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도 케네스 배 귀환 운동 동참

지난달 2일 케네스 배 씨 관련 외신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 서울 시민.

북한에 7개월째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를 위한 ‘편지쓰기 운동’에 영국인들도 동참했습니다. 배 씨의 조속한 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은 미국인들 못지 않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케네스 배 씨를 응원하는 편지가 영국에서도 날아들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편지쓰기 움직임이 대서양 너머로 확대된 겁니다.

영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 여기자 유나 리 씨입니다.

유나 리 씨는 지난 달 초 영국 언론을 통해 배 씨의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국경을 초월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유나 리] “5월 중순부터 영국에서 캠브리지, 리버풀, 또 싱가포르에서까지 배준호 씨 위해서 편지들이 오고 있어요.”

편지를 받아 배 씨 가족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 유나 리 씨는 지난 3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편지엔 배 씨를 위로하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배 씨가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의 편지를 읽는 듯 느끼도록, 보내는 이들의 신상과 일상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한 글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유나 리] “26세 된 남자 분이 보내주신 건데요. 불구자인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대요. 그런데 배준호 씨 상황을 생각하면 자기가, 내 상황은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왜냐하면 가족들과 함께 있잖아요. 그래서 같이 힘내시라구.”

유나 리 씨는 그러나 현재 미국인들의 관심이 지난 2009년 북한이 자신과 로라 링 기자를 억류했던 때만큼 크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억류 경험에 비춰볼 때 편지들이 배 씨에게 반드시 전달될 것이라며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유나 리] “저도 북한에 감금돼 있는 동안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편지를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이렇게 해서 묶음으로 받았었거든요. 배준호 씨도 저희들이 보내는 편지 받고, 읽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편 ‘VOA’가 지난 31일 입수한 케네스 배 씨의 미국 내 교회 설교 동영상에는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연민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동영상] “사랑하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그 사람들이 사랑해져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것이 아니라 밑에서 그리스도의 겸손으로 그들을 섬기고 그들에게 어려움과 필요들을…”

배 씨는 지난 해 11월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되기 전까지 현지 고아원과 빵공장을 지원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구호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앞서 지난 달 15일, 배 씨가 14일부터 특별교화소에 입소돼 교화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지난 4월30일 열린 재판에서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른바 `인질외교’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 총장입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It could be that North Korea doesn’t want to resolve the issue…”

북한이 미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배 씨 억류를 장기화하고 있으며, 당분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이어 미국 정부가 배 씨 석방을 앞당기기 위해선 중국 최고위층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기욱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도 북한의 거듭된 인질외교에 미국 정부가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소장] “(북한이) 협상을 원하는 거니까 그런 시그널로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 또 시그널을 보낸다고 해서 지난 번처럼 (북한에) 가는, 그런 식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구요.”

이런 가운데 배 씨가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특별교화소’의 실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지난 30일 ‘VOA’에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관계자가 지난 21일 배 씨를 면담했다면서도, 배 씨의 수감 장소와 관련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