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내달 25-30일 금강산서 이산가족 상봉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이 23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가운데,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악수하고 있다

남북한이 다음 달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전면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3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은 23일 판문점 한국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적십자실무접촉을 갖고 다음 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는 데 합의했습니다.

김형석 한국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추석 계기 이산가족 대면상봉은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남과 북 각각 100 명씩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2010년 18차 상봉 행사 이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3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이번 상봉 행사를 위해 남북한은 오는 29일 생사 확인을 의뢰할 200~250 명의 명단을 교환하고 다음 달 13일 생사 확인 결과가 담긴 회보서를, 그리고 16일엔 최종 명단을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상봉 5일 전에는 선발대가 금강산에 파견됩니다.

상봉의 방법과 형식은 그동안의 관례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남북한은 또 대면상봉과는 별도로 화상상봉도 10월22일부터 이틀간 갖기로 했습니다. 규모는 남북한 각각 40 가족씩 하기로 했습니다.

남북한은 이와 함께 추석 상봉에 이어 오는 11월에 추가로 상봉 행사를 갖기로 했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남과 북은 금년 11월 중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한다는 데 공감했고 이를 위해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끝난 직후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추가로 개최해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남북한은 또 합의서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생사 확인, 서신교환 실시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남북한 양측은 이날 실무접촉에서 처음부터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오전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적십자인으로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적십자 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제일 많을 것이라며, 여기서 성과를 내서 신뢰를 쌓으면 지난 5년보다 훨씬 많이 발전돼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양측은 일찌감치 대면상봉과 화상상봉 행사를 갖자는 데 동의했지만 상봉 시기와 장소, 규모 등 세부적인 방안을 놓고 견해차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오전 전체회의에 이어 4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이 이어지면서10시간이 넘는 줄다리기가 계속됐습니다.

한국 측은 남북한 각각 100 명씩 해 온 이산 상봉 규모를 확대하고 상봉 장소는 서울과 평양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과거대로 100 명씩 금강산에서 상봉하는 방안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측은 또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이라는 민감한 사안도 협상 테이블에 꺼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간을 다투는 인도적 현안이고 추석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상봉 행사를 성사시키는 데 집중해 이번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