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제재 피하려 국제적 조직망 이용'

지난헤 7월 쿠바에서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항해하다 파나마 정부에 적발된 북한 선박 청천강 호.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국제적인 조직망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천강 호 사건을 조사한 유엔 전문가 패널이 밝힌 내용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해 불법 무기를 싣고가다 파나마 당국에 억류된 청천강 호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국제적인 조직망을 이용했다고 유엔 1718위원회, 일명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59쪽 분량의 비공개 보고서 내용을 확인했다며, 북한이 이용한 국제적 조직망에 중국과 싱가포르 소재 기업들이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전문가 패널은 청천강 호의 선주가 ‘청천강해운’으로 등록돼 있지만 실질적인 운항관리업자는 평양 뿐아니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다롄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는 ‘오션 매리타임 매니지먼트 OMM’ 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 회사는 무기와 관련 물질을 은폐해 운송하는 과정을 조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 패널은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OMM이 청천강 호의 항해와 관련한 비용을 지불하는데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진포해운회사’를 이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진포해운회사는 싱가포르 주재 북한 대사관과 같은 주소를 쓰고 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에서, 청천강 호가 항해하는 데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동원됐다는 것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되는 기업들의 조직망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움직임의 목적은 거래 과정에서 북한이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해 제재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선박 청천강 호는 지난 해 7월10일 쿠바에서 미그-21기 2대와 15개의 미그기 엔진, 9기의 미사일 등을 1만t의 설탕 포대 밑에 숨긴 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돼 억류됐습니다.

파나마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조사를 요청했고, 이에 일부 유엔 전문가 패널은 파나마를 방문해 청천강 호의 화물을 조사한 데 이어 추가 조사를 위해 쿠바도 방문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이번 보고서에서 쿠바와 북한 간 운송행위와 거래가 각각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교도통신'은 전문가 패널이 최근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소식통을 인용해 이 보고서가 다음 달에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