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재 북한대사 "6자회담 지연은 미국 탓"

지난달 29일 지재룡 중국주재 대사가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기자단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또다시 현지 주재 외교관을 내세워 핵 계획 추진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를 골자로 한 ‘중대 제안’의 진정성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핵 6자회담이 미국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고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주장했습니다.

김 대사는 4일 모스크바의 북한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핵 계획 폐기 압박으로 6자회담 재개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은 일방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그동안 줄곧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김 대사는 북한의 이른바 ‘중대 제안’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반응도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가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포함한 제안을 ‘위장 평화공세’로 규정하고 거부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김 대사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화해의 길로 들여놓기 위해 참을성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신 국가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중대 제안을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북한이 공중, 해상, 서해 5도 주변의 민감한 지역 등을 포함한 비무장지대에서 적대 행위를 전면 중단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축소되거나 중단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대사는 또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등의 표적이 북한의 주요 시설이고 대규모 합동 공수훈련은 평양 점령이 목적이라는 겁니다.

이날 김 대사의 기자회견은 북한이 최근 세계 주요 도시에서 잇따라 개최한 외교공세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달 24일 신선호 유엔주재 대사, 29일 지재룡 중국주재 대사, 그리고 30일 현학봉 영국주재 대사를 내세워 ‘중대 제안’을 홍보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미국 탓으로 돌렸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