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이 러시아제 미사일을 도입한 터키에 대해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행위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인륜 의혹에 대해서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회사가 많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터키를 제재한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4일, 터키의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구매와 관련해 터키 당국과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제재를 받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터키 방위산업청과 이스마일 데미르 청장, 그리고 다른 고위 관리들이 제재 대상입니다. 터키 방위산업청에 대해서는 미국의 모든 수출이 금지되고요. 개인에 대해서는 미국 입국 금지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터키가 러시아제 미사일을 구매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네. 터키는 미국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입니다. 나토는 과거 소련의 위협에 대항해 미국과 영국 등이 중심이 돼서 만든 군사 동맹체죠? 그런데 미국은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이를 통해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에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S-400은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미국의 최신예 F-35 스텔스 전투기도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번 제재에 국내법을 적용했다고요?
기자) 이번 조처는 지난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적대 세력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 이른바 ‘CAASTA’에 따라 이뤄진 겁니다. 이 법은 미국 국익에 해로운 거래를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을 근거로 터키를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터키와 러시아 간 거래는 오래전에 성사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7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에 계약이 성사됐고요. 거래 규모는 약 25조 달러에 달합니다.
진행자) 이미 일부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터키는 모두 4차례에 걸쳐 S-400 시스템을 인도받을 예정인데요. 이미 지난해 7월에 1차분을 인도받았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터키에 대한 경제 지원을 끊고, F-35 전투기 판매 금지는 물론 F-35 생산 참여에서도 터키를 배제시켰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번 제재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성명을 내놨는데요. 폼페오 장관은 성명에서 터키는 미국의 귀중한 동맹이자 역내 안보의 중요한 협력자라며 양국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터키가 빠른 시일 안에 양국 간 걸림돌인 S-400을 제거함으로써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온 양국 방위분야 협력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이번 조처가 이뤄진 시기를 지적하는 이야기도 들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터키의 S-400 도입이 2년전부터 시작됐는데요.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를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몇 주 앞두고 터키에 제재를 단행하자,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지적에 트럼프 행정부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제재 과정은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할 문제라며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은 특히 터키가 나토 동맹국인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이 바로 터키에 대해 결론을 내릴 적기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터키는 미국의 이번 조처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토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고 제재를 단행한 것에 매우 화가 난다”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제재하더라도 터키는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외무부도 성명을 내놨다고요?
기자) 네. 터키 외무부도 미국 정부가 대화와 외교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터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성명을 내놨습니다. 터키 외무부는 또 이 성명에서 적절한 시기에 보복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러시아도 성명을 내고 미국 제재는 국제법에 대한 오만함을 보여주며 이는 불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중국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군요?
기자) 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행위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ICC는 14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위구르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이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 서북부 신장 지역에서 살고 주로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최대 소수민족입니다. 위구르족 대표들은 지난 7월,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를 조사해 달라고 ICC에 제소했었습니다.
진행자) 위구르족들은 어떤 근거로 ‘집단학살’을 주장하는 건가요?
기자) 네. 위구르족을 대표하는 변호인단은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과 다른 무슬림 소수민족을 이른바 재교육 시설이라는 강제 구금시설에 가둬 놓고 여성들에게 불임을 강제하는 등 인종 청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약 100만 명에서 180만 명에 달하는 소수민족이 강제시설에서 강제 노동, 성폭행 등 인권 유린을 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ICC가 이들 요청을 거부한 거군요? ICC는 거부 이유를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ICC의 파투 벤수다 수석 검사는 보고서에서, 제기된 의혹이 ICC 회원국 관할이 아닌 중국 영토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조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ICC는 회원국에 한해서만 어떤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ICC는 전쟁,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지만, 국가가 기소하지 않았거나 기소할 수 없을 때 개입해 가해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2년 설립됐는데요. 현재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20여 개국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은 회원국이 아니어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ICC 회원국인 타지키스탄이나 캄보디아로 탈출했던 위구르족들이 중국으로 다시 강제 송환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하지만 ICC는 그런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조사를 진행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위구르족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타지키스탄과 캄보디아는 ICC 회원국이기 때문에 ICC가 사법권을 갖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위구르족 변호인단은 ICC에 새로운 증거에 근거해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ICC가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네요?
기자) 네. ICC가 베네수엘라 정권의 반인륜 범죄 의혹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 14일 공개된 ICC 연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ICC 검사들은 지난 9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살인과 고문 등 조직적으로 반인륜 범죄를 자행하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진행자) ICC가 베네수엘라 문제를 꽤 오랫동안 검토해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ICC는 지난 2018년부터 베네수엘라 문제를 검토해왔습니다. 만일 ICC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내년,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ICC에 대한 불만을 종종 제기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ICC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데 반발해 벤수다 수석 검사 등 관련 인사를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오래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항공사들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소식이군요?
기자) 네.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항공산업 분석 업체인 시리움은 화물기로 개조되는 여객기가 내년에 90대로 올해보다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리움은 또 내후년에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면 개수하는 건수가 109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일반 여객기에서 승객용 좌석을 걷어내고 이걸 화물기로 쓰는 항공사가 늘어난다는 보도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로이터통신’이 언급한 건 임시로 좌석을 걷어내는 게 아니라 일반 여객기를 아예 화물전용기로 개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진행자) 이렇게 여객기를 아예 화물전용기로 완전하게 개조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듭니까?
기자) 네. 비용은 수백만 달러가 들고 기간은 최대 4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진행자)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비행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이 있죠?
기자) 맞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 각 나라가 이동과 여행을 제한하자 여객기 승객이 급격하게 줄었는데요. 이렇게 승객이 많이 감소하면서 운항하지 않는 여객기가 늘어났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운항하지 않는 여객기가 늘면서 손해가 커지자 항공사들이 화물기로 눈을 돌린 것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덕에 인터넷 구매가 폭증했는데요. 그러면서 화물운송량이 크게 늘었는데, 그 결과, 화물기에 대한 수요도 대폭 증가했습니다.
진행자) 새 비행기가 아니라 주로 오래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다고 했죠?
기자) 네. 이 가운데 특히 보잉 767같이 좀 오래된 여객기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진행자) 최근에 보잉 767 같은 중고 여객기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도 있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장조사업체인 이슈카에 따르면 15년 된 중고 항공기 가치가 올해 들어 기종과 기체 상태 등에 따라 47%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진행자) 중고 여객기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도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현상을 부추겼을 수도 있겠군요?
기자) 네. 그런데 이런 중고 여객기뿐만 아니라 보잉 737-800이나 에어버스 321나 330 같은 비교적 신형 여객기도 화물기로 개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항공여객 수요는 언제나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항공업계는 항공여객 수요가 오는 2024년이 돼야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