의 WTO 제소 방침은 모리슨 총리의 경고 다음 날 나온 겁니다.
진행자) 중국은 그같은 보도를 확인했습니까?
기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에 관한 질문을 받자 해당 부처 소관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중국은 최근 법과 규정에 따라 중국으로 수출되는 특정 호주산 제품에 대해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보리, 석탄 외에 수출 위협을 받고 있는 호주산 상품이 또 있나요?
기자) 네. 중국은 이미 지난 5월,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수출입 관장 부서인 중국 해관총서는 호주의 일부 육류 기업이 중국 검역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중국 소비자들 건강을 위해 이들 기업의 소고기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또 현재 호주산 와인에 대한 수입 검토도 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호주산 와인 규모는 7억9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진행자) 최근 중국과 호주 사이 갈등이 점점 악화하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은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중국에서 첫 감염자가 보고된 이래 미국은 중국이 사실을 은폐해 사태를 키웠다며 중국을 비난했고요. 이에 호주도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발원지와 감염 경로 조사를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졌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그전까지는 관계가 꽤 좋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상대국입니다. 양국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1천7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구금된 언론인의 수가 올해 들어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민간 조직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15일 연례 보고서를 냈는데요. CPJ는 올해 들어 지난 12월 1일까지 구금된 언론인이 모두 274명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1990년대 초 이래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진행자) 기존 최다 기록은 몇 명이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 2016년으로 272명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최소한 250명의 언론인이 구금됐던 것으로 집계된 바 있었는데요.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언론인 250명 이상이 감옥에 갇혔습니다.
진행자) 올해 이렇게 구금된 언론인의 수가 많이 늘어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전 세계의 많은 권위주의적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태를 취재하거나 정치적 불안정을 다루는 언론인들을 많이 체포한 탓이라고 CPJ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역별로는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중국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요. 터키 37명, 이집트 27명, 사우디아라비아 24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은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언론인을 가장 많이 구금한 나라가 됐습니다.
진행자) 올해 중국에서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보도 때문에 구금된 언론인들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초 중국 우한 내 상황을 알리던 언론인들이 당국에 다수 체포됐습니다. 이들이 전한 현지 상황이 정부 발표와 많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12월 1일까지 중국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여전히 3명이 구금돼 있습니다. CPJ는 중국에서 구금된 언론인 47명 가운데 많은 수가 장기 형을 살거나 기소되지 않은 채 신장 지역에 있는 감옥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신장-위구르 지역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시비가 있는 곳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등 서구 나라와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이 위구르족 등 신장 자치구 내 소수민족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취재하거나 현지 상황을 알리던 언론인이 구금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중국 외에 순위에 오른 터키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역시 권위주의적 정권이 지배하고 있는 나라들이죠?
기자) 네. 이들 나라도 언론인을 구금함으로써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응이나 정권 비판, 그리고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보도를 통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올해 미국에서 구금된 언론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인 110명이 체포되거나 기소됐고, 약 300명이 공격당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례가 없었던 현상이라고 합니다. 올해 인종평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미국에서 자주 발생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치적 양극화, 호전적인 경찰 태도, 그리고 언론에 대한 독설 등이 결합하면서 경찰이 언론인을 보호해 주던 관행이 약화한 탓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