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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뉴스타트' 연장 합의 접근…스가 "압류자산 현금화하면 한일 관계 심각"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아방가르드' 발사 장면.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아방가르드' 발사 장면.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가 핵탄두 동결과 핵무기 통제 협정 1년 연장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해 양국 관계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살해 혐의와 관련해 미국 법정에서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통제 협정 연장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었는데, 돌파구가 열렸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러시아 외무부가 20일 성명을 냈는데요. 핵탄두를 동결하고 핵무기 통제 협정을 1년 연장하자는 미국 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미국이 핵탄두 동결과 관련해서 추가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핵무기 통제 협정이라면 어떤 협정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공식 명칭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뉴스타트)’입니다. 바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0년에 기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대체하면서 새로 체결한 협정입니다.

진행자) 두 나라가 재협상에 나선 것을 보니까 ‘뉴스타트’가 효력이 끝나는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한이 10년이었는데 내년 2월로 만료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뉴스타트’를 중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최근 입장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진행자) 뉴스타트 협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양국 모두 실전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각각 1천550개, 그리고 전략미사일과 전략폭격기 등 운반체는 700기로 제한한다는 항목이 핵심입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미국이 재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이견이 있었나요?

기자) 네. 러시아는 당초에 조건 없이 협정을 5년 연장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 제안을 거부했는데요. 그러다가 지난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을 조건 없이 1년 연장하자고 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새 합의에 모든 핵탄두를 동결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기존 뉴스타트 협정이 두 나라가 가진 모든 핵탄두를 이미 동결한 것 아닌가요?

기자) 아닙니다. 대륙간탄토탄(ICBM) 같은 전략미사일이나 폭격기에 탑재되는 핵탄두가 동결 대상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번에 전장에 배치하는 전술 무기에 탑재하는 핵탄두도 동결하자고 한 겁니다.

진행자) 이 제안에 러시아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핵탄두를 철수시킨다고 하지 않는 한 전술핵탄두까지 추가로 동결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런 태도를 바꾸고 협정을 1년 연장하고 모든 핵탄두를 동결할 뜻이 있다고 밝힌 건데요.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즉각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진행자) 뉴스타트 외에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핵무기 관련 협정이 있나요?

기자) 없습니다. 과거에 이 뉴스타트 외에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미국은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협정을 파기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외국 순방 중 한·일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취임한 후 처음으로 이번 주 해외 순방길에 나섰는데요. 스가 총리는 자신의 첫 외국 방문국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21일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무리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관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어떤 발언입니까?

기자) 네. 지금 한국과 일본 간 최대 쟁점의 하나가 일제시대 강제 징용 피해 배상 문제인데요. 스가 총리는 이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만일 한국이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의 자산을 압류해 현금화한다면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일본제철의 자산을 왜 압류하려는 거죠?

기자) 지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 대법원은 일제시대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 피해자 4명이 낸 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인 일본제철 측에 이들에게 각각 1억 원씩(미화 약 8만8천 달러)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하지만 일본제철은 이행을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자산압류에 들어간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원고 측은 손해배상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법원에, 일본제철과 한국 포스코의 합작법인인 ‘PNR’의 주식 압류를 신청했고요. 이를 현금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제철 측은 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거죠?

기자)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일제시대 발생한 양국 간의 쟁점은 이미 지난 1965년 두 나라가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입니다. 한국 대법원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명령한 금액은 각각 1억 원으로, 국제 소송의 규모로 보면 사실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는데요. 하지만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경우, 추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징적인 성격이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스가 총리도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 시절,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을 맡고 있을 때도 같은 논조였습니다. 스가 총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은 반드시 이행해야 할 국제적 협정이고, 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이런 일본 정부의 주장에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일청구권협정은 국가 간의 조약이며, 개인의 피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양국 간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 말에 한국 정부 주최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데요. 스가 총리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네요?

기자) 네. 교도통신은 앞서 일본 정부가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조건으로 강제 징용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스가 총리는 만일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불참할 것이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진행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역사가 제법 오래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주요 3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정상회담을 개최해왔습니다. 개최지는 참가국들이 돌아가며 맡아 왔는데요. 지난해에는 중국 청두에서 열렸고요. 올해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최근 퇴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행보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퇴임 후 한 달 새 두 번이나 연속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 타이완 등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는데요. 지난 주말, 야스쿠니 신사 가을 제사인 추계예대제를 맞아 또다시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습니다.

진행자)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왜 논란이 되는지 잠깐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벌인 여러 전쟁에서 죽은 약 246만 명의 영령이 안치돼 있는 곳인데요. 이 가운데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이끌었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습니다.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이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피살 2주기를 맞아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피살 2주기를 맞아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소송을 당했다고요?

기자) 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스 씨가 미국 법원에 빈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고위 관리 20여 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젠기스 씨는 20일, 워싱턴 D.C.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빈살만 왕세자가 카쇼기 씨 암살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자말 카쇼기 씨가 살해된 게 벌써 2년 전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카쇼기 씨는 지난 2018년 10월, 터키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갔다가 사우디 정보기관원들에게 참혹하게 살해됐는데요.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 씨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건 인정했지만, 빈살만 왕세자의 지시가 아니라, 과잉 충성으로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빈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진행자)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이뤄졌습니까?

기자) 네. 사우디 정부는 빈살만 왕세자는 물론, 왕실 최측근 인사들을 대거 무죄 또는 불기소 처분했고요. 또 살인을 집행해 사형이 선고됐던 사람들도 카쇼기 씨 가족이 사면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감형했습니다.

진행자) 카쇼기 씨의 약혼녀인 젠기스 씨는 미국인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터키 국적자입니다. 카쇼키 씨와는 약혼한 사이인데요. 이슬람 전통에 따라 2018년 9월 결혼했다면서 배우자 자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젠기스 씨는 또, 사건 당시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이 결혼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는 바람에 이스탄불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외국인이 미국 법정에 고소할 수 있는 거죠?

기자) 이번 소송은 외국 정부의 지시로, 법적인 절차 없이 고문 등으로 인명을 살해한 사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미국 법을 근거로 한 겁니다. 젠기스 씨는 미국의 사법제도를 신뢰한다며, 사우디와 터키 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따라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젠기스 씨의 소송 내용을 좀 더 살펴볼까요?

기자) 네. 젠기스 씨는 소장에서, 자신이 카쇼기 씨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으며, 카쇼기 씨의 죽음으로 엄청난 정신적, 재산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신체적 상해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소송에는 카쇼기 씨가 생전에 만든 미국 내 비영리 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DAWN도 카쇼기 씨 사망으로 단체 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소송 참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소송에서 젠기스 씨가 이길 수 있을까요?

기자) 주요 매체들은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별로 승산이 없을 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특히 면책 특권과 사법 관할권 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게다가 피고인들이 모두 국외에 있어 소송 진행도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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