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장성택 처형, 북-중 관계 전망

최근 처형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월 베이징 방문에서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장성택 처형으로 북-중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표적인 중국통이 숙청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외교와 교역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장성택은 중국과 소통하는 북한 내 거의 유일한 대화창구로 알려져 왔습니다.

중국으로선 오랜 기간 북-중 관계의 가교역할을 해 온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를 잃은 겁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장성택의 부재가 큰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교수] “I think they will be very concerned about the situation. Even if Kim Jung Un has consolidated his power, without Jang they don’t have the same influence that they might have had before inside of North Korea…”

김정은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져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며, 이 점이 중국의 우려라는 설명입니다.

중국의 더 큰 우려는 장성택 숙청 이후 벌어질 지 모르는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입니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이와 관련해 심상치 않은 중국 군의 움직임에 주목했습니다.

중국 군이 백두산에서 혹한기 훈련에 돌입한 데 이어 북한과 가까운 보하이만과 서해에서도 장기 군사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갑작스런 훈련이 북한 내 동향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몰고올 파장이 중국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수 십 년 동안 북한 최고위층을 겨냥한 끊임없는 숙청 작업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만큼 이번 사건을 예외적인 내부 격변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북한 정권 특유의 권력 공고화 과정으로 받아들여 파장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 컬럼니스트인 중국 전문가 고든 창 씨의 말입니다.

[녹취: 고든 창] “Kim Jong Il purged a number of generals who had close relationships with Beijing and then Beijing just found new generals to be their people…”

김정일 시대에도 중국과 가까운 고위 인사들이 숙청됐지만 중국은 그 때마다 새로운 대북 접촉선과 연결해 목소리를 내왔다는 겁니다.

고든 창 씨는 이런 전례에 익숙한 중국이 곧 장성택을 대체할 수 있는 인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 갈 것이라는 중국 외교부의 입장과 비슷한 맥락의 주장입니다.

문제는 장성택에 대한 사형집행이 중국의 태도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인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로렌스 코브 미국진보센터 외교정책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훨씬 조심스러운 대북 접근법을 취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연구원] “It will move China to be much more cautious in whatever aid or help they give them because they are not quite sure what this young ruler will do…”

김정은이 어떤 수를 둘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 역시 신중히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입니다.

반면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장성택 처형이 중국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I think the Chinese has too much invested in the current North Korean regime even if it behaves erratically and brutally for it to cut off aid, cut off energy to start to destabilize the regime. I just don’t see that happening…”

중국은 북한 정권이 비정상적이고 잔혹한 행보를 보인다 해도 대북 지원을 중단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과 긴밀히 얽혀있다는 겁니다.

미첼 리스 총장은 중국 당국의 대북 원칙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적용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지원을 끊어 정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래리 닉시 전 미 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은 장성택이 건재할 때도 중국의 대북 채널과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었으며,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능력에도 한계가 분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장성택 처형 이후의 북한 동향을 주시하면서 보다 장기적 결과를 기다리는 관망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열거한 장성택의 죄목에는 중국을 난처하게 만드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 버리는 매국 행위’라는 대목입니다.

나진 선봉 경제특구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판 행위도 역시 매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장은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의 지하자원을 싼 값에 사들이지 못하게 됐다는 뜻으로 풀이했습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역시 중국을 겨냥한 이런 발표가 북-중 간 경제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Because of the association Jang Song Thaek had with the relationship of China and in particular the charges against him for selling…”

북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이 차질을 빚으면서 북한 경제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특히 나선 경제특구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졌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대사는 북한의 경제특구 실험이 거의 실패로 끝나간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이번 사태 이후 대북 투자를 더욱 꺼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 역시 장성택 공개 숙청이 나선 경제특구에 악영향을 미칠 걸로 예측했습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장성택 처형에 대해 `북한 내부 문제’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장성택 처형 당일인 지난 12일 급히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불편해진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 또 중국은 장성택 처형의 파장을 어떻게 관리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