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로드먼 방북, 핑퐁외교 효과 어려워”

3일 미국 `ABC방송’의 시사 대담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미-북 관계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입장을 전한 전 미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오른쪽).

지난 주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전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당장 미-북 관계에 물꼬가 트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입니다.

로드먼은 3일 미국 `ABC방송’의 시사 대담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미-북 관계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녹취:로드먼] “He wants Obama to do one thing: Call him.”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쟁을 원치 않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바라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당장 미-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과 국무부 한반도 담당 특사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씨는 북한이 미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로드먼을 통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로드먼의 방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비확산센터 소장] “We have an official channel...”

미-북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이미 있고 특히 뉴욕채널은 24시간 열려 있는 만큼 이 시점에서 특별한 채널이 더 필요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북한과의 접촉과 대화는 어떤 경우든 잠재적인 가치가 있지만 그 자체로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북아정책 연구국장도 로드먼이 전한 메시지에 무게를 둘 이유가 없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녹취: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정책 연구국장] “It seems North Korea...”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미국이 중대하게 여기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미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월 발표한 성명에서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은 사멸됐고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부시 국장은 북한이 만약 미국에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자 한다면 이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이미 있는 만큼 굳이 로드먼을 통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가져온 이른바 ‘핑퐁외교’의 경우, 스포츠 교류의 물꼬가 터지기 전에 양국간 비밀접촉이 상당 기간 동안 있었고 미-중 관계에 대한 전략적 접근방식에도 양국간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미-북 관계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이런 사전 정지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부시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 부실장을 지낸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미-중 ‘핑퐁외교’와 지금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앨런 롬버그, 스팀슨 센터 선임연구원] “Ping-Pong diplomacy was very...”

‘핑퐁외교’는 마오쩌둥의 지도 아래 중국 정부가 미-중 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신중하게 계획한 결과였다는 겁니다.

그러나 로드먼의 방북과 관련해서 북한이 내놓은 메시지는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잊고 북한에 손을 내밀라는 게 전부라고 롬버그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미-북 관계가 공고하게 다져지고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방북하기 전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전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로드먼의 방북 자체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고스 국장은 밝혔습니다.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 “I’d be watching the interaction...”

김정은 제1위원장과 주변 인물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로드먼과 그의 일행이 관찰했을 것이고,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 장악 능력을 파악하는데 귀중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미국의 고위 인사가 방북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직접 만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만큼, 로드먼의 방북을 의미없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미국 정보당국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