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에 납북자 12명 생사 확인 요청

지난 2011년 4월 북한 김일성 주석의 99번째 생일을 맞아, 남측 임진각에서는 한국전 당시 북한에 의한 희생자들을 기리고, 납북자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다.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이 북한에 납북자 12 명의 생사 확인을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엔이 북한인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최근 북한에 한국전쟁 이후 납북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12 명의 생사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한국의 대북인권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실무그룹 측으로부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는 통보를 지난 11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실무그룹이 생사 확인을 요청한 납북자는 1977년 전남 홍도에서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납치된 이민교 씨와 최승민씨, 1970년 납북된 해군 방송선 승조원 정광모 병장, 그리고 1972년 동해상에서 납북된 유풍호 선원 남정렬 씨 등 어부 9 명입니다.

실무그룹의 이번 조치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 2004년 이후 꾸준히 납북자들에 대한 생사 확인을 북한 측에 요청해달라고 진정서를 낸 데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진정서를 낸 29 명의 납북자 가운데 지난 해까지 유엔 실무그룹이 북한에 생사 확인 요청 서신을 보낸 것은 7 명에 그쳤습니다.

실무그룹의 태도가 이처럼 소극적이었던 것은 확인 요청에 북한이 줄곧 성의 없이 응해 왔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실무그룹이 보낸 7 명에 대한 확인 요청 가운데 6 명에 대해선 납북 주장이 편파적인 반북 정치공세라며 납북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답신을 보내 왔고 나머지 1 명은 그나마 회신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유엔 실무그룹에서 한꺼번에 12 명의 생사 확인을 북한 측에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유엔이 북한인권 문제를 갈수록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난 3월에 위원회에 직접 납북자, 귀환자, 그리고 가족들이 참가해서 증언을 했거든요, 이번에 유엔이 12 건의 생사 확인 요청을 보낸 데에는 그런 것이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김 사무국장은 지난 8월 마이클 커비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에 와서 납치 문제는 해적 행위와 같다고 말했다고 상기하면서, 납북자 문제를 정치 논리가 아닌 법의 논리로 풀겠다는 위원장의 의지가 유엔 실무그룹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관계자도 올 봄 유엔에 사상 처음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실무그룹의 이번 조치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장성택 처형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 내부의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서 장성택 처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유엔 인권기구에 제기할 지 여부에 대해 내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릴 때 여러 가지를 감안해 의사국들간에 논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