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금융제재 분석…핵·탄도미사일 개발 저지에 초점

지난 12일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하여 VOA 와 인터뷰 중인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미국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숨겨진 비자금을 추적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금융제재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과거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북한에 대해 강력한 금융제재를 단행한 적이 있는데요.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가 전임 부시 행정부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동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미국이 김정일 위원장 가족의 비자금을 추적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배경부터 살펴보죠. 미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코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들어보시죠.

[녹취 : 코언 차관] “There has been over the years a lot of interest in trying to identify where there may be Kim family money, in very large amounts in accounts, wherever may be in the world.”

미국 당국이 김 위원장의 숨겨진 돈이 어디 있을지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고 했는데요. 코언 차관은 김 위원장의 해외 비자금에 관한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무부가 이 돈이 어디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고, 찾게 되면 돈이 아들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관리가 북한 지도자의 비자금을 추적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우선, 코언 차관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관리라는 점입니다. 다음은 현재 북한이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한국에 대해 위협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 금융제재에 적극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진행자) 전임 부시 행정부와 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를 비교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코언 차관과 전임자인 스튜어트 레비 전 차관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두 정부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비교해 봤습니다. 레비 전 차관은 지난 2006년 7월 25일 `VOA’와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요.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으로 활동했습니다. 2006년 7월이면 북한이 미사일 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시점입니다. 당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비롯해 모두 7기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코언 차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12일에 재무부 청사에서 이뤄졌습니다. 두 차관은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먼저 전임 부시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부터 짚어보죠.

기자)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금융제재에 본격 나선 것은 지난 2005년부터입니다. 북한 핵 문제에 중요한 변화가 계기가 됐는데요. 그 해 2월 북한 외무성이 핵 보유 선언을 한 것입니다. 제재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레비 전 차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레비 전 차관] “This is something which the United States has already started to do by designating North Korean entities that are engaged in their missile and WMD programs and trying to isolate them from the global financial system.”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북한의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이들 기업을 국제 금융체제로부터 고립 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 재무부는 북한의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를 제재대상에 올렸습니다. 레비 전 차관이 말하는 제재는 지난 2005년 6월 부시 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3382호가 법적 근거입니다. 이 행정명령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요.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금융제재에 주요 법적 근거가 됩니다.

진행자) 얼핏 들으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와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대량살상무기에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한다는 데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 정부의 제재 내용에 차이가 납니다. 이번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코언 차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코언 차관] “We are looking for ways to intensify the financial pressure on North Korea, most importantly, to restrict North Korea’s ability to finance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지금 들으신대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는 북한의 핵과 그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코언 차관의 인터뷰에서도 탄도미사일과 핵 개발 자금을 차단하겠다는 말이 분명히 나옵니다.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좀 더 구체적으로 탄도미사일과 핵을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에 처음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키워왔는데요.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도 이런 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하면 먼저 ‘BDA’라는 말이 떠오는데요. 미국이 북한의 주요 외환결제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 BDA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국무부 내 전담팀을 구성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에 착수했는데요. 마약 거래, 위폐 제조, 그리고 돈 세탁 등 북한이 불법행위로 거둬들이는 돈이 1차 제재 대상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 9월에 단행된 BDA에 대한 제재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레비 전 차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레비 전 차관] “We designated the Banco Delta Asia back in September of 2005 as a 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 and we cited a number of reasons publically.”

BDA를 ‘주요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고 관련 사실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BDA가 20년 넘게 북한과 거래하면서 돈세탁을 통해 북한의 마약 거래, 위폐 제조 등 다양한 불법행위를 도왔다는 것이 레비 전 차관의 설명입니다. 재무부는 당시 BDA에 예치된 북한 돈 2천4백만 달러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했는데요. 후에 이 돈은 핵 합의의 일환으로 풀리기는 했지만 당시 BDA 제재 효과는 매우 컸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BDA 제재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약 한 달만에 발효된 미국의 애국법을 법적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애국법은 테러단체들의 자금원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돈세탁을 포함한 불법 금융거래를 적극 차단하는 조치들을 담고 있는데요. BDA가 이 법의 적용을 받은 것입니다.

진행자) 오바마 행정부도 유사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미 재무부는 지난 달에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렸는데요.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미국이 독자적으로 취한 제재입니다. 이 제재 역시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382호가 법적 근거입니다. 이 은행이 북한의 대외금융업무를 총괄하는 은행이라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BDA식 제재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재의 속 내용을 보면 조금 다릅니다. BDA에 대한 제재가 BDA는 물론 BDA와 거래하는 제3국 은행까지 제재한 것과는 달리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개인이 조선무역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무역은행과 거래하는 제3국 은행은 직접적인 제재 대상에서는 빠졌습니다. 다만, 제3국 은행도 달러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미국 은행과 연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꺼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행정부 들어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도 더욱 강화된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임 부시 행정부에 비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를 가할 여지가 다소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부시 행정부 시절에 비해 그 폭이 훨씬 넓어지고 강도도 더 세 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으로서는 굳이 별도의 독자적인 제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코언 차관도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언급했는데요.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의 상당 부분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일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는 어떤 새로운 제재 조치를 내놓기 보다는 기존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 그리고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공조를 강화하고 북한과 가까운 중국에도 적극 협조를 구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이제 정리를 해보죠.

기자) 네, 전임 부시 행정부와 현 오바마 행정부 모두 대북 금융제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 들어 북한의 미사일, 특히 탄도미사일과 핵 개발이 가속화된 것이 사실이고 이런 점이 제재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북한은 지난 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올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실시했는데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금융제재는 북한의 이런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