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한 유엔 연설 반박

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67차 유엔총회에서 북한 대표로 연설하는 박길연 외무성 부상.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악화가 한국측 책임이라고 주장한 북한측의 유엔 연설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권력 세습과 인권 유린 등 자기들의 문제를 덮기 위한 방패막이용 외교 공세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남북관계 악화 책임을 한국 정부 탓으로 돌린 북한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녹취: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 “북한 측의 금번 발언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임을 잘 아실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그러한 정책들을 실시하고 핵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조 대변인은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는 토대 위에서 남북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 뉴욕 현지시간으로 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 현 정부가 6.15 공동성명과 10.4 선언을 포함한 모든 남북 합의를 무효화 하면서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한반도가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전락했다며 미국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김정은 체제 들어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펼쳐 온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 공세의 일환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유엔 무대에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선 3대 세습과 인권 유린 등의 자기 문제들을 덮기 위한 방어용 외교 공세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측이 이번 연설에서 한국 정부가 최악의 국가적 손실을 겪은 북한 주민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정치적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한국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풍수해 피해에 대해서 국제 사회에서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은 오히려 이런 인도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번 연설에서 통일과 화해를 원하는 사람과 손을 잡겠다고 밝힌 것은 오는 12월로 예정된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대목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박사는 “한국의 현 정부와는 다른, 우호적인 대북 정책을 요구하는 세력들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