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한국 대선 보도 '변화보다 안정 선택'

‘한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당선(South Korea elects woman as president)'이란 제목으로 한국 대선 결과를 긴급 타진한 CNN 뉴스. CNN 웹사이트에 올라온 영상뉴스 화면.

미국과 해외 언론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에 최초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보도에 이성은 기자입니다.

[녹취: BBC, CCTV등]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언론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 탄생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한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긴급 타전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긴급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CNN은 한국 유권자들에겐 북한의 ‘로켓’보다는 ‘포켓’, 즉 주머니 사정이 더 중요한 대선 이슈였다며 소득 불균형, 취업난 등 경제적 문제가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선거는 세대간의 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박 후보가 50~60대로부터 큰 지지를 얻은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유권자들은 급진적인 변화를 외친 문 후보 대신 안정적이고 어머니같은 지도자를 선호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박 당선인의 승리는 남성 중심의 한국 정치권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22세 때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피살되자 파리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해 영부인 역할을 해냈고,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 당했을 때는 먼저 휴전선의 안보를 걱정했다며 박 당선인의 정치역정을 소개했습니다.

더불어 박 당선인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마가렛 대처 총리를 역할모델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을 대표하는 단어는 원칙과 신뢰, 그리고 안정이라며 급진적인 개혁 대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LA타임스는 '한국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제목으로 지난 1960~1970년대 한국을 통치했던 강력한 지도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전쟁 뒤 폐허가 된 국가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발전시킨 공로는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LA타임스는 이어 대북정책에 대해 박 당선인은 현 정권과는 달리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하겠지만 보수적인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 당선인은 앞서 지난달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를 통해 북한 수뇌부가 주민들을 위해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한,중, 일 3국간 진정한 화해가 있어야 하며 이 가운데 미국의 역할은 지속돼야 한다고 제안했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박 당선인이 아버지의 암살로 떠났던 청와대에 30여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박 당선인은 지난 2002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며 새 지도자 김정은과도 대화를 시도하고 비핵화 전제 하에 경제적인 지원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또 박 당선인이 특정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가톨릭 세례명 ‘율리아나’와 신라시대 여왕 이름과도 같은 ‘선덕'이라는 불교 법명도 갖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 언론들도 박 후보의 당선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관영 중앙-TV는 투표가 종료된 오후 6시부터 특별 방송을 통해 한국 대통령 선거 상황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박 당선인이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거듭되는 가족의 비극을 극복하고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고 타전했습니다.

또 박 당선인이 오는 26일 취임하는 아베 신조 차기 총리를 예의주시하며 일본과의 외교 관계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이성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