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상원이 홍콩자치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의 화재 사고로 이란의 핵 활동이 차질을 빚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흑해 연안국들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 상원이 홍콩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군요?
기자) 네. 미 상원이 2일 ‘홍콩자치법(Hong Kong Autonomy Act)’ 최종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전날(1일)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제 대통령의 서명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법안의 주요 내용이 뭐죠?
기자) 네.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관여한 중국이나 홍콩 당국자, 관계기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정지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법안에는 또, 이들과 관계있는 금융기관은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 대출을 금지하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난주 상원에서 비슷한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상원은 지난 25일, 같은 이름의 법안을 통과시켜 하원에 송부했는데요. 하원에서 약간의 기술적인 손질이 있었습니다. 하원은 이 수정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요. 다시 상원에 제출한 겁니다.
진행자) 미 상하 양원이 이렇게 초당적으로 법안 마련에 서두르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1일부터 발효된 홍콩 국가보안법 때문입니다. 미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홍콩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히 침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의 행동은 비열한 중국의 홍콩보안법에 대해 시급히 필요한 대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 행정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부통령과 국무장관, 상무장관 등 미 정부 고위 관리들도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홍콩보안법은 국제사회 합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자유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은 절대로 이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미국 의회에서 홍콩자치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으로 이는 국제법과 기본 준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의회와 일부 정치인들은 즉각 내정 간섭 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 정부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홍콩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홍콩 보안법이 본격 시행되고, 보안법 해석과 적용 범위 등에 대해 각종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불안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전언인데요. 홍콩의 저명한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 전 데모시스토당 주석도 이미 홍콩을 떠났다고 합니다.
진행자) 네이선 로 전 주석은 지난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인공 중 1명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네이선 로, 조슈아 웡 등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들도 보안법에 소급 적용돼 체포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는데요. 네이선 로 전 주석은 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자신은 홍콩을 지난주 떠났고, 앞으로는 해외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거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국가안보처의 수장이 임명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에는 홍콩에 보안법 시행을 담당할 ‘홍콩 국가안보처’를 신설하도록 명기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가 3일, 국가안보처의 수장으로 강경파로 알려진 정옌숭 중국 공산당 전 광둥성위원회 비서장을 임명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 알려진 게 좀 있습니까?
기자) 지난 2011년 중국 남부 광둥성 우칸 마을에서 토지 분쟁을 둘러싼 시위가 벌어졌을 때 강경 진압했던 인물입니다. 당시 주민 수천 명이 정부가 토지를 징발하자 보상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외국 언론들에 자신들의 사정을 알렸는데요. 당시 시위대를 신랄히 비판하며 외국 언론을 썩었다고 비판한 내부 회의 동영상이 나중에 외부로 유출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란의 핵시설 사고가 생각보다 피해가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고요?
기자) 네. 현지 시간으로 2일 새벽 2시경,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 단지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는데요.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사고로 이란이 새로 지은 원심분리기 생산시설이 타격을 입었을 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란은 단순한 화재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란원자력청은 2일, 단순한 화재 사고였다면서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는데요. 그러면서 창고로 쓰려고 공사 중이던 지상의 건물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하에 있는 원심분리기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화재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바로 공개하는 건 좀 이례적인 일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탄즈 핵시설 단지는 지하 7.5m 깊이에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인데요. 이란 정부가 보안에 민감한 시설에 불이 난 사실을 먼저 언론에 알리고 현장을 공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사보타주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일부 전문가는 나탄즈 핵시설에 가연성 높은 위험 물질이 비축되지 않았을 거라는 이유를 들어 의도적인 파괴행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만약 미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적국이 금지선을 넘었다는 징후가 있다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이란의 전략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만약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대로 원심분리기가 피해를 입었으면 우라늄 농축 활동에는 아무래도 차질이 생기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서방 6개국과 체결한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아래 나탄즈 핵시설에서만 우라늄 농축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요. 만일 이번 사고로 지하에 있는 원심분리기 생산시설이 파괴됐으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란은 현재 다른 핵시설에서도 우라늄 농축 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란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에서 전격 탈퇴하자, 이란 핵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축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는 이란 핵합의에 따라 우라늄 농축 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도 농축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번 사고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IAEA는 성명을 내고 사고 소식을 알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IAEA의 안전 규명 활동에 아무런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알아보겠습니다. 흑해 연안국들이 국제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 흑해 연안국들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병력 증강을 요청하며 이 지역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흑해가 어디 있는 곳이죠?
기자) 흑해는 러시아와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다입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에 걸쳐 있는 내해다 보니까 오랜 세월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들 흑해 연안국이 병력 증강을 요청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의 세력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러시아는 특히 이 지역에 ‘흑해함대’라는 막강한 전력을 운용하며 역내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몇 년 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강제병합한 사건도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해 역내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요. 또 그보다 전인 2008년에도 조지아를 침공한 일도 있는데요. 일부 전문가는 흑해가 전 세계의 새로운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미국이 흑해 지역에 상당한 병력을 증강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당시, 나토 동맹군의 일원으로서 흑해에 미사일 구축함과 폭격기 등을 증강 배치하고, 병력을 크게 늘렸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 계속 규모를 축소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볼로디미르 옐첸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최근 워싱턴에 소재한 ‘중동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혼자서는 러시아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며, 미국과 나토의 병력 증강을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흑해는 에너지 수송로로도 매우 중요한 바닷길이라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석유와 가스관, 광케이블 등이 흑해 해저를 지나고 있고요. 수많은 선박이 흑해를 통과하고 있어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흑해 연안국들은 지중해 해협과 케르치 해협 등을 통해 다른 나라와 해양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특히 에너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갈등을 겪자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는데요. 특히 러시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 중 약 40%가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을 통해 운송되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까지 얽히고설키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이 지난해 연말, 극적으로5년간 가스 공급 연장에 합의하면서 일단 에너지 부문 갈등은 봉합된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흑해 연안국들 사이에서는 터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동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했던 루마니아, 조지아, 우크라이나 주미 대사들에게서 나온 말인데요. 이들은 터키의 지원 없이는 역내 노력이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터키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터키는 과거 냉전 시대 소련의 팽창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죠?
기자) 맞습니다. 터키는 러시아와 더불어 흑해의 가장 많은 면적을 접해 있는 나라입니다. 터키는 냉전 시대, 나토 동맹국의 일원으로서, 소련의 흑해함대가 유럽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나토 동맹국 간에 균열음을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