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탈북자 가족 수용소 구금' 판정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회원들이 UN 북한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앞줄 왼쪽이 강철환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

북한 당국이 탈북자 가족들을 수용소에 강제 구금하고 있다는 유엔의 판정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신숙자씨 가족에 이은 두 번째 판정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지하는 데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적 구금에 관한 실무 그룹’ (WG AD)은 탈북자 강철환씨와 신동혁씨 가족이 북한 당국에 의해 수용소에 강제로 구금돼 있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국제 민간단체인 ‘북한 반인도 범죄 철폐 국제연대’(ICNK) 권은경 팀장은 ‘VOA’에 지난해 두 탈북자 가족들의 구금사실에 대해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낸 데 대해 이달 초 유엔에서 이같이 판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에 이들에 대한 인도적인 처우를 해 줄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탈북자 가족들을 강제 구금했다고 공식 인정한 유엔 차원의 결정은 지난해 5월 신숙자씨 가족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실무그룹의 판정은 유엔 공식 자료로 기재가 되고 인권이사회에도 보고서로 제출됩니다.

청원서에서 강 씨는 북한에 거주하는 자신의 여동생이 2011년 5월 북한 보위부원들에게 아들과 함께 끌려간 뒤 수용소에 구금돼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신 씨도 자신의 아버지가 강제 구금돼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요덕 수용소에서 10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강씨는 현재 한국에서 북한전략센터 대표 등을 맡으며 북한인권운동을 활발하게 펴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의 수족관’이라는 제목으로 요덕 수용소에서의 비참했던 삶을 생생하게 담은 책을 출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2005년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신 씨 또한 개천 정치범 수용소 출신으로,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블레인 하든 기자가 신 씨의 수용소 체험을 ‘14호 수용소로부터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강 씨는 자신이 한국에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활동이 문제가 돼 가족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강 씨는 유엔 판정이 북한 당국에 대해 강제력을 갖는 건 아니지만 이런 판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북한 당국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강철환씨] “이제는 북한 주민들도 유엔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있고 유엔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이나 북한 정권의 반인륜 범죄를 감시하고 북한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기구가 있기 때문에 이번 계기를 통해서 저의 가족 뿐만 아니라 다수의 북한 주민들, 억울하게 지금 구금돼 있는 정치범들이 유엔의 보호를 받기를 기대하고요”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 국제연대의 권 팀장은 이번 판정에 대해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유엔 차원의 위원회 구성을 추진하는 데 좋은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반인도범죄 철폐 국제연대 권은경 팀장] “3월에 있을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를설치하기 위해서 국제사회를 추동하고 있는 중인데 이게 아주 좋은 케이스가 되는거죠,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유엔에서 이런 판정을 내렸다고 해서 충분히 좋은 압박 기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 국제연대는 2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제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의 이번 결정문을 공개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