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이연철 기자, 북한 월드컵 대표팀, 오늘 새벽 열린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아주 잘 싸웠죠
답) 그렇습니다. 세계가 깜작 놀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은데요, 북한 축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에 모인 5만 5천 여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선수들이 인사를 하자 환호를 보냈습니다. 외신들도 북한의 선전에 찬사를 보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월드컵 5회 우승국인 브라질이 북한을 상대로 놀라울 정도로 어려운 승리를 거뒀다며,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매혹적인 경기 중 하나를 펼쳤다고 평가했습니다. AP통신도 북한의 선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브라질이 북한의 수비에 고전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번 대회에서 국제축구연맹 피파 랭킹이 가장 낮은 북한이 5회 우승국 브라질을 상대하면서 겁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수비에서 질서와 평정심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북한의 1-2 패배는 월드컵에서 아시아팀이 브라질과 겨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문) 북한 선수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그리 어두운 표정만은 아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브라질에 1-2로 패한 북한 선수들은 아쉬움과 자신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는데요, 박남철 선수는 상대가 아무리 세더라도 절대 떨지 않는다며, `우리 식대로 경기를 잘했고 실점 뒤에도 더 열심히 해서 골까지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강호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는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안영학 선수는 북한이 잘했다고 말하며, 하지만 `우리식대로 잘했는데 후반 들어서 브라질이 속도를 높여 공격하면서 처리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훈 북한 감독도 이기지는 못했지만 잘 싸웠다며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문) 브라질은 그야말로 북한의 철벽수비에 혼줄이 났다고 할 수 있는데요, 브라질 선수들 역시 북한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죠?
답) 세계적인 브라질 미드필더인 카카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수비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북한 선수들이 매우 잘 싸웠으며 그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질의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와 수비수 다니 아우베스는 북한이 예상보다 강팀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카를로스 둥가 브라질 감독도 북한의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며 평가했습니다.
문) 북한 최고의 공격수 정대세 선수, 그 동안 인민 루니로 불렸는데요, 이번에 다른 별명을 하나 얻었군요?
답) 그렇습니다. 앞으로 울보 대세로 불릴 것 같습니다. 정 선수가 브라질과 경기에 앞서 입장할 때부터 울기 시작해 북한 국가가 울리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이 흘렸기 때문인데요, 정 선수는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드디어 이 자리에 왔다는 감격 때문이라며, 축구를 시작한 이후 이 날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브라질이라는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한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문) 정대세 선수 외에 브라질 전에서 골을 넣은 북한 대표팀의 지윤남 선수도 화제가 되고 있죠?
답) 지윤남 선수는 후반 44분 후방에서 전달된 패스를 받은 정대세 선수가 머리로 떨어뜨려 준 공을 수비 2명을 뚫고 들어가 멋진 왼발 슛을 성공시키면서 전 세계 축구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지 선수는 북한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로 수비와 공격에 모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직업 군인으로 425 체육단에서 근무하고 있으며,계급이 소령 이상인 걸로 알려졌는데요,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낸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공훈체육인 칭호를 받았습니다.
문)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엘리스파크 경기장에1백여 명의 북한 응원단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는데요, 어떤 사람들인가요?
답) 네, 대부분 40, 50대 남성 1백여 명으로 구성된 응원단이었는데요, 가슴에 인공기가 새겨진 붉은 옷에 붉은 모자를 쓴 이들은 경기 2시간 전부터 입장했고,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3-3-7 박수를 치거나 북한에서 응원할 때 쓰는 도구를 부딪치며 나름대로 열띤 응원을 펼쳤습니다. 언론들은 북한 응원단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한 북한 응원단원은 모두 평양에서 왔으며 응원단을 모집할 때 자원해서 온 보통 노동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평범한 노동자들이 남아공으로 응원 오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요?
답) 그렇습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남아공 또는 이웃 나미비아, 앙골라 등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집단 응원하러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떠났으며 숙소는 프리토리아의 북한대사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개막 엿새째를 맞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소식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